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신학자와 목회자의 만남, “늦었지만 뜻 깊었다”

한국기독교학회 ‘신학자가 목회자에게 듣는다’ 행사 열어

▲왼편에 신학자들, 오른편에 목회자들이 앉아 있다. 이날 신학자들은 목회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기만 했다. ⓒ이지수 기자

한국 최대의 신학자 그룹인 한국기독교학회가 학회 창립 후 최초로 목회자들로부터 직접 신학적 제언을 듣는 행사를 가졌다. 기독교학회는 13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신학자가 목회자에게 듣는다’ 행사를 열었다.

직사각형 모양으로 배치된 테이블의 좌편에는 기독교학회와 13개 지학회를 대표하는 신학자 23명이 앉았고, 우편에는 한국교회의 영향력 있는 목회자 15명이 앉았다. 흡사 대결구도를 띈 모습이었다.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김형준 목사(동안교회) 등이 초대됐고 7년 전 대학강단을 떠나 목회하기 시작한 신학자 겸 목회자 김지철 소망교회 목사가 사회를 봤다.

정장복 학회장(한일장신대 총장)은 인사말에서 “신학과 목회의 간격이 점점 벌어지고 있다. 우리 신학자들은 학문에만 관심을 두고 목회 현장의 소리에 귀기울이지 못하였음을 자성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한국교회에 많은 영향을 주고 계시는 목사님들을 모시고 신학자들에게 필요한 말씀을 듣고자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장복 회장은 “목회를 하다가 대학교수로 갔을 때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신학교가 이론의 울타리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처럼 이날 행사에서는 “신학교의 커리큘럼이 이론에 치우쳐있다” “신학생 영성훈련이 부족해서, 신학생들이 사역자로 부임하면 재교육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신학교수들도 영성이 메말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정장복 회장은 “오늘 우리(신학자들)는 입 딱 다물고 경청만 하겠다. 무엇이든 말해달라”고 했다. 실제로 2시간 반 동안 신학자들은 메모를 하거나 듣기만 했고, 목회자들에게만 발언권이 주어졌다. 정장복 회장이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감사하다”며 고개 숙여 인사하게 한 목회자들의 이날 발언을 발언자별로 정리해본다.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가 신학자들을 바라보며 발언하고 있다. ⓒ이지수 기자

’직언’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

신학자와 목회자 사이에 매우 큰 갭이 있다. 신학자들의 무대가 학교이다 보니 이론에 치우치고 현장성이 약할 수 밖에 없다. 한 신학자는 ‘교회성장’이라는 말만 나와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더라.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니 그럴 수 밖에 없겠다, 라고 이해하면서도 아쉬움이 생긴다. 신학생들을 교회에서 (사역자로) 받아서 보면 정말로 새롭게 시작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학자도 목회자도 아닌 아주 어정쩡한 사람을 만들어서 내보내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목회자로서의 자질을 신학교에서 길러줘야 한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신학을 신학자들이 논하였으면 한다.

’솔직’ 김지철 목사(소망교회)

신학교에 20년쯤 있다가 7년쯤 전에 목회 현장에 갔다. 나는 신학교에서는 ‘사람 수 좀 세지 말라’고 가르쳤는데, 교회에 와 단 위에 서보니까 ‘저기 자리가 비어있네’ ‘매일 보던 사람이 안 보이네’ 하면서 숫자부터 생각되더라. 헌금이 관심이 생기고. 그러나 이것은 ‘긴장’이라고 생각한다. 신학과 목회의 상관성은 ‘긴장’이고, 만일 이 둘 사이의 긴장관계가 깨지면 다이내믹함이 안 생겨 성숙과 성장의 길이 막힌다.

목회자들은 교인들이 사랑해주고 존경해주고 우리 목사님 최고라고 하니까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크다. 한국교회의 위기가 신학자들로부터 온 것도 있지만 목회자들이 자초한 것이 80프로 이상이다. 신학자들께서 목회자들이 늘 긴장할 수 있도록 신학적으로 이끌어주시기를 부탁 드린다.

’아카데믹’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이윤재 목사(분당한신교회)

박종화 목사- 6년 공부해서 목회자 되는 시스템인데, 단 6년 동안 공부한 것을 가지고 계속 목회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목회자가 된 후에도 신학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마쳐야 하는 학부와 대학원에서는 응용신학보다 기초신학을 가르쳐주셨으면 한다. 응용신학은 현장의 목회자들이 계속적으로 배워나가야 하는 분야로서, 학교에 등록하여 학위를 따는 방식 말고 다른 방법으로 응용신학을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한국교회가 협력해서 마련했으면 한다. 신학자들이 목회 현장을 체험해보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안식년을 활용하여 목회 현장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윤재 목사- 신학교가 ‘목회 매뉴얼’을 가르쳐주는 곳이 아니다. 신학교는 기본적인 신학적 소양을 길러주는 곳이며, 목회자는 그것을 바탕으로 평생토록 신학과 목회를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학교는 개선할 몇 가지가 있다. 신학교수들은 단순한 선생님적 사명이 아닌 ‘스승의 사명’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 성경지식을 가르쳐서 현장에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처럼 제자들을 길러서 내보낸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에 멘토링과 영성훈련의 강화가 요청된다. 또, 목회자들이 자부심을 갖고 신학교에서 강의할 수 있도록 해달라. 목회자들은 보통 시간강사의 형태로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마치 ‘당신이 박사학위도 없고 학문적으로도 뛰어나지 않지만 그래도 경험이 있으니 강의해도 좋다’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에서 목회자가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충분히 살리기 힘들다.

’영성’ 곽주환 목사(베다니교회)

내가 신학교 다닐 때는 신학의 내용 익히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목회 현장에 와서는 목회 노하우에 관심 가졌다. 그러나 지금은 신학이나 노하우보다 더 중요한 게 ‘목회자의 성품’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 사람이 성품 바른 목회자로 잘 세워졌을 때 그 영향력이 얼마나 큰가? 목회자의 성품의 핵심은 ‘영적 민감성’이다. 영적 민감성이 있을 때 하나님의 말씀도 더 잘 전할 수 있고 성도들에게 꼭 필요한 상담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신학교에서 ‘경건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영적 민감함은 하루 아침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므로 오랜 시간을 두고 규칙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경건훈련을 위한 양서 50권~100권을 한국기독교학회 같은 데서 추천하여 각 신학교의 학생들로 하여금 읽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장복 회장은 “다음에는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이 서로 ‘대화’하는 모임을 갖자. 이렇게 대화하는 전통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좋다”고 말하며 폐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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