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인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긴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나니” (누가 12:2)
우리 사회의 민주, 평화, 생명을 위해 기도해 온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오늘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에 의해 침몰했다는 민관합동조사단의 발표를 보고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먼저 우리는 이번 조사가 조사단의 구성과 출발에서부터 공정성과 객관성을 지닐 수 없는 조사라는 점에서 분명한 한계를 지닌 조사였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군과 국방부가 오히려 주체로서 모든 것을 통제하면서 조사를 진행한 것은 첫 단추부터 공정한 조사를 위한 최소한의 형식과 절차를 무시한 처사이다. 또한 이번 조사는 6.2 지방선거 운동 개시일에 맞추어 발표를 서두름으로써 그 정치적 배경을 의심하는 국민들이 늘어가고 있다. 만약 만에 하나라도 이런 북풍을 이용해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한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면 이는 천안함에서 죽어간 장병들의 숭고한 피를 더럽히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이번 발표는 그 내용에서 조차 대다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의혹들을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해명하지 못한 의문투성이의 발표가 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우리는 다음의 같은 의문을 제기 하지 않을 수 없다.
1. 사실 규명에 가장 중요한 동영상(TOD) 중에서 침몰하는 순간을 담은 부분만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천안함 내부 CCTV와 교신 기록도 공개해야 한다.
2. 어뢰에 의한 수중 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버블효과에 의한 침몰이라면 거대한 물기둥 목격이 처음부터 증언되었어야 하고, 생존자 중에 장과 고막 파열환자, 골절과 열창 환자들이 나타나야 하는데 이러한 일반적인 현상들이 거의 없다.
3. 당시 사고 지점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합동군사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전문적으로 대 잠수함 업무를 담당하는 미국의 이지스함도 있었으며, 초계함인 천안함의 주 업무가 경계, 정찰 업무임을 감안할 때, 한국과 미국의 최첨단 함정 13척이 훈련 중임에도 북한 잠수정의 근접과 어뢰 발사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4. 한준호 준위가 해저 수색활동 중 사망한 지점은 천안함의 함수나 함미 부분이 아니라 제3의 지점이었는데, 수몰 장병들을 구하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때에 한 준위는 왜 함미 부분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무슨 작업을 하다가 순직한 것인가? 그의 위령제에 왜 주한미국대사와 주한미군사령관이 참석하여 유족들을 위로하고 위로금을 전달했는가? 항간에 떠도는 미국 핵 잠수함과 우리 천안함 사이의 오인 공격설 또는 충돌설에 대해서도 해명해야 한다.
5. 사건의 실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천안함 승무원들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철저하게 격리되고 통제되고 있다. 이들의 진술을 허용하지 않고 격리와 통제로 일관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이번 합동조사단의 발표대로 우리나라 해역에서 훈련 중인 해군 함정에 북한군 잠수정이 근접하여 어뢰를 발사하고 유유히 도주할 때까지 아무도 모른 채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라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엄중한 책임을 진 대통령을 비롯하여 실무책임자인 국방부장관, 합참의장, 해군참모총장은 국민 앞에 엎드려 사과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이처럼 엄청난 국가 안보의 위기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합동 조사단의 발표는 그 동안 이 사건에 대해 제기되어온 여러 가지 의혹을 해소시키기는커녕 또 다른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처럼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한 국가의 책임적 지도자들이 할 일이 아니다. 따라서 실체적 진실을 위해 새롭게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되, 야당과 민간 전문가들이 포함된 새로운 조사위원회를 설치하여 한 점 의혹도 없는 실체적 진실을 밝힘으로써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우리는 다시한번 천안함에서 죽어 간 분들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유족들에게 하늘의 위로가 함께 하길 빌며 앞으로도 이 사건에 대한 진상과 처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2010년 5월 20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평화통일위원회위원장 권영종
교회와사회위원회위원장 전병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