교계/교회

한국교회, 2013년 WCC 부산 총회 ‘주제’ 본격 논의

이화여대에서 개최

▲ 이화여대 소예배실에서 열린 . 사회를 맡은 이는 NCCK 신앙과 직제 위원회 양권석 위원장 ⓒ김태양 기자


2013년 부산에서 열릴 WCC 총회 주제에 대한 논의가 개최국인 한국교회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교회는 차기 총회 주제로 '평화'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NCCK 신앙과 직제 위원회가 30일 오후 5시 이화여대 대학교회 소예배실에서 를 열었다. 이날 다뤄진 사안은 2013년 부산에서 열릴 WCC 총회의 주제 선정 과정에 개최국인 한국 교회의 상황과 견해를 어떻게 반영시킬 것인가였다.

WCC 총회 준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된 바 있는 NCCK 정해선 국장에 따르면, WCC는 오는 6월 WCC 임원회와 9월 실행위의 수렴과 반영을 거쳐 11월 WCC 총회 준비위원회에서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2011년 2월에 있을 중앙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차기 10차 총회의 주제를 채택한다.

정 국장은 한국교회의 의견이 6월 WCC 임원회까지는 힘들더라도 9월에 있을 실행위까지는 제출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전망했고, 이날 토론의 사회를 담당한 NCCK 신앙과 직제 위원회 양권석 위원장도 6월까지는 한국교회의 의견을 WCC에 전달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겠냐며 권오성 총무의 발언을 빌어 각 교단의 미진한 참여에 대한 문제의식을 내비쳤다.

첫 발제를 맡은 정병준 박사(서울장신대 신학과 겸임교수-교회사)는 한국교회가 제10차 WCC 총회 주제를 결정하는데 공헌하기 위해서는 역대 WCC 총회의 주제들에 대한 연구와 분석을 통해 역사적 경험을 얻는 것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이어 국내의 대표적 국제기구 전문가인 이화학술원 석좌교수 박경서 박사의 WCC 총회와 관련된 경험담 진술과 한국교회를 향한 조언이 있었다. 박 박사는 WCC에서 활약한 1세대 국제기구 활동가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WCC의 의사결정 과정과 경향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하며, 한국의 정서와 시각으로 WCC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교회가 더 이상 WCC를 용공, 좌파라고 일컬어서는 안 되며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로 볼 것을 주문했다. 국내에 기독교 연합기구가 복수로 존재하며 특정 교단이 성향이 다른 두 기구에 동시에 가입되어 있는 모순적 현실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또한 한국이 WCC 총회 개최에 있어서 인프라 제공과 한국교회의 영성이 반영되도록 하는 데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발제 이후 토론회 참석자들도 다양한 주제를 제시했다. 환경과 평화와 같은 세계적 차원의 주제를 비롯하여 분단 상황 하에서의 통일 문제, 국제화가 진전되며 나타나고 있는 이주민과 다문화 가정의 문제 등이 거론되었고, 상대적으로 기독론에 치중해 있는 역대 WCC 총회의 주제를 감안해 성령론이 제시되기도 했다.

서광선 박사는 분단과 핵무기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교회가 평화를 차기 총회의 주제로 제시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생명도 평화에 속한 문제이고 인간 간의 평화, 국가 간의 평화, 자연과의 평화를 생각하면 평화가 한국이 제시할 주제로 적합하리라는 견해를 내놓았고,  NCCK 신앙과 직제 위원회 관계자를 비롯한 참석 토론자들 대부분의 지지를 받았다.

반면 주제에 대한 개별적 건의 못지않게 주제 논의 자체에 관련된 한국교회의 척박한 이해와 참여, 그리고 준비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비판적 지적도 있었다.

감신대 출신의 한 대학원생은 감신 내부에서 에큐메니컬 운동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줄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WCC 총회 개최 뿐 아니라 WCC 자체에 대한 목회자들의 인식 부족을 지적하며 NCCK에 보다 적극적인 홍보를 요청했다.

기장 총회의 이훈삼 목사는 주제의 내용이나 구호보다는 한국교회가 WCC의 신앙고백에 맞추어 무슨 일을 해왔고, 해야 하는데 하지 못한 일은 무엇인지, 한국교회의 선교와 활동 내역을 점검하는 일이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는 주장을 펼쳤다.

NCCK 정의평화위원회 정상복 목사는 WCC 총회 주제에 대한 추가 토론보다는 이미 토론된 것들을 정리해가는 일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 진단하고, 세계적 주제가 될 만한 것들을 선정해 WCC에 제안하는 것으로 충분하리라 예상했다. 또한 보수적 교회의 참여 여부에 연연하기보다는 한국 에큐메니컬 운동의 역사와 정신적 흐름 위에 서 있는 바탕을 흐리지 않으면서 모든 문제를 제안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정해선 국장은 토론을 정리하며 앞선 토론자들의 논의들은 사실상 한국교회가 WCC 총회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했어야 하는 것들이라고 평가하며, 총회 유치를 위해 WCC에 한반도 통일에 대한 부분과 한국 교회의 성장, 갈등이 없는 조화로운 종교간 공존 등을 배경으로 설명했었다고 언급했다.

양권석 위원장은 5월 10일 감신대에서 예정되어 있는 차기 주제 토론회에서 ‘평화’에 대해 다룰 것임을 예고하며 토론회 폐회를 선언했다.

이날 토론회는 WCC 총회 개최 전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를 노출시킨 자리였다. WCC 총회 유치를 위해 NCCK가 제시한 한국적 상황으로 기독교와 타종교 간의 평화로운 공존이 있었으나, 정작 유치 뿐 아니라 주제 선정 과정에서도 드러난 것은 기독교 내부의 갈등이었다. 물론 이는 NCCK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의 문제일 것이나 NCCK는 이러한 갈등 상황을 해결할 적극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WCC 총회 개최를 반대하는 보수적 성향의 교회(교단)들은 WCC 총회를 유치한 NCCK 회원 교단 내에서도 상당수가 존재하며, 아직도 1950년대 이래로 바뀌지 않은 왜곡된 견해가 재생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CCK 관계자들은 토론회에서 보수교회의 협조를 얻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비관적 견해를 나타냈다. 
 
또한 교단과의 협의가 어려운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날 토론회는 NCCK 총무가 불참하고 WCC에 가입되어 있는 국내 교단의 대표들도 대부분 불참하는 현실적 한계를 드러냈다. NCCK가 어려운 여건 가운데 고군분투하는 만큼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필요할 뿐더러, 스스로의 적극적인 타개 노력도 덧붙여져야 한다. 아울러 WCC를 소개하고, 알리는 노력도 계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

역대 WCC 총회 주제

1차 인간의 무질서와 하나님의 섭리
2차 그리스도 - 세상의 소망
3차 예수 그리스도 - 세상의 빛
4차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리라
5차 예수 그리스도는 자유하게 하시고 하나 되게 하신다
6차 예수 그리스도 - 세상의 생명
7차 오소서 성령이여 - 만물을 새롭게 하소서
8차 하나님께 돌아오자 - 소망 중에 기뻐하라
9차 하나님 당신의 은혜로 세상을 변화시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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