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 받지 않은 복지 목회자", 통일 이후와 세계적 확장을 준비해야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정부가 대국적 포용 보여주지 못해 아쉬워”
▲ "세계신학의 흐름속에 기장사회복지선교"라는 제목으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는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김태양 기자
한기장 디아코니아 개소식을 마치고 박종화 목사(경동교회)의 "세계신학의 흐름 속에 기장사회복지선교"에 관한 특별 강연이 이어졌다.
박 목사는 15주년을 맞은 한기장 복지재단의 성장에 놀라움을 표현하면서, 참석한 한기장 복지재단 산하 기관 종사자들에게 기장의 사회 복지가 갖는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장이라는 교단이 어떤 곳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장은 큰 교단은 아니지만 맵다. 신학도 맵고 짜다. 사회적으로도 이게 아니다 싶으면 할 소리 다하고, 들고 일어나 몸이 부서져라 데모도 해왔다. 한국교회에 신학다운 신학을 뿌리내리게 한 곳도 바로 기장이었다."
그는 80년대 이후 형식적 민주화가 달성되고, 90년대 초반 이래로 강조점은 여전히 다르지만 교단별로 신학 수준도 평준화되기 시작하면서 기장이 갖고 있던 이제까지의 열정을 하나님께서 어디에다 사용하실지 묻고 고심해왔다며, 피터 드러커의 저서를 인용해 유례없이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해낸 한국 현대사와 관련된 대목을 삽입했다.
군부독재에서 정치적 민주화로 이행하는데 20년도 채 안 걸렸다는 "무서운" 역사적 사실의 이면에는 기장의 노력이 있었다고 언급하면서 박 목사는 고도 경제성장의 과정에서 뒤처진 그룹이 생겨나게 되었고, 여기서 기장이 민주화 이후에 할 일로 '복지'를 찾아냈다고 분석했다.
박 목사는 기장의 복지가 다른 교단이나 종단들과 다른 점으로 무엇보다도 신학적 동기가 분명함을 내세웠다. 또 기장의 복지는 민주시민과 자유인으로서의 의식을 갖게 해준다는 점을 들며, 기장의 복지를 헬라어 신약성서의 "디아코니아"로 명명할 것을 제안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해야 하는데, 이웃 사랑이 바로 디아코니아이며, 이 두 가지가 만나는 접점이 예수 그리스도임을 강조했다.
복지사에 대해서도 박 목사는 "안수 받지 않은 복지 목회자"로 지칭하며 복지사역을 “구원을 베푸는 자의 반열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카리타스(라틴어-'사랑')로 통칭되는 가톨릭의 복지와 개신교의 디아코니아가 경쟁하면서 이 세상을 구원하는 에큐메니컬 비전도 내놓았다.
박 목사의 복지 비전은 통일 이후의 북한 선교로도 확장되었다. 그는 통일 이후의 북한에게 필요한 선교는 디아코니아 이외에는 없다고 단정했다. 사회주의 국가라 북한은 복지 개념과 사회 시스템이 잘 체계화되어 있지만 "내용물"이 없기에, 기존 복지시스템을 고스란히 인수해 복지 노하우와 물질적 필요를 채워주는 길만이 북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식민 지배를 겸했던 서구의 디아코니아와 달리 한국의 발전 모델은 제3세계에 설득력을 갖는 진정한 '한류'라며, 기장의 디아코니아가 세계적으로는 후발주자이지만 신학적으로 분명하고 인간화된 복지를 지향하기에 고유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들어 세계적 확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각별히 “신학”에 대한 한국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박 목사는 유럽이 동북아를 '중일'이 아니라 '한중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독일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 등 기독교 세계와 내통할 수 있는 신학적 기반이 있는 곳은 한국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동시에 종교와 문화의 시대인 21세기에 동북아에서 세계윤리의 모범적 국가로 한국을 부르신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설명하며 한기장 복지재단 관련자들에게 기독교적 가치관을 이 땅에서 구현하는데 자신을 갖기 바란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 그것이 설령 북한에 의해 저질러진 일이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굶주리고 있는 북한의 불쌍한 주민들만큼은 먹여 살리겠다는 성명을 덧붙이는 대국적 포용을 보여주지 않아 아쉬웠다는 생각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