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죽음의 신비 - 죽음과 부활에 대한 정교회의 신학> ⓒ정교회출판사 |
기독교는 인간이 사후에 지옥이나 천국 즉 ‘사후세계’에 간다고 가르친다. 또 영원에 비해 100여년 인생은 찰나와 같은 것이라고도 가르친다. 그러나 이 같은 사후세계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신학은 이 문제를 잘 다루지 않는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사후세계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만 이것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주는 교회도 거의 없다. 그래서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 정교회출판사가 그리스정교회의 30년 스테디셀러 <죽음의 신비-죽음과 부활에 대한 정교회의 신학>을 번역 출간했다. 니콜라오스 바실리아디스(그리스정교회 신학공동체 ‘소티르’ 소속, 82세)는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한 고찰을 500여 페이지에 빼곡히 펼쳐놓았다.
베일에 가려져있는 사후세계를 다뤘기 때문일까?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책은 상당히 재미있다. 이를테면 ‘임종 직후에 인간의 육체와 영혼은 어떻게 되나?’ ‘천국과 지옥은 실제로 존재하나?’ ‘연옥은 있나?’ ‘윤회는 있나?’와 같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인간의 죽음을 창조론, 인간론, 구원론, 종말론과 연결시켜 해석하기도 한다.
바실리아디스는 7살 때 모친을 여읜 경험이 “잊지 못할 충격”이었다고 한다. 이에 신학공부를 하는 내내 종말론과 죽음의 문제에 심취하였고, 답을 찾기 위해 성서와 사도들의 가르침, 그리고 다양한 교부들의 저서를 연구했다. 그래서인지 책의 내용은 인용한 사도 또는 교부들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 하나로 집약되기도 한다. 인용 출처는 주석을 통해 잘 밝혀놓았다.
그는 죽음이 영원으로 넘어가는 통로라고 말했다. 또 죽음을 통해 인간은 죄의 굴레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있기에 죽음은 은총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너무 ‘삶’의 문제에만 천착해있다고 한다. 이러한 경향을 기독교출판계가 여실히 반영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책 <죽음의 신비…>는 그 제목만으로도 음영을 한껏 드리운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깊은 묵상은 삶의 고뇌와 번잡함을 뚫고 생명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하는 첫 단추임에 틀림 없기에, 30년 만에 한국에서 빛을 본 이번 책이 가져다 주는 무게감이 반갑다.
◈신간 <죽음의 신비…>에서 말하는 인간의 죽음
Q : 인간은 왜 죽나?
A : 죄 때문이다. 만약 아담이 창조주의 뜻을 온전히 깨닫고 있었다면 ‘실존하는 하느님’과 닮았을 것이며 영원히 부패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담은 창조주의 계명을 지키지 않았고 기어이 영적 죽음과 육체의 죽음을 불러왔다. 그리고 그때부터 인간은 언젠가 한 번은 죽을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인간은 죄를 저질러서 하나님과 분리되는 ‘영적 죽음’을 맞게 되었고 이는 ‘육체의 죽음’까지 초래하게 되었다.
Q : 몸의 부패를 ‘은혜’라고 하는 이유는?
A : 몸의 부패는 아주 혐오스러우며 완전한 생명의 말살로 보이지만 사실은 하느님의 큰 축복이다. 죄는 몸과 함께 죽고, 몸은 죄를 떨쳐버리고 부활한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사악한 자가 뿌려 놓은 죄에 오염되고 지배되는 것을 보면서 영원히 그 폐해 속에 살아가지 않도록 죽음과 몸의 부패를 허락하셨다.
Q : 임종 직후에 사람은 어떻게 되나?
A : 죽음을 맞은 육신이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처럼 육신과 이별을 고하고 영원한 거처로 옮겨가는 영혼도 영적 세계의 형제들에 의해 둘러싸인다. 즉, 선한 영혼은 선하고 환한 빛의 천사들에 둘러싸이고 죄인의 영혼은 사악하고 어두운 악령들에 둘러싸인다. 영혼은 독자적으로 생명으로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갈 때 인도자가 필요하듯 육신과 이별한 후 다른 생명으로 옮겨가는 영혼에게도 역시 인도자가 필요하다.
죽음의 시간에 영혼은 사탄에 의해서 아주 섬세하고 날카로운 검증을 받는다. 선한 천사와 악한 영 사이에는 영혼을 서로 차지하기 위한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처절한 투쟁이 존재한다. 만약 회개하지 않고 죄를 씻지 못한 채 떠나는 영혼이 있다면 악한 영들은 갖은 이유를 대며 그의 영혼을 자기 수중에 넣으려 할 것이다. 반면에 회개를 통해 죄를 씻고 떠나는 영혼에 대해서는 그 어떤 짓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악령은 끝까지 선한 영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계략을 다 꾸민다 … 그렇다고 거룩한 천사들이 악령의 손에 영혼을 맡기진 않는다. 영혼의 검증 시간이 되면 천사들도 영혼의 선한 업적에 걸맞는 것을 내놓는다. 특히 거룩한 천사들은 악령들과 얼굴을 맞대고 영혼의 선한 업적을 계산한다. 만약 그 영혼이 경건하게 또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을 살았다면 천사들의 호위 속에 말할 수 없는 복된 기쁨과 영원한 생명이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된다.
Q : 죽음에 대해 그리스도인들이 가져야 하는 자세는?
A : 그리스도인들은 죽음을 죽음으로 보지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현세와 내세, 생물학적 삶에서의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며 죽음 속에서 새롭고 영원하고 끝이 없는 생명의 의미를 고찰하도록 신자들을 독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