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월례포럼에서 최대광 박사가 ‘기독교 근본주의를 넘어서’라는 제목으로 발제하고 있다. ⓒ이지수 기자 |
기독교 근본주의는 엄격한 신앙의 운동이 아니라 현대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대광 박사(종교학, 감신대 강사)는 28일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월례포럼에서 ‘기독교 근본주의를 넘어서’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과학과 이성의 시대로 요약되는 20세기에 어떻게 ‘종교’라는 비과학적인 영역이 “역사상 가장 왕성하게 발전할 수 있었는지”부터 살폈다. “전통적인 정체성의 근간을 흔드는 시대풍조가 나타나면 나타날수록 인간들은 이 문화에 떠다니지 않으려 한다. 이에 그들은 과거로 회귀하려 하고 절대 타자인 신에게 자아를 맡기는 경향을 보인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근본주의로의 회귀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몇 가지 예를 들었다. 먼저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두려움의 반작용으로서의 근본주의 신앙 강화다. 1992년 감신대 변선환 교수를 출교시키는 데 앞장섰던 김홍도 목사는 변 교수가 ‘혼합적, 반종교적, 비종교적인 문화를 퍼뜨려서 기독교에 반(反)하는 타종교와 기독교의 구분을 약화시켰다’는 것을 출교 이유로 들었는데, 이는 자유주의에 대한 합리적인 논박이라기보다 기존의 기독교와 다른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저항에 가깝다. 최 박사는 “근본주의가 확장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사회가 필수적”이라며, 자유주의가 일종의 ‘변화하는 사회’ 역할을 했음을 말했다.
보수파 기독교인들이 대거 가담하고 있는 뉴라이트운동도 공포의식에 기인한다고 전했다. 그는 뉴라이트운동의 실체가 “혼돈과 변혁의 상황을 두려워하며 과거의 반공시대·산업화시대를 선으로 생각하는 근본주의적 심리가 보수적 기독교 신앙과 결합하여 연대한 현상”이라고 밝히고, “공포와 불안은 이렇게 전염된다. 바로 이 전염이 뉴라이트라는 우익적 정치현상을 만들고 정치참여에 근거한 ‘근본주의 기독교’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슬람에 대한 위기의식도 이성적인 판단에 근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08년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을 샀던 TV 프로그램 ‘신의 길 인간의 길’(SBS)을 비판한 기독교인들은 “이 모든 일이 교회가 단결된 힘을 보여주지 못한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러한 시각의 뒤편에는 한국이 이슬람국가가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을 비판한 이억주 교수(칼빈대)가 무슬림이 인구의 10%를 넘어가면 포교를 위해 폭력도 불사한다는 수치를 내세운 것도 “이슬람 안의 다원성을 인정하지 않고 기독교=평화의 종교, 이슬람=폭력의 종교라는 편견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기독교 근본주의가 일종의 사회적 현상이라고 본 최대광 박사는, 근본주의 및 이에 기인한 정치운동이 “기독교의 복음 곧 절대사랑의 메시지와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애초에 근본주의가 내세웠던 취지에서도 벗어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