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영위 폐회 후 6.15 남측위 김상근 상임대표는 강연회에서 6.15선언이 뇌사상태에 이르렀다고 진단하며, 천안함 사태로 인한 남북 대치 국면 가운데에서 6.15선언이 담고 있는 철학과 가치를 살펴보고, 그것을 기초로 교회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주문했다 ⓒ김태양 기자 |
2010년 사업계획서 대북 식량지원 확대 및 평화협정 서명운동 계획 발표
기장 평화공동체운동본부가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오늘 오후 2시 한국기독교장로회 평화공동체운동본부는 기독교회관에서 제1차 운영위원회를 갖고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에 회원으로 가입하게 되었음을 공표했다. 집권 이후 갈수록 대북 강경 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현 정부 아래서 사실상 해체 위기를 겪고 있는 남측위는 이로써 간신히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평화공동체운동본부 사무국장 이훈삼 목사는 2009년 사업보고 후 2010년 사업계획의 3가지 기본방향으로 6.15공동선언 실천과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 식량 나눔 운동 참여 및 확대,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평화협정 체결 추진을 열거했다.
이 목사는 2008년부터 지속해왔던 북녘동포와 <국수 한 그릇 나누기> 캠페인을 올해도 진행할 계획임을 밝히며, 이제까지는 매회 10여 톤 내외의 밀가루 등을 북으로 보냈으나 특별히 이번 달 5월에는 100톤 상당의 밀가루를 보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남북 간의 현행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시킬 것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주요사업으로 추진하리라는 계획도 밝혔다.
이날 운영위에 참석한 기장 배태진 총무도 아사자가 속출하는 북한 상황의 심각성을 환기시키며 평화통일위원회를 통한 3천만 원 긴급 자금 지원과 더불어 식량 지원도 올 해는 100톤으로 크게 늘렸다고 부연했다. 서명운동에 대해서도 단순 서명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평화협정에 대한 인식 제고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오는 6.15를 기점으로 8.15까지 약 5만~7만 명 정도의 서명을 모을 수 있으리라 예상하고 기장 여전도회 등에 협조를 구했다.
참석한 위원들 중 일부는 NCCK 평화통일위원회에서도 6.15를 기점으로 모든 교단이 대북 인도 지원을 하기로 결의했으므로 평화협정에 대한 서명운동 협력을 포함하여 NCCK와 공동보조를 맞춰가는 방안을 건의하기도 했다.
2010년 예산안 편성과 관련해서도 현 정부로부터 지원이 끊겨 고사상태에 놓인 6.15 남측위에 대한 지원안이 가결되었다.
기타 안건 건의 순서에서는 사회를 담당한 권영종 목사(총회 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가 천안함 침몰 사태와 관련해 형성되고 있는 '전쟁 불사' 정국에 대한 성명서 발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한 위원이 전쟁 불사라는 표현은 지나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다른 위원은, 그러나 천안함 침몰이 누군가의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응징'이라든가 '보복'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여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 정부와 국방부의 대응에는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이에 이훈삼 목사는 공감을 표시하며 평화공동체운동본부는 이번 사안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성명을 내놓을 수 없었다고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최근 불거지고 있는 정부와 국방부의 대처 방식에 문제제기를 할 계획을 예고했다.
운영위를 마치고, 남측위 상임대표 김상근 목사가 6.15선언 실천 현황과 교회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김 목사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6.15선언이 뇌사상태에 이르렀다고 진단하며, 교류와 공동사업은 고사하고 인도적 지원 사업조차 축소 또는 불허되고 있으며 양측 군사관계자의 강경 발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6.15선언이 담고 있는 철학과 가치를 살펴보고, 그것을 기초로 교회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주문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6.15선언을 놓아버려서는 안 되며, 교회는 기도와 인도적 지원, 동질성 회복 프로그램 등 해오던 선교를 계속해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6.15선언은 대동단결과 자주, 절제와 역지사지, 이해와 포용을 담고 있으며, 열린 자세로 서로 다른 이들을 대하며 여백의 미를 남겨두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진취적 영성을 가지고 차이보다는 공통점에 주목하며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서로 함께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마지막으로 천안함 침몰 사태가 남북 갈등관계를 조장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계하고, 상생의 길로 가는 것이야말로 천안함 장병들의 희생을 바르게 보상하는 길이라고 말하며 강연을 마쳤다.
지금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천안함 침몰 사태의 정확한 원인 규명뿐만 아니라 그것과 관련된 신중한 발언일 것이다. 아무 것도 정확히 밝혀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 개입설을 쏟아내고 있는 정부와 국방부 관계자 뿐 아니라 일부 보수 언론들이야말로 ‘통제’의 대상이 아닐까. 물론 실제로 북한이 공격한 것이라 밝혀진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충분한 대응이 필요하겠지만 아직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면 보다 신중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집권 초기부터 대북 강경노선으로 일관하고 있는 현 정부의 방침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6.15선언 이후 우리 정부가 노력해오던 각종 대북 지원 및 공동사업의 백지화 속에 포함된 인도주의적 노력의 ‘백지화’가 문제다. 교회가 주목해야 하고 또한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천안함 침몰은 사실상 북한이 일으켰다는 식의 보도가 넘쳐나는 작태는 차치하고서라도 희생당한 장병으로 인해 국민감정은 민감해져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황 가운데에서도 기장은 꿋꿋이 4대강 사업 반대와 고사 상태에 빠진 6.15 남측위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혀나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선지자적 사명으로 완결되기 위해서는 교인 또는 국민의 뜻을 대변하기에 앞서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그것을 대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