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초기 그리스도인 ‘축소판 복지국가’ 세워”

새가정연구원 세미나서 박영신 연세대 명예교수 강연

  ▲박영신 연세대 명예교수는 강연 중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주목하며, 혈연을 뛰어 넘는 그들의 삶이 축소판 복지국가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김진한 기자
2010년 제 16회 새가정연구원 세미나가 6일 오후 3시 한국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열렸다. 월간 새가정사가 후원하고, 한국기독교가정생활협회·새가정연구원(원장 김광년 목사, 봉천교회)이 주최한 이날 세미나에는 강사로 박영신 목사(연세대 명예교수, 사회학)가 초청돼 ‘누가 내 모친이며 동생이냐?’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박 목사는 주후 2세기에 있었던 흥미로운 사건 하나를 소개하며 혈연을 뛰어 넘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자세를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몇 차례 로마제국에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절대 다수인 로마 이교들의 삶과 절대 소수인 기독교인들의 삶이 두드러지게 대비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로마 이교도들은 전염병을 피해 도망가기 일쑤였지만, 초대 기독교인들은 전염병의 위험을 무릎쓰고 남들을 보살폈던 것이다. 그들은 혈육의 관계와 상관없이 고통당하는 병사들을 보살피며 살려내고자 했다. 한 연구자는 그런 기독교인들을 보면서 당시 기독교인들은 자기만 살겠다는 이기주의자들이 득실거리는 살벌한 로마제국 한 가운데 자그마한 '축소판 복지국가'를 세웠다고 평했다

앞서 신약 성서 본문을 인용한 그는, 예수가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모친이다'라고 말한 것에 "혈육의 관계 이상 다른 어떤 것도 중요할 수 없다고 믿어온 무리에게 이 말은 귀에 거슬릴 뿐 아니라 지극히 혼란스러웠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친족관계를 그 무엇보다 강조하는 우리의 미풍양속이 허물어지고 가정이 여지없이 깨지고 있다며 개탄하는 오늘, 혈육의 관계를 질문하는 예수의 가르침은 사회의 기강을 어지럽히는 위험한 메시지로 들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영신 연세대 명예교수가 ‘누가 내 모친이며 동생들이냐?’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이에 덧붙여, 그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도 우리의 전래의식과 습속과 마찰하고 싶지 않아 되도록 이 구절을 어물쩍 비켜가거나 두루뭉술하게 얼버무려 덮어두고자 한다"며 "이 구절은 우리 모두에게 오늘도 이를 데 없이 거북한 채로 남아있다"고 했다.

하지만 박 목사는 예수를 따르는 자들이라면 혈육을 넘어선 새로운 가족 관계를 형성해 간 예수의 길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그 전래의 관계 틀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뜻한다"며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이든 '나의 모친이요 형제자매라'고 부를 수 있는 자를 일컫는다"고 했다.

끝으로 박 목사는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들이 '나의 모친이며 나의 형제자매'가 되는 관계 속으로 들어가는 자가 진정한 뜻에서 예수를 믿는 자"라고 했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16세기 칼뱅은 충분히 진화론적 사유를 하고 있었다"

이오갑 강서대 명예교수(조직신학)가 「신학논단」 제117집(2024 가을호)에 '칼뱅의 창조론과 진화론'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 의미 밝혀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을 중심으로 집단리더가 구조화된 집단상담 프로그램에서 무엇을 경험하는지를 통해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학철 교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 부정하는 이유는..."

연새대 김학철 교수(신학과)가 상당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을 부정하고 소위 '창조과학'을 따르는 이유로 "(진화론이)자기 신앙의 이념 혹은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의 모호성을 극복하는 원효의 체상용의 삼위일체론

아우구스티누스 사상과 원효의 체상용의 불교철학 사상을 비교 연구한 글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손호현 교수(연세대 신과대학)는 얼마 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