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청계천 일대 판자촌에서 개척교회(활빈교회)를 세우면서 빈민선교와 사회사업을 했고, 박정희 유신 체제 시절에는 민주화 운동 시위를 주도하다 옥고를 치렀다. 그러나 이 같이 투철한 민주주의 의식으로 무장했던 그는 이명박 정권의 집권을 전후해 ‘진보’ ‘민주화’가 아닌 ‘보수’ ‘체제 유지’라는 깃발을 들어 그를 따랐던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김진홍 목사(두레교회) 얘기다.
▲두레교회 김진홍 목사가 5일 연동교회에서 열린 미래목회포럼 7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설교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
5일 그가 자신의 목회 철학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미래목회포럼(회장 김인환) 7주년 감사예배에서 세번째 주제 강연을 맡아 ‘시대정신과 이야기 설교’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것.
김 목사는 무엇보다 교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교를 전하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판자촌 일대에서 활빈교회 개척에 성공한 것도 이 같은 목회 철학에 기인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활빈교회를 개척할 당시 예배 시간에 교인들이 지나칠 정도로 잠을 청해 설교자로서 (교인들이)마치 여관방에 잠자러 온 것 처럼 보일 정도였다"고 술회했다. 그러던 어느날 예배 시간 벼르고 있던 김 목사가 졸고 있는 교인들을 나무라자 맨 앞줄에 있는 한 할머니가 이렇게 대꾸했다고 한다. "(설교 내용이)무슨 소리를 하는지 하나도 못알아 듣겠슈" 그럴만도 한 것이 철학을 공부하다 신학을 전공한 김 목사는 철학적 접근으로 설교를 진행해 왔었다. 학력이 높지 않은 판자촌 일대 교인들에게 각종 철학적 용어는 수면제와 같았던 것이다.
그제서야 눈 높이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김 목사는 목회에서 첫째도 둘째도 ‘쉽고, 간결하게’라는 가치관을 세우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때부터는 교인들의 언어세계에 몰입했고, 그들의 의식을 설교에 반영하려고 애썼다.
김 목사는 "그렇게 눈 높이 설교를 하니 조는 교인들도 없어졌고, 헌금도 더 많이 들어왔다"며 목회 성공 노하우를 알려줬다. 또 하나가 즐거움이었다. 설교자도 즐겁게, 교인들도 즐겁게 예배를 축제의 분위기로 진행하기 위해 김 목사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두레교회의 표어도 ‘사랑·지혜·축복이 가득한 교회’다. 그만큼 줄거움을 강조하는 것. 그래서 설교가 늘어지거나 기도가 길어지는 것을 아주 경계한다고 김 목사는 덧붙였다. 하지만 재밌고, 즐겁기만 하면 설교가 완성되는 것은 아닐터, 김 목사가 제시한 또 다른 제안은 ‘깊이’였다.
영혼을 울려 생각하게 만들고, 변화하게 만드는 힘이 바로 이 ‘깊이’에 있다는 것. 김 목사는 "성경에 보면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고 하신다"며 "나는 이것을 좀 더 폭 넓게 적용해 설교에서 말하면 영혼에 닿는 깊은 말씀을 전하라고 해석한다. 단순 즐거움에서 끝나고 깊이가 없다면 만담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정치적 스탠스를 놓고는 항간에 말들이 많았지만, 이날 강연에서 나타난 그의 목회 스타일은 여전히 진취적이고, 현대적이었다.
한편, 미래목회포럼이 창립 7주년을 맞아 연 이번 기념강좌 주제는 ‘미래교회를 위한 설교’였다. 앞서 김운용 교수(장신대 예배설교학)가 ‘내러티브설교의 이해와 적용’을 주제로, 정인교 교수(서울신대 설교학)가 ‘내러티브설교, 이렇게 하라’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앞서 미래목회포럼 창립 7주년 감사예배에서 회장 김인환 목사는 "한국교회와 사회의 현안에 대안을 모색하며 목회자들의 소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왔다"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초대교회의 성경적 모습을 회복하며 미래 목회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는 "미래목회포럼은 한국교회의 나아갈 방향을 연구하며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왔다"며 "기독교 정신을 이 땅에 구현하는데 앞장서면서 교회와 사회를 섬기는 포럼이 되길 바란다"고 축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