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교회의 주인은 특정 교단이나 개인이 아닌 교인들임을 명시하는 판결을 내려 주목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05년에 터진 교회 내 분쟁 사태로 그동안 지리한 법정 공방을 벌여온 풍납동 광성교회 이성곤 목사 지지측 교인들은 지난달 27일 이 같은 내용의 법원 판결문을 받아 보고, 환호했다.
1심, 2심에서도 져 큰 기대를 걸지 않았기에 더욱 값진 승리였다. L 장로는 "사실 판결문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광성교회 교인들은 짐을 꾸리고, 정든 교회를 떠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진실은 우리의 편이었다. 마음을 다 비우니 하나님이 뜻밖의 선물을 주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대법원은 이성곤 목사 외 11명이 낸 명도소송에 대한 상고의 건에 상고인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성곤 목사측 교인들이 교단이 아닌, 교회를 탈퇴하였느냐는 점을 주목했다.
대법원은 "교인들이 교단탈퇴결의를 한 경우, 교회에서 탈퇴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교회를 탈퇴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는지 ▲종전 교회와 다른 교리와 예배 방법을 추종하게 되었는지 ▲종전 교회와 다른 명칭을 사용하거나 종전 교인들을 배제한 채 독립적인 조직을 구성하거나 새로운 목사를 추대하는 등으로 별도의 신앙공동체를 형성했다고 볼 수 있는지 ▲종전 교회와 다른 조직임을 전제로 하는 주장이나 행위를 하였는지 ▲교단변경결의가 유효하지 않은 경우에도 교회를 탈퇴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 등의 사항이 고려되어야 함을 분명히 했다.
이어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고려사항들을 세심하게 살펴, 과연 피고 교회가 별개의 실체를 갖춘 독립된 교회인지, 피고들이 광성교회를 탈퇴해 교인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였는지에 관해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이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다"며 피고 이경기, 이창훈, 우종구 등의 상고를 받아들여 이 부분에 관한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실제로 이성곤 목사 지지측 교인들은 독립된 교회를 이루지도, 교회 명칭을 바꾸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교회를 떠나 제 3의 곳에서 예배를 드리지도 않았다. 게다가 광성교회 명의로 내야 할 세금도 꼬박 꼬박 내는 등 ‘광성교회’ 교인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고등법원은 명도소송에서 예장 통합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당시 고등법원은 이성곤 목사 지지측의 교인들을 ‘예장합동 서북노회’라는 실체로 파악,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2005년 이성곤 목사 지지측 교인들은 교단변경 결의를 한 뒤 ‘예장합동 서북노회’에 가입을 시도한 적은 있으나 분쟁 상태에 있다는 이유로 실제 가입하지는 못했다.
한편, 교인으로서 지위를 되찾은 이성곤 목사 지지측 교인들은 향후 적법한 절차를 거처 광성교회 예배당으로 진입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평신도대책위원회(위원장 이성권 집사)는 관련 회의를 열고, 민주적 절차로 교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예배당 진입 날짜 및 방식 등을 정할 예정이다. 진입 이후에는 교인 총회를 열고, 새 당회장을 선출해 교회의 정상화를 찾아가겠다는 각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