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성명]현 시국에 대한 대한성공회 전국의회 입장

아래 입장은 대한성공회 성직자원의 입장입니다.

4대강 개발사업과 천안함 사태 관련 현 시국에 대한 제 23차 대한성공회 전국의회 입장

우리 대한성공회는 주님의 몸된 교회로서 주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하고 이 땅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하는 일에 순종하고 있다. 우리는 이 시대 물신주의로 인해 파괴되어가고 있는 자연세계의 생명가치를 보존하고 동족상전(同族相戰)과 분단의 아픔을 넘어 남과 북이 평화롭게 살아가도록 인도하는 일이야말로 교회의 책무임을 믿는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들의 믿음 앞에 짙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인간들의 무분별한 개발정책으로 인해 생명의 젖줄인 강이 파괴되고 있고 남과 북의 상호불신이 급기야는 46명 해군장병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천안함 사태를 초래하고 말았다. 국민의 70%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은 오늘도 밤낮없이 진행되고 있고 그 어떠한 이념의 장벽도 막을 수 없는 대북인도적지원사업과 남북민간교류가 전면 중단될 위기를 맞고 있다. 또한 지금의 이러한 현상을 두고 국론이 분열되고 있으며 주님의 몸된 지체들까지 양분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신앙은 그 어떠한 이념이나 신념보다 강하다. 지난 그리스도교 역사 속에서 신앙의 선조들은 그 어떠한 시련 속에서도 주님을 향한 사랑과 주님의 가르침을 저버리지 않았다. 성서와 전통 그리고 이성을 통해 이 시대 주님의 증언자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우리 대한성공회는 지금의 현실이 매우 위급한 상황임을 직시하고 한국교회와 위정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한다.

첫째, 한국교회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회개하기를 호소한다. 물신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의 자화상을 회개하기를 원한다. 경쟁의 가치로 내몰고 있는 교권주의와 교회 물량주의를 깊이 회개하기를 원한다. 주님의 공의 앞에 온정주의와 배타주의로 불의를 덮고자 하는 일은 주님께 죄를 범하는 일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 자매된 우리가 서로의 입과 귀를 멀리하는 일은 화해와 일치를 통해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라는 주님의 가르침에 불순종하는 죄를 범하는 일이다. 우리가 먼저 회개하지 않고 우리가 먼저 주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한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외침은 요란한 꽹과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둘째, 현재 진행되고 있는 4대강 개발사업이 중단되기를 호소한다. 4대강 사업이 진정 중요한 일이라면 더욱 더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4대강 사업이 진정 중요한 일이라면 시기를 다퉈 졸속으로 추진될 일이 결코 아니다. 강은 자연의 혈관이며 젖줄이다.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병이 생기듯 강의 흐름이 막히면 강은 병들고 이 땅의 생명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강의 주인은 우리 인간만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모든 생명체들이다. 또한 오늘의 강은 대대손손 이어져야 할 유산중의 유산이다.

셋째, 남과 북은 강경한 대응을 자제하고 대화의 장을 열어나가기를 호소한다. 이 땅의 백성들은 제 2의 동족상전(同族相戰)의 아픔을 원치 않는다. 이 땅의 후손들에게 수치스러운 폭력과 분열의 역사를 물려주기를 원치 않는다. 남과 북이 화해하고 하나되는 일은 주님의 뜻이다. 지난 역사를 통해 남과 북이 만나고 서로의 어려움을 위해 나눔운동을 실천한 일은 주님의 은총이었다. 주님의 은총을 거스르는 일은 크나 큰 죄악을 범하는 일이다. 오늘도 수많은 북녘의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굶주림에 고통받고 있다. 이들을 위한 나눔운동은 정치이념과 정책을 뛰어 넘는 일이다. 그 어떠한 일이 있어도 민간차원에서 진행되는 나눔운동은 결코 멈춰서는 안된다.

올해는 한일강제병합 100년과 한국전쟁 60년 그리고 6.15선언 10년이 되는 해로서 역사 속에 임하시는 하느님의 은총을 기리고 새시대를 열어 나가야할 때이다. 우리들의 호소가 한국교회와 남북의 위정자들에게 받아들여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우리 안에 있는 막힌 담이 헐리고 새시대를 향한 생명의 바람이 흘러넘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2010년 6월 1일(화)


제 23차 전국의회 참석자 일동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