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다름보다 같음을 찾아가는 한국교회일치운동

10주년 맞은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포럼 성공회 성당서 개최

▲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운동, 성과와 전망"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는 패널들 ⓒ김태양 기자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포럼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그간의 성과와 전망을 살피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오후 5시 지하예배당에서 기장, 예장, 가톨릭, 성공회, 감리교, 구세군 등 각 교단별 대표와 학계 인사들이 모인 가운데 감사예배로 시작했다.

만찬 후에 이어진 포럼에서 김희중 대주교(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위원장)는 하나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은 변하지 않으며 성령께서 풍요로운 결실을 맺게 하실 것이라는 인사말을 전했다. 김근상 주교(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도 이제까지의 포럼에 어떻게 다른가를 이야기할 뿐 아니라 무엇이 같은가를 찾아가는 작업이 덧붙여져야 할 것이라는 뜻을 피력했다. 권오성 총무도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포럼의 취지가 보다 확대되어서 한국교회에 도전을 주기 원한다는 희망을 전했다.

10주년을 맞은 일치포럼의 성과에 대해 기조강연을 맡은 한신대학교 총장 채수일 목사는 총 9회에 이르는 일치포럼의 주제와 형식을 개별적으로 조명하며 지난 포럼이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 위원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중심이 되어 정교회, 오순절 교회, 개혁교회, 감리교회 사이의 대화로 확대되어 간 과정이었다고 정리했다.

채 총장은 포럼 이외에도 양 기구가 신학자 모임을 후원하며 마리아론, 성례성사, 칭의론 등 쟁점이 되어왔던 신학적 논의도 진전시켜왔음에 주목했다. 또한 학문적이고 실제적인 일치 노력 외에도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인권운동을 중심으로 가톨릭과 개신교가 활발하게 연대했었던 1970년대를 술회하며, 최근 생명의 강 살리기를 중심으로 다시 불붙기 시작한 두 교회와 종교를 넘어선 종교인들의 기도와 연대는 일치운동의 오래된 그러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분열상과 다양한 견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왜 교회가 하나 되어야 하느냐는 물음을 던지며 채 총장은 교회일치에서 중요한 것은 획일화가 아니라 정체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교회의 일치가 조직의 통합이나 신학의 통일을 통해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 사건에 참여하는데서 성취된다고 역설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의 성과에 우선적인 초점이 맞춰졌다. 장신대에서 에큐메니즘 과목을 처음으로 도입한 이형기 목사(장신대 명예교수)는 지난 포럼에서 다루어졌던 주제들이 주로 순수 신학적인 주제가 많았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10년 전 일치포럼을 출범시킨 공헌자인 김광준 신부는 포럼이 출범하게 된 역사적 경위를 설명하며 이제는 다름이 아니라 같음을 찾아가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송용민 신부(인천 가톨릭대 교수)는 학생 지도 경험을 들며 교회일치운동은 이론 보다 현장 경험이 중요하기에 만남과 사귐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심광섭 목사(감신대 교수)도 5년 전부터 일치포럼에 참석하면서 포럼에서 논의되는 것들이 이론으로 그치지 않고 교회 안에서 현실화될 수 있는 것들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던 점이 소득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패널들은 세계교회일치운동의 흐름을 소개하며 한국교회일치운동의 과제를 나열했다. 이형기 목사는 기독교인의 기본적인 정의로부터 가톨릭과 개신교, 성공회, 정교회가 대화를 시작해가야 한다며 가톨릭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제21회 공의회)에서 주창된 영적 에큐메니즘에 주목했다. 이에 송용민 신부는 영적 일치운동이 나오게 된 배경을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하며,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공통적인 성령으로 말미암은 영적 감각이 공유되어야 하고 신학적 대화를 위한 공통적 지평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송 신부는 나와 생각이 다른 이들과의 대화를 위해 해석학적 지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펼치며 신학생과 목회자들로 하여금 체계적 대화를 가능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광준 신부 역시 신학 교육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성공회와 기장의 교회 일치 대화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교단적인 차원의 가시적 교회 일치에 대한 희망을 내비쳤다.

한편, 감신대 신학생임을 밝힌 한 참석자가 교회 일치운동이란 상층의 지식인 계층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며 일선 목회현장에서는 이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가 어렵다고 전하자, 참관하고 있던 박경조 주교가 한국교회에는 교회성장과 부흥에만 관심을 갖는 목회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며 교파의 장벽을 뛰어넘어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함께 고민을 나누는 젊은 목회자들이 많다고 답변했다.

일치운동의 전망에 대해서 이형기 교수는 가톨릭과 정교회, 성공회, 개신교가 서로 공유하고 있는 것을 다룰 뿐 아니라 당면한 사회적 이슈를 함께 풀어갈 것을 주문했다. 김광준 신부는 앞서 언급한 성공회와 기장의 일치 대화와 더불어 2013년 WCC 부산 총회가 개신교 뿐 아니라 가톨릭의 공동 참여의 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광섭 목사는 개신교가 가톨릭의 목자와 성자 전통을 배웠으면 한다는 개인적 바람을 전하며 개신교 전통에서 믿음과 은총만이 아니라 사랑이 더 강조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나타냈다. 송용민 신부는 현실적으로 가톨릭과 개신교 등이 용어의 통일을 시도해 봐야하지 않겠냐는 주장을 조심스럽게 내놓으면서도 이러한 문제는 위로부터의 관심이 중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끝으로 사회를 맡은 김기석 신부(성공회대 신대원장)는 삼위일체 등의 핵심교리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 성공회는 '우리는 이런 것을 믿는다'고 말하지 않고 '잠정적인 것이지 불변의 것이 아니다'고 본다는 앵클리칸 정신을 소개했다. 김 신부는 그러한 정신이 교회일치운동에 참여하는 각 교회들에게 영감을 주기 바란다는 뜻을 전하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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