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WCC의 부산 총회를 앞두고 보수와 진보 진영이 WCC의 신학적 문제 등을 포함한 이견으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28일 한국기독교학술원이 주최한 공개 강연회에서 양측 진영은 신학적 이견에 대해 어느 정도 공동분모를 찾는 소기(所期)의 성과를 거뒀다.
▲(재)한국기독교학술원(원장 이종윤 목사)가 지난 28일 한국교회100주념기념관 대강당에서 '한국교회와 WCC'를 주제로 공개 강연회를 열었다.ⓒ김정현 기자 |
한국교회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제 38회 학술원 공개 강연회에서는 WCC 총회유치를 대변한 진영에서 '이형기 박사(장신대 명예), 박성원 박사(영남신대), 박종화 박사(경동교회), 임희국 박사(장신대)가 강연회에 참석했고, WCC의 문제점을 제기한 진영에서는 이승구 박사(합신대), 김길성 박사(총신대 부총장), 권호덕 박사(백석대), 양낙흥 박사(고신대)가 참여했다.
▲WCC 종교다원주의인가? 종교간 대화를 추구하는 기구인가?
이날 토론회를 인도한 이종윤 목사(서울교회)는 발제자들의 상반된 이견을 두고 조율을 시도했다. 먼저 이종윤 목사는 ‘WCC가 종교 다원주의인가?’, 아니면 ‘종교와의 대화를 추구하는 기구인가?’라는 논쟁에 박종화 박사는 WCC는 종교다원주의가 아니라고 못박았다.
박종화 박사는 "WCC가 타종교와의 대화를 위해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은 것이 있는데, 그것을 종교 다원주의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WCC는 총회를 통해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면서도 폭력과 갈등도 없이 성장을 이룬 한국 기독교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것을 보길 원한다. WCC에 종교다원주의는 없다"고 못박았다.
덧붙여 박성원 박사도 "WCC가 추구하는 것은 종교간 대화와 협력이다. 종교다원주의로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종교다원주의로 갈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WCC는 헌장 1장에 예수그리스도를 고백하는 교회들의 교제를 벗어날 수 없고, 현재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개신교와 정교회 또는 카톨릭 교회 사이에 교리적 일치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또 "WCC에는 종교 다원주의 아젠다는 아예 없다"고 재차 역설했다. 그는 "단지 기독교를 넘어서 있는 세계에 대해 하나님은 어떻게 역사하실까에 대한 신학적 탐구만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종교 다원주의는 오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신학의 논쟁
두번째 논쟁점으로 이종윤 목사는 WCC의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노선에 대해 의견 조율을 시도했다. 이 목사는 "WCC는 히틀러가 독일교회를 핍박하는 현실 속에서 고난 받는 교회를 격려하기 위해 WCC가 창립된 것으로 당차 목적은 매우 긍정적이다"고 말하면서도 "Missio Dei 신학 노선이 처음에는 좋은 의미였음에도 패러다임의 변화로 사회 정치적 선교로 변경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종화 박사는 1982년 중앙위원회 선교에 관한 문서의 주제가 선교와 복음전도(Mission and evangelism)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 문서에는 사회구원과 영혼구원이 선교의 동전의 양면이라고 선언하고 있다”며 “두개가 얼마나 실현 됐느냐는 평가가 돼야 하지만 고백적 선언은 이미 82년에 선언됐다”고 했다.
이어 박성원 박사도 개인의 구원과 사회의 구원을 분리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논지를 이어갔다. 그는 "한국교회 종주 교회인 미국교회는 과거 흑인들과 백인들이 들어가는 교회와 식당을 분리 시켰다. 그러나 성경은 그리스도안에서 모든 남녀가 평등하고 하나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성만찬상에 함께 둘러 앉은 형제 자매가 사회에 나가서는 인종 차별을 받게 되는 것은 결국 우리 신앙 고백을 거스르는 것으로 사회의 인종 차별은 철폐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성원 박사는 이것이 WCC가 인종 차별에 발벗고 뛰어든 계기라고 설명하면서 “WCC는 신앙고백적 차원에서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기존의 NGO 단체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역설했다.
▲WCC의 가시적 연합 VS 성경적 연합과 같은 맥락인가?
양낙흥 교수(고신대)는 WCC가 추구하는 교회의 일치를 설명하면서 “’WCC가 세계 단일교회를 추구하는가?’, ‘WCC는 초교회인가?’에 대해서 자신이 연구한 결과 현재로서는 초교회(Super church)를 추구하지 않으며 그 목표를 세계 교회들의 친선과 사업상 협력 선으로 국한했다는 말은 사실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교회가 기억해야 할 것은 교회 일치 운동은 그 자체로서 바람직한 것이고 성경의 가르침을 따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종화 박사도 “일부가 제기하는 하나의 단일교회(Super Church)는 불가능하고 성서적이지도 않다”며 “WCC의 종교간 대화 협력은 세계 평화와 정의를 위한 것이지 슈퍼종교를 만들 수도 없고 만들지도 않는다”고 말하며 뜻을 같이 했다. 박성원 박사도 “WCC가 세계 단일교회를 지향한다는 것은 한국장로교가 분열됐던 당시도 오해였고 지금도 오해다”라며 “1950년 토론토 중앙위원회가 채택한 성명서에는 WCC는 단일교회(Super Church)도 아니고 결코 그렇게 돼서는 안된다고 천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 진영의 의견을 조율한 이종윤 목사는 “WCC가 종교 다원주의가 아니고, ‘하나님의 선교’가 본래의 목적으로 돌아간다면 한국교회는 얼마든지 WCC의 부산 총회를 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기독교 학술원은 이날 논의된 3가지 신학적 논쟁에 대한 일부 한국교회의 입장을 WCC에 전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