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에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6일 오후 5시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박형규 목사의 출판기념회에는 함세웅, 서광선, 이소선 등 민주화 시대를 이끌어온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박 목사의 회고록 <나의 믿음은 길 위에 있다>(도서출판 창비)의 출간을 축하했다.
<나의 믿음은 길 위에 있다>는 박 목사가 자신의 인생 역정을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30여 년을 중심으로 구술한 것을 신홍범 전 한겨레신문 논설주간이 정리한 책이다.
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대강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민주화 인사들은 축사를 통해 박 목사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맨 앞줄에 부인 조정하 여사와 나란히 앉은 박 목사는 이들의 말을 경청하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기도 하고 크게 웃기도 하는 모습이었다.
▲백낙청 교수 ⓒ이지수 기자 |
백낙청 교수(창비 편집인)는 “목사님의 회고록은 민주화운동에 대한 하나의 대서사시”라며 “우리 민족의 역사와 드라마를 실감하게 한다”고 말했다. 또 “민주화는 아직도 자리잡지 못하고 오히려 옛날보다 방향감각을 잃은 모습”이라며 “오래 건강하셔서 길 잃은 양떼들을 돌봐주시라”고 했다.
김정남 전 청와대교육문화사회수석은 “정치와 선교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목사님께서는 보여주셨다. 자유 없이 선교의 자유 없고, 정치적 투쟁 없이 자유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책은 목사님이 먼저 펴내자고 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가 목사님께 바치는 존경의 표시인 셈”이라고 했다.
안재웅 박사(전 CCA 총무)는 “조작과 날조, 비방으로 인하여 고통 당한 흔적을 볼 때 억울함에 치가 떨린다. 그러나 목사님은 그들에 대한 관용과 배려, 심지어 화해와 용서까지 밝히고 계시다”고 전했다.
또 “목사님은 시국에 관한한 병 주고 약 주는 분이셨다. 우리의 (모순된) 인격을 완전히 발가벗겨내어 새롭게 하고 별별 경험을 다하게 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그를 믿고 따르며 왔다”고 했다.
▲박형규 목사 ⓒ이지수 기자 |
마지막 순서는 박형규 목사였다. 천천히 단상에 오른 그는 “사실 나는 좀 모자란 사람이다”란 말로 운을 뗐다. 그는 “나는 남의 말을 잘 듣는다. 좋은 일 하자고 하면 그것이 얼마나 위험할지도 모른 채 같이 하고, 나보다 어린 자들이 용기 내어 뭘 한다고 하니까 도왔던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잘났던 게 아니라 모두가 민주화운동에 함께 하고 고생했다. 지금 여기, 우리가 만나게 된 것 자체가 하나의 기적이자 숙제”라고 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소리를 높여 박 목사는 “한국의 민주화 세력은 정권이 이상한 일을 하면, 박형규가 없어도,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 한국의 민주, 평화,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외치듯 하며 순서를 마쳤다.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이날 행사의 사회는 김영주 남북평화재단 상임이사가 맡았고, 이밖에 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조화순 남북평화재단 이사, 한승현 변호사가 축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