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기장,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공식 입장 발표

천안함 사건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물음을 던져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기장 총회 평화공동체운동본부(공동대표 배태진 권영종 나핵집)는 지난 3일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2010년 제1차 운영위원회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와 국방부의 대처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성명을 내놓을 것을 예고한 바 있다.

당시 사무국장 이훈삼 목사는 천안함 사건의 진상이 정확히 규명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섣불리 관련 성명을 내놓을 수 없었다고 그간의 사정을 전하며, 그러나 최근 정부와 국방부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위협적 상황을 조성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은 문제가 있다는 운영위의 논의를 반영해 성명을 내놓을 것을 약속했다.

발표문은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통일의 길로 나가야 하고 △ 사건의 원인과 실체는 반드시 밝혀져야 하며 △ 북한 군 공격설 유포는 자제해야 하고 △ 희생자에 대한 예우는 합리성과 형평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입장

지난 3월 26일 백령도 부근에서 발생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사건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이 사건으로 아까운 해군 47명과 이들을 구조하려던 민간인 9명이 사망 ․ 실종되었습니다. 온 국민은 이들의 안타까운 희생과 사건의 원인 그리고 향후 대응에 깊이 관심하며 다양한 의견을 통해 사건의 진실과 대처 방안을 토론하고 있습니다. 사건 발생 40여일이 지난 지금, 우리는 아직도 이 사건의 정확한 실체를 알지 못합니다. 희생자들에 대한 장례는 이미 마쳤지만,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실로 커다란 물음을 던지고 있기에 한국기독교장로회는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힙니다.


1.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으로 밝혀지든지 그 근저에는 남북 분단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분단 상황이 아니었다면 우리 초계함이 사고 해역을 순찰하며 경계업무를 펼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현 정부 들어서 남북 관계는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 공단은 물론이고 남북 당국자들 사이의 신뢰와 협력의지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 더욱 근심입니다. 우리는 하루빨리 남과 북 사이의 신뢰관계를 회복하고 협력을 돈독히 하여 불필요한 긴장과 대결을 지양해야만 제 2, 제 3의 천안함 사건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남북한 모두 휴전선 부근에서는 어떠한 군 작전이나 훈련도 서로 자제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2. 사건의 원인과 실체는 반드시 밝혀져야 합니다.

사건 발생 후 40여일이 지나도록 사건의 원인과 진상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정부의 발표가 있었지만 아직도 많은 언론과 국민들은 사건의 원인과 진상에 대한 의혹을 지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처음부터 국방부가 군사 기밀을 내세우면서 무언가 숨기고 다 밝히지 않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발표에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상당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있는 그대로 사실을 밝히고 이 사건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에 대해 엄정한 평가를 내려 대비함으로써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해야 합니다. 혹시라도 정부 여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포석에 따라 이 사건을 조사한다는 항간의 의혹이 사실이 아니도록 정부는 사건의 원인과 실체를 과학적으로 조사하여 밝혀야 합니다.

3. 북한 군 공격설 유포는 자제해야 합니다.

아직 사건의 원인과 실체에 대한 진상 규명이 정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의 전쟁주의자들과 수구언론이 합세하여 북한이 어뢰를 쏴서 천안함을 침몰시킨 것이라는 설을 사실인 것처럼 유포시키고 있습니다. 북한 공격설은 아직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기에 반드시 정확하고도 객관적인 증거 자료를 확보한 후에만 말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분명한 증거 없이 북한 공격으로 몰아가고 북한 응징론 까지 거론하는 것은 전쟁의 아픈 상처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국민 설득에도 실패할 것입니다. 북한에 관련된 언급은 명확한 증거 자료가 나올 때까지 모두가 자제해야 하며, 신중하고 사려 깊은 대응으로 불필요한 한반도 긴장 상태를 조성하지 말아야 합니다.

4. 희생자에 대한 예우는 합리성과 형평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천안함 사건으로 희생된 분들에 대한 국가적 ․ 국민적 보상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이 유일회적인 사고가 아닐진대 적절성과 형평성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과거 유사한 군사건 사고 희생자들뿐만 아니라 근래 연평해전에서 참혹하게 전사한 이들과의 형평성에도 벗어나는 예우는 멀리 보아 우리 사회의 합리성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가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보다도 이들을 도우려다 사망한 9명의 금양호 선원들의 뜻이 더욱 고귀하다고 볼 수 있음에도 이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과 배려가 너무나 부족했다는 것은 다시 한번 우리 사회의 합리성과 형평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심심한 애도를 표하며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미 발생한 사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원인을 밝혀내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사회 화합, 평화 정착, 합리적인 제도 개선으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안타까운 천안함 희생자들에 대한 올바른 보상이라고 확신합니다.

2010년  5월  7일 
한국기독교장로회 평화공동체운동본부 공동대표  권영종 나핵집 배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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