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WCC 부산 총회 한국교회 전체의 축제가 돼야

예장 통합, 20일 WCC 신학세미나 개최

▲ 조성기 사무총장이 이정환 목사 등의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조 사무총장은 질의에 최근 교단의 WCC 준비 현황을 덧붙이며, WCC 10차 총회가 NCCK 소속 교단 뿐 아니라 복음주의권과 오순절권도 참여하는 한국교회 전체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는 교단의 입장을 전했다 ⓒ김태양 기자


세계교회 속 한국교회 역할에 기대

복음주의에 대한 에큐메니컬 관점 조명도 필요해

20일 노원구 장석교회에서 열린 WCC 신학세미나은 세계교회협의회(WCC)에 대한 예장 통합의 교단 차원 인식 재고를 위한 자리였다.

WCC 회원 교회이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소속 교단이기도 한 통합은 2013년 부산 WCC 10차 총회를 유치하는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그러나 중도적 입장임을 자처하는 자체 해명과 달리 WCC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편견을 드러내온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목회자들의 비율이 높아 고심해왔다.

조성기 사무총장은 세미나 종반부에 교단 목회자와 장로들이 제기하는 우려에 대해 WCC와 관련해 기존에는 기감 일부와 기장이 NCCK와 더불어 주도해왔으나 그렇게 되면 WCC 10차 총회의 한국 유치가 갖는 깊은 뜻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를 역으로 내비쳤다. 이어 WCC의 높은 비전에 헌신하기 위해서는 WCC 10차 총회가 복음주의권과 오순절권도 참여하는 한국교회 전체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는 교단의 확고한 입장을 전했다.

조 사무총장은 9월까지 한국 준비위원회를 꾸려야 하는데 이와 관련한 견해 차이 때문에 지난 반 년 동안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조 사무총장은 최근 들어 지난해 당시 WCC 총회 유치위원장이었던 김삼환 직전 총회장과 NCCK 권오성 총무, 준비위원장이었던 NCCK 국제위원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기장), 영남신대 박성원 교수(통합), WCC 실행위원이자 중앙위원인 NCCK 정해선 국장(감리교)과 통합, 기감, 기장, 성공회 4개 WCC 회원교단 총무로 이루어진 9인 위원회에서 진전이 이루어져 다음 주 중으로 어떤 결론이 나리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아울러 실무를 담당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각 교단에서 파송한 대표 등으로 이루어진 32인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으며, 세계복음주의연맹과 예장 합동 등에서 이미 내부적으로 이해와 협조가 상당부분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조 사무총장은 WCC 회원교회인 국내 4개 교단 중 실질적으로 통합이 WCC 총회 준비를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새롭게 펼쳐가야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세계교회의 방향을 한국교회가 이끌어가기 바란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개회예배와 3차례에 걸친 강연에서는 세계교회협의회와 한국교회에 대한 고찰을 시작으로 WCC 10차 총회의 의의를 탐색했다. 또한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 선교의 통합적 과제와 전망에 대해서도 다뤘다.

설교를 맡았던 장석교회 이용남 목사(WCC 제10차 총회준비위원장)는 전 세계를 향해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한국교회가 WCC를 이끌며 하나님의 뜻을 발견해 갈 것을 주문했다. 김용복 목사(한국생명학연구원)는 세계 에큐메니컬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세계교회들이 한국교회가 세계교회를 위해 지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봉사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일 교수(장신대, 선교학)는 한국교회가 갖고 있는 근본주의에 가까운 복음주의적 열정 배후에 있는 자기중심적 배타주의의 편협한 역기능을 지적했다. 그는 19세기와 달리 21세기는 더 이상 복음을 모르는 미개지가 존재하지 않기에 "선교하는 이들에게는 '선교' 보다는 '선교 동역'이 절실하다"며 필리핀과 남미 등지에서 현지교단 소속 교회들과 보수 성향의 한인 선교사들 간의 마찰을 언급했다. 한 교수는 복음주의 신앙의 개인주의와 교회중심주의에 치우친 편향성을 극복하고 구체성, 역사성, 세계사적 지평을 회복해 하나님 나라로 변화시켜 가기 위해서는 복음주의 신앙을 에큐메니컬 관점에서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성원 교수(영남신대, 실천신학, WCC 중앙위원)는 WCC에 대해 한국의 보수 교회들이 오해하고 있는 많은 쟁점사안들을 선별해 하나씩 해명하며, 한국교회가 초기부터 장로교회, 감리교회, 성결교회가 함께 복음을 증거 하는 등 에큐메니컬 운동을 해 온 교회임을 강조했다. 나아가 한국교회가 WCC 총회를 준비하고 주관하는 경험을 통해 한국교회라는 좁은 테두리를 벗어나 세계적, 우주적 지평에서 하나님의 역사 이해를 도모하고 한국교회의 에큐메니컬성을 더욱 심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당초 서울강북지역 노회가 참여키로 했던 이번 세미나에는 많은 목회자들이 참석하지는 못해 보수적 정서의 높은 벽을 실감케 했다. 총회 측은 에큐메니컬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나 대다수의 목회자들은 에큐메니컬 운동에 무관심하거나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교단 내부의 이런 정서를 거스르고 WCC 총회 유치를 해낸 일이 적절한 일이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총회 관계자는 "맞는 말이다. 통합은 보수적인 합동에 비하더라도 결코 진보가 아니다. 총회 등 일부 목회자들만이 에큐메니컬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대다수의 목회자들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통합은 총회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는 전통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교단이 WCC 총회 유치에서 한 역할을 담당해냈고 또한 그렇게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합이 향후 WCC 총회 준비에 있어서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밝히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나 에큐메니컬 운동과 한국교회 위상 제고는 구별될 필요가 있다. 축적된 역량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일보다 우선되거나 시급한 일은 얼마든지 있다. 지금 통합을 비롯한 한국교회의 에큐메니컬 운동에 깃들어야 할 자세는 ‘겸허함’일 것이다. 왜냐면 부산에서 열리는 10차 WCC 총회는 한국 교회가 ‘처음으로’ 주최하는 세계 기독교인의 축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아직 WCC를 오해하거나 반대하는 기독교인이 많고, 그들을 동참시키려는 진지한 노력 또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희생’이 또한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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