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미나 후 전체토론에 참여하고 있는 패널들. 왼쪽 끝부터 김일현 목사(국수교회), 전병식 목사(배화여대 교목실장, NCCK 문화영성위 부위원장), 민호기 목사(대신대 교회실용음악과 교수), 조인형 교수(성공회대 교회음악과 교수), 홍성훈 마이스터(오르겔 바우 대표), 김세광 목사(서울장신대 예배설교학 교수) ⓒ김태양 기자 |
한국교회의 청년예배(젊은이 예배)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10일 성공회 주교좌성당 프란시스홀에서 열렸다.
NCCK 문화영성위원회 등이 공개 세미나에 내건 표어는 "젊은이 예배! 확 바꿔라!"였다. 세미나는 전통적 예전에서 사용되어온 악기의 존재 의미를 짚어보는 것으로 시작해 전통적 예전과 청년예배의 만남을 고찰하고, 근래의 찬양 중심의 젊은이 예배에 대해 진단하고 모색해보는 자리였다.
그러나 세미나 발제자들은 이른바 청년예배의 개념조차 모호한 상황에서 현상적으로 회자되고 있는 청년예배의 한계점과 문제점들을 전통적 예전과의 비교 속에서 드러내면서도 전통적 예전 자체에 대해서는 보류적인 입장을 취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전병식 목사(배화여대 교목실장, NCCK 문화영성위 부위원장)는 먼저 현대 개신교의 전통적 예전에 대해 살펴본 후 한국 개신교회의 청년예배와 관련된 체계적 연구가 부재한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 대형교회의 청년예배를 "찬양을 중심으로 한 열린 예배이면서 설교를 중심으로 하는 말씀의 예배, 그리고 말씀을 강조하면서도 젊은이로서의 사회에 대한 헌신이나 책임 등을 권유하며 서로에게 봉사하라는 교제 중심의 예배"로 규정하며 복합적 성격을 부각시켰다.
전 목사는 청년예배에 전통적 예전의 요소들이 빠져 있음을 지적하며 ‘교회 안의 또 하나의 교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형식이나 예전의 부분에서 기독교의 전통적 유산을 회복하자는 '이머징 예배(Emerging Worship)'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부정적 답변을 내놓았다. 이머징 예배가 추구하는 전통적 예전의 의식과 상징들이 불교나 가톨릭의 이미지와 혼합될 염려도 있고 지역교회만이 가지는 공동체적 가치를 훼손할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머징 예배는 예배론으로 끝날 논의가 아니라 일종의 교회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 발제자인 민호기 교수(대신대 교회실용음악과 교수)는 '찬양 중심'의 젊은이 예배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찬양 예배가 가지는 장단점을 구분하는 것으로 논의를 전개해 나갔다.
민 교수는 찬양 예배로 인해 기존의 예배가 설교 중심에서 보편적인 '말씀' 중심으로 쉽게 구현될 수 있었고, 예배의 역동성이 회복되었으며, 음악을 통한 문화 선교 사역의 접촉점이 발견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역 개념의 상실'이라는 심각한 손실과 전문가의 부재, 전통적 예배 형식의 해체와 그 자체의 또 다른 정형화, 세상과의 소통가능성 약화(본래 CCM 등은 복음의 메시지를 담은 트렌디한 음악으로, 세상과의 소통 가능성을 열어둔 음악임-민호기 발제문)를 역으로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대적 예배는 전통적 예배의 전화한 형태도 아니고, 전통적 예배가 본질이고 현대적 예배는 형식이라는 생각도 잘못되었다고 본다며 '성경적 균형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발제에 이어진 토론에서는 앞선 발제자 외에 일선 목회자와 교회음악과 교수, 악기 제작자 등 다양한 패널들이 참여해 먼저 논의를 진행했다.
양평 국수교회에서 시무하고 있는 김일현 목사는 세대 간 갈등 구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청년예배라는 발상 자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그것이 소수의 대형교회들에서만 가능한 예배임을 들며 한국교회의 보편적 현상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김 목사는 모든 교인들과 초신자들까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는 '하나의 예배'가 중요하며 그것이 바로 예배의 본질임을 강조했다.
반면, 한 장소에서 다양한 교파의 특색 있는 예배가 순차적으로 드려지는 미8군에서 군종으로 복무한 경험을 들며 조인형 교수(성공회대 교회음악과 교수)는 일치가 좋기는 하지만 다름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앞서 전통적 예전에 비춘 젊은이 예배에 대한 견해를 발표했던 발제자들도 좀 더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민호기 교수는 어쿠스틱에 이어 일렉트릭의 시대까지 도래하고 있는 시대에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속도를 이제까지의 교회가 과연 따라올 수 있겠냐는 비관적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이어령 교수의 디지로그를 언급하며, 그러나 한국교회에서 테크놀로지와 아트가 만나는 적절한 접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것의 높은 '완성도'야말로 전통과 현대를 불문한, 혹은 그것이 융합된 예배를 가능케 하는 핵심요인임을 강조했다.
앞서 전통적 예전의 상징인 오르겔의 구별된 가치를 옹호했던 홍성훈 마이스터(오르겔 바우 대표)는 자신이 가장 싫어한다는 퓨전이 현대사회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인정하며 파이프오르간 제작자로서 그 소리를 우리 식으로 만들면 어떨까 고심해왔음을 고백했다.
전병식 목사는 청년예배가 청년의 자기실현, 상대적으로 젊은 담당 목회자의 목회 성취욕 달성과 성공에의 발판 확보, 청년의 숫자가 불어나는 것을 흡족해하는 담임목사의 자기 목회적 실현이 되고 있다며 이러한 청년예배는 하나님과의 소통도 아니고 교회론적인 소통도 아닌, 그저 자기 자신과의 소통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엔진의 직선운동이 바퀴의 원운동으로 바뀌듯 예전적 의식이 청년예배의 원운동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며 형식과 내용의 진정한 일치를 주문했다.
이번 세미나는 하나의 예배와 다양성이 존중되는 예배, 그리고 전통적 예전의 장점을 회복해야 하나 현대문화의 속도를 쫓아가야만 하는 상반된 과제가 한국교회 청년예배 앞에 놓여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세미나의 부제는 “청년예배의 부흥을 위한...”이었지만, 주된 논의는 청년예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었고, 청년예배 자체를 부정하는 극단적인 입장도 표출되었다. 특별히, 소수의 대형교회들에서 출현했던 이른바 “청년예배”가 민호기 교수의 말처럼 “검열자”를 자처하기 좋아하는 한국교회에서 별다른 제재 없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 예전’ 자체에 대한 객관적 입장을 견지한 채, 전통적 예전에 비춘 ‘재검토’는 균형 있고 적절한 시도였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