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과 관련해 6.2지방선거로 눈 돌려
▲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는 신자들. 1500석이 마련된 성당의 수용 한도를 크게 상회하는 미사 참석자들로 인해 명동성당 측은 광장 맞은편의 꼬스트홀에 5백석의 좌석과 광장에 1천석의 좌석을 마련했다. 참가한 시민과 입석 참가자들까지 포함, 약 4천여 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양 기자 |
4대강 사업에 대한 천주교의 의지는 확고했다.
천주교가 10일 오후 2시 명동성당에서 열린 이번 시국미사에서 밝힌 것은 23년 전 6월 항쟁에 대한 술회만이 아니었다. 주교회의의 4대강 사업 반대 의견을 등에 업고서 4대강 사업의 부당성을 넘어 민주주의 훼손을 거론하며 이명박 정부를 정조준했다. 천주교의 단호한 의지는 오는 6.2 지방선거에서 해당 후보의 4대강 사업 찬반 여부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주문에서 보다 분명히 드러났다.
올해 1월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유기농지 보존'을 촉구하며 단식을 한 바 있는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수도원장 윤종일 신부는 이날 생명평화미사에서 불교와 개신교, 천주교를 가릴 것 없이 4대강 사업에 반대 기치를 내걸고 생명과 평화를 위해 많은 이들이 기도하고 있다고 전하며, 천주교의 역대 교황들이 피조세계인 자연에 대한 인류의 바람직한 자세를 강조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 신부는 4대강 사업이 반생명(생태)적인 사업일 뿐 아니라, 주교회의도 그 사업의 근거와 절차, 성급함을 납득할 수 없었던 사업으로 민주주의 가치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며, 이명박 정부와 우리 사회의 의혹과 물신숭배 풍조를 경고했다. 아울러 4대강 사업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가 후보자들의 당락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게 하겠다며 6.2지방선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4대강사업저지 천주교연대의 집행위원장 서상진 신부가 낭독한 '신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는 보다 강도 높은 비난의 문구들과 6.2지방선거에 대한 구체적 기대가 포함되었다. 천주교연대 고문이자 전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는 메시지에서 청계천 사업과 새만금 사업의 허구성을 지적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언론 통제 강화를 꼬집었다. 최 주교는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에게 6.2지방선거에 나선 후보 중 어떤 후보가 4대강 사업을 찬성 혹은 반대하는지를 잘 보고 선출해야 할 것이라는 지침을 내놓았다.
천주교연대의 대표인 조해붕 신부도 4대강 사업 반대를 선언하고 생명 평화의 기치를 내건지 7개월간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4대강이 우리 모두의 생명의 젖줄임과 동시에 우리 모두의 미래와 생명을 위한 마음과 자세임을 잊지 말기를 당부했다.
이날 미사에는 전국에서 모인 사제와 수도자 600여 명과 신자와 시민들 4천여 명이 참석해 명동성당과 꼬스트홀, 광장을 가득 메웠다.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4대강 반대 피켓과 현수막를 들고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시위 행렬 ⓒ김태양 기자 |
미사를 마치고 사제와 수도자 그룹을 선두로 내세운 시위 행렬이 명동성당의 들머리로 행진해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 사제·수도자 2차 선언'을 발표했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종교계의 시위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진 이날 시위 현장에는 경찰이 배치되어 저지선을 형성하기도 했다. 2주 전 성공회 주교좌성당에서 개신교계의 시위와 달리 가두행진은 없었으나 역시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사전 신고 되지 않은 '천주교 평신도 모임' 시위대와의 대치 상황이 발생하여 경찰 측의 권고로 해산되는 일이 있기도 했다.
한편 이날 명동성당에는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특별히 백기완 소장은 시위 현장에서 4대강 사업 반대 구호를 함께 외치며 해산까지 동참했다.
7일 국토해양부 산하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 및 종교단체, 언론 등에 대국민 공개토론회 개최를 공식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궁금증 해소와 올바른 이해를 돕는 것"보다는 왜 주요 종교계가 모두 반대에 나서고 있는지에 주목하고, 그들이 공통적으로, 또한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물음을 다시 듣고 이에 답변해야 할 것이다. 이미 불교와 천주교는 4대강 사업 문제와 관련하여 6.2지방선거로 눈을 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