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널토의에서는 2010 선언의 구체화를 위해서 조직화와 신학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그 구체적 실현 방법을 놓고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어 분과 토의로 논의가 이어졌다(왼쪽부터 최상석 신부, 이정배 교수, 권진관 교수, 정진우 목사) ⓒ김태양 기자 |
2010 그리스도인 선언 2차 선언위원대회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김영철 목사의 분석에 대해 참석 패널들은 대체적으로 동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상이한 접근과 이해를 드러냈다.
2010 선언을 구체화할 조직을 만들 것이냐가 주로 논의되었고, 어떤 신학으로 2010 선언의 구체화를 뒷받침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뒤따랐다. WCC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졌다.
감신대 이정배 교수는 WCC에 소속된 국내 교단이 줄어들고 있고 그 동안 주된 역할을 담당해왔던 감리교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2013년의 부산 총회를 어떻게 치를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는 현실적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나 WCC 또한 불완전하기에 거기에 답을 기대하기보다는 오히려 ‘생명과 평화’의 문제의식을 갖고 WCC의 노선을 재평가 해보는 것이 한국교회에 필요하다는 이례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생명과 평화는 결국 기독론의 문제라며 이웃 종교와의 관계 뿐 아니라 기독교 시민사회운동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기독론을 새롭게 조명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선언이 평신도의 관심을 받는 데까지 나아가야 하며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한성공회의 최상석 신부 역시 생명 평화 운동을 위한 신학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이 교수의 기독론과 아울러 교회론을 강조하며 그 동안 진보의 왜소화를 초래한 이유는 교회론에 대한 바른 이해 없이 너무 외적인 것에 몰두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생태신학적 입장에서의 재정의도 언급하며 유명모와 함석헌 사상 등 김영철 목사의 재발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최치원과 이규보, 홍대용 등 전통적 정신세계에 내포되어 있는 생명사상에도 초점을 맞춰볼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김영철 목사가 주장한 '느슨한 연대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최 신부는 선언을 구체화하기 위한 느슨한 연대가 자칫 '시간적인 느슨함'이 되어서는 안 되며, 현 시국이 진보 기독교 그룹의 운동이 시급한 상황임을 상기시켰다. 당위성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어떻게 조직을 꾸려갈지에 대한 로드맵이 제시되어야 하며, 개교회주의나 교파·교단중심주의에서 오는 애로사항을 극복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전 상임의장 정진우 목사는 선언 자체에 대한 비관적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2010 선언이 또 하나의 구호로 그칠지 모른다며, 생명과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한 ‘영악한’ 시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보수적 가치와 진보적 인사들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 발언도 덧붙였다. 정 목사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과 신자유주의나 강대국에 대한 비판이 선언에 드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김영철 목사가 지나치게 보수화에 주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수가 사회의 표층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반면 왜 에큐메니컬 운동은 쇠퇴했는지 한국사회의 변화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해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 정부에 참여했던 진보적 기독교인 선배들에 대한 평가와 아울러 정권에 어디까지 협력하고 또한 비판해야 할지에 대한 성찰이 부재했다고 진단하며, 정권 참여에 대해 도덕적 순결주의로 대응하는 풍토에 대해서도 경계의 뜻을 밝혔다.
WCC에 대한 논의보다 한국교회에는 다른 과제가 놓여 있다고 본다며 정 목사는 오늘의 눈으로 복잡한 한국현대사를 고찰해볼 것을 권고했다.
패널 토의에 이어진 전체 참여 토론에서는 2010 선언을 구체화할 조직을 만들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김경재 전 한신대 명예교수는 진보 기독교 그룹이 각자 자신의 색깔만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레인보우와 같이 보다 정연한 배열로서의 느슨한 연대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주장하며 2010 선언을 위한 연대를 주창했던 당초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생명 평화가 진부하다는 정진우 목사의 논평에 대해서도 현대 문명의 구조적 문제에 치중하기 보다 더 근본적인 문명비판이 필요하다고 답변하며 심층적 장으로서의 생명 평화에 대한 입장을 구별했다.
모임의 성격이 행동지침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진보적 기독인들의 교통을 위한 연합적 성격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한 참석자는 선언문 자체에 시대적 의의가 있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동안 진보 기독교 운동의 구심점이 부재했다는 평가에 대한 반발도 있었다. 한 진보 기독교 단체의 대표는 지금까지 각자 활동해오며 필요할 때는 연대도 해왔다고 반례를 들며 2010 선언이 모든 기독교 운동의 종합판인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김영철 목사는 이제까지의 논의가 에큐메니컬 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논의라는 점을 강조하며 여성운동가들의 저조한 참여를 2010 선언의 한계로 시인했고, 다양한 단체가 활성화되어 있는 상황이 좋으나 통합은 지양하더라도 연결은 의미가 있다는 권진관 진행자(성공회대)의 발언도 나왔다.
작은 교회들이 이후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에 대한 방향 제시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제국형 대형교회와 달리 공동체적인 선한 싸움을 지속해나가고 있는 지역형 교회들을 위한 신학적 정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신학에 대한 요청이 반복되자 선언위는 신학위원회(권진관 교수)를 포함하는 분과 토의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