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10주년을 맞이하여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 133:1)”
지금까지 우리 기장교단은 분단아래 민주화와 인권 그리고 평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통해 나타난 민족 화해의 기운은 우리의 이러한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2000년 6.15일, 남과 북의 정상이 평양에서 만나던 날, 온 세계의 눈과 귀는 한반도에 집중되었었다. 그동안 우리 민족은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로 인해 민족의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고, 결국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눠야 했던 아픈 역사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2000년 6월 15일은 우리민족이 자주적으로 민족의 문제를 풀기 위해 두 정상이 서로를 품고 약속했기에 소중한 날이다.
6.15 공동선언은 “우리끼리”라는 말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민족의 문제를 외세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주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담아내었다. 통일의 현실적 방법에 있어서도 남한의 연합제와 북한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의 공통점을 살려 서로 노력하기로 하였다. 또한, 경제 협력의 틀을 마련하여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경제공동체를 지향하게 되었다.
속초항을 출발하여 북한의 금강산의 장전항으로 배가 출항하던 날 우리의 가슴은 얼마나 뛰었던가? 그 후로 육로의 길이 열리고 철길이 이어지면서 막혔던 혈맥이 뚫리던 감격을 잊을 수 없다. 개성공단은 남한의 기업들과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하여 남과 북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실험대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금강산 관광을 위해 해군전략기지인 장전항을 원산으로 기지를 옮겼고, 개성공단을 위해에 군부대들을 후방으로 옮김으로써 남과 북의 긴장상태를 줄이고 서로 상생하는 길을 선택했다.
6.15 정상회담은 전쟁으로 닫혔던 남과 북의 혈맥을 뚫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산가족이 만나고 비전향장기수들이 송환되고 남과 북으로 사람이 오가고 물자가 오가는 가슴 찡한 경험을 우리 모두 경험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6.15 민족대회를 통해서 남과 북을 넘어서 해외동포까지 아우르는 민족공동체의 가슴 뭉클한 경험을 하게 했다. 교회는 남북의 그리스도인들이 금강산과 평양에서 함께 기도하고 성찬을 나누는 감격도 경험했었다.
그런데 6.15 10주년이 되는 지금 현실은 어떤가? 현 이명막 정부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구호 아래 이전 정부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있다. 6.15 정상회담과 그 정신을 이어 간 10.4 선언의 이행을 향한 모든 길은 닫혀가고 마치 60년 전 한국전쟁의 위기감을 고조시켜 냉전의 시대로 돌아가려 한다.
“칼을 쳐서 보습으로, 이 땅에 평화를” 기장의 기도이자 중점 선교의 방향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보습을 쳐서 칼을 만들어” 대결과 전쟁의 길로 가려한다. 이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6.15 정신을 계승하는 일이야 말로 민족공동체를 회복하는 길이요, 서로 더불어 상생 하는 길이요, 민족의 평화와 통일의 초석을 놓는 일이다.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우리의 힘으로 상생의 민족공동체를 이룰 것인가 아니면 또 다시 비극의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
하나님은 지금 우리를 화해의 자리로 초대하고 있다. 화해의 일꾼으로 부르시고 계신다. 분단과 증오를 녹여내고 새로운 평화공동체를 만들라는 소명에로 우리를 부르시고 있다. 여기에 우리의 응답이 요구되고 있다.
지금 우리는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께서 둘로 하나를 만드시고 담을 허물어 버리셨던(엡2:14) 십자가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 우리는 에스겔이 꿈꾸었던 두 막대기를 서로 합하여 손 안에서 하나가 되는 꿈(겔37:17)을 꾸어야할 때이다.
6.15 10주년을 맞는 지금 우리는 분단을 청산하고 평화협정을 통해 한반도에서 영원히 전쟁이 사라지고 너와 내가 하나 되는 날을 위해 기도할 때이다. 이렇게 우리가 6.15의 정신을 이어갈 때 민족의 화해와 통일이 현실로 다가오는 새 역사가 나타날 것을 믿는다.
2010년 6월 14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총무 배 태 진
평화․통일위원장 권 영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