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신부 |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가 4대강 사업 강행 중단을 촉구하는 가톨릭의 신학적, 역사적 이유를 밝혔다.
강 주교는 기관지 <경향잡지>에 '가톨릭교회는 왜 사회문제에 관여하는가' 기고를 싣고 성경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역대 교황들의 문헌을 근거로 "교회는 태생적으로 세상 속에서 사회적 관심을 갖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 주교는 구약성경의 탈출기(출애굽기)를 인용해 "하느님은 고역에 짓눌리는 이들과 함께 계시며, 그들을 고통과 억압에서 해방시키려고 우리를 그곳으로 파견하시는 분"이라고 전제한 뒤, "그리스도인은 세상을 향하여 폭넓은 시야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또한 "교회를 세상의 불의와 고통, 연민과 수난을 마다한 채 마음 상하지 않고 지내는 인생 '동아리' 정도로 이해한다면 그것은 종교단체일 수는 있어도 진실한 그리스도의 교회는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먼저 가톨릭 교회의 사회문제 관여에 대한 근거를 밝힌 강 주교는 4대강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의 근거를 제시했다. 강 주교는 "자연은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쓰레기더미가 아니라 창조주의 선물"이라는 <진리 안의 사랑>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인간의 탐욕이 도를 지나치면서 모든 생명체의 어머니인 강의 숨통을 끊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강물이 마르고 강이 고여 썩으면 생명체의 먹이사슬이 끊어지고 인간도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4대강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공사들을 보면서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강 주교는 앞선 3월 12일 한국 천주교 주교단 명의로 '생명 문제와 4대강 사업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데 이어, 6월 14일에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전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와 함께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 유기농지 보존을 촉구하는 양수리 생명ㆍ평화미사'에 참석했다.
한편 7월 5일(월) 오후 2시에는 '낙동강 생명평화미사'가 마산교구장 안명옥 주교의 주례로 경남 창원시 사파동성당에서 거행된다.
가톨릭교회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톨릭교회는 사회문제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혀왔다. 레오 13세 교황이 산업혁명 시기인 1891년에 가톨릭교회의 첫 사회교리 문헌인 <새로운 사태>를 발표한 이래 교황들이 발표한 사회교리 문헌은 20여 편에 이른다. 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도 2009년에 자신의 첫 사회교리 회칙 <진리 안의 사랑>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1월 1일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라는 제목으로 근시안적 경제개발과 환경착취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