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신 연세대 명예교수는 강연 중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주목하며, 혈연을 뛰어 넘는 그들의 삶이 축소판 복지국가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김진한 기자 |
박 목사는 주후 2세기에 있었던 흥미로운 사건 하나를 소개하며 혈연을 뛰어 넘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자세를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몇 차례 로마제국에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절대 다수인 로마 이교들의 삶과 절대 소수인 기독교인들의 삶이 두드러지게 대비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로마 이교도들은 전염병을 피해 도망가기 일쑤였지만, 초대 기독교인들은 전염병의 위험을 무릎쓰고 남들을 보살폈던 것이다. 그들은 혈육의 관계와 상관없이 고통당하는 병사들을 보살피며 살려내고자 했다. 한 연구자는 그런 기독교인들을 보면서 당시 기독교인들은 자기만 살겠다는 이기주의자들이 득실거리는 살벌한 로마제국 한 가운데 자그마한 '축소판 복지국가'를 세웠다고 평했다
앞서 신약 성서 본문을 인용한 그는, 예수가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모친이다'라고 말한 것에 "혈육의 관계 이상 다른 어떤 것도 중요할 수 없다고 믿어온 무리에게 이 말은 귀에 거슬릴 뿐 아니라 지극히 혼란스러웠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친족관계를 그 무엇보다 강조하는 우리의 미풍양속이 허물어지고 가정이 여지없이 깨지고 있다며 개탄하는 오늘, 혈육의 관계를 질문하는 예수의 가르침은 사회의 기강을 어지럽히는 위험한 메시지로 들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영신 연세대 명예교수가 ‘누가 내 모친이며 동생들이냐?’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
이에 덧붙여, 그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도 우리의 전래의식과 습속과 마찰하고 싶지 않아 되도록 이 구절을 어물쩍 비켜가거나 두루뭉술하게 얼버무려 덮어두고자 한다"며 "이 구절은 우리 모두에게 오늘도 이를 데 없이 거북한 채로 남아있다"고 했다.
하지만 박 목사는 예수를 따르는 자들이라면 혈육을 넘어선 새로운 가족 관계를 형성해 간 예수의 길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그 전래의 관계 틀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뜻한다"며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이든 '나의 모친이요 형제자매라'고 부를 수 있는 자를 일컫는다"고 했다.
끝으로 박 목사는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들이 '나의 모친이며 나의 형제자매'가 되는 관계 속으로 들어가는 자가 진정한 뜻에서 예수를 믿는 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