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부산에서 열리는 차기 WCC 총회를 앞두고, 유치국의 준비가 본격화 되고 있다. NCCK 신앙과 직제위원회(위원장 양권석)가 그 중심 역할을 맡아 WCC에 대한 오해를 풀고 이해를 돕는 토론회를 열었고, 한국교회가 바라는 총회 주제를 논의하는 장도 열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내실(內實)이 없었다는 점이다.
홍보가 부족했던 탓인지 ‘에큐메니컬 신학에 대한 대토론회’가 열린 감신대 채플실은 텅비었고, 참석한 보수, 진보 신학자들은 견해차를 좁히기 보다는 자기 주장만 내세우며 평행선을 달렸다.
또 WCC 총회 준비와 관련해 중대 사안 중 하나인 총회 주제를 논의하는 자리에 WCC 유치에 결정적 역할을 한 WCC 회원 교단의 지도급 인사들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WCC는 오는 6월 WCC 임원회와 9월 실행위원회를 거쳐 11월 WCC 총회 준비위원회에서 그 내용을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2011년 2월에 있을 중앙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차기 10차 총회의 주제를 채택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이런 자리에 교단 지도자들 대부분이 참석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몇 차례 더 논의가 있어야 하겠지만 이번 논의에서 한국교회가 WCC 차기 총회 주제를 ‘평화’로 건의하자는데 의견을 모은 것이다.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 국가에서 ‘평화’와 ‘통일’을 말하자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온당한 처사다. 또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한반도에 아직까지 이렇다할 큰 종교 분쟁이 없었던 점도 ‘평화’란 주제 선정과 어울리게 한다.
정교회는 벌써 차기 총회 주제로 ‘독트린’(Doctrine)을 제안했다. NCCK 권오성 총무는 29일 기장 목회자들과의 만남에서 "만일 그렇게 (정교회 주장대로) 되면 (독트린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과 아시아 교회의 역할은 약화될 것"이라며 "주제에 관한 논의가 지금으로선 가장 시급하다고 본다"고 말했었다. 세계교회는 생각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렇듯 발 빠르게 움직이는 세계교회를 상대로 짧은 선교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교회가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일치, 단결해야 한다.
WCC를 유치한 회원 교단을 비롯해 NCCK를 중심으로 가입한 회원교단이 한 마음·한 뜻이 되어 WCC 총회 준비의 모든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WCC를 알리는 활동도 꾸준하게 펼쳐야 한다. 이런 바탕 위에 보수 교회와의 연합이란 과제도 수행하며 내실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