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성공회가 남성과 동등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여성 주교를 임명해야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영국 성공회 개정위원회는 지난 토요일 2014년까지 첫 여성 주교를 정하는 것을 담고 있는 142페이지 분량의 법안을 발표했다.
이번 법안으로 그동안 여성에게 주교를 임명할 것인가를 두고 치열하게 대립해온 영국 성공회 내의 전통주의자들과 자유주의자들 사이에 다시 한번 대립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992년 총회에서 최초의 여성 사제 서품을 주장해 목표를 달성하고, 이후 여성 주교의 임명을 요구해온 영국 성공회 내 자유주의자들은 성명을 통해 “영국 성공회가 성직의 모든 분야에 있어 여성과 남성을 하나님 앞에서 평등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올바른 일”이라며 이 법안을 환영했다.
반면 여성이 영국 성공회의 주교가 될 수 있게 하는 법안은 영국성공회 전통주의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또 이번 법안이 보수성향의 영국성공회교인들을 사도적 전통아래 있는 카톨릭으로 개종하는 것에 더욱 가속화 시킬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전통주의자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깊이 실망하고 당혹스럽다. 우리에게는 성공회를 탈퇴하는 것 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영국 성공회는 이 법안에 대한 공식 논쟁을 오는 7월 잉글랜드 북부 요크에서 열리는 성공회 총회에서 가질 예정이다. 이후 성공회 총회 토론을 거처 향후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최초의 여성 주교가 탄생하려면 2014년 쯤 윤곽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여성에 대한 주교 서품은 동성 결혼, 동성애자의 사제 서품과 함께 성공회 내에서 가장 큰 논쟁이 되어온 이슈였다. 성공회는 1942년 홍콩에서 첫 여성 사제가 등장 했다. 현재 캐나다·뉴질랜드·호주·쿠바 등 여성 사제를 인정하는 전세계 15개 성공회 지부에서도 여성 주교의 임명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 94년 서품된 후 2006년 여성의 몸으로 첫 미국 성공회 수장에 오른 캐서린 제퍼트 셔리 대주교가 대표적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