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WCC 총회 주제 제안문에 여성 지도자들의 의견은

NCCK 양성평등위원회 에큐메니컬 여성 간담회 개최

NCCK 양성평등위원회가 8일 오후 2시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 관련 에큐메니컬 여성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의 주된 관심은 WCC 총회에서 여성 인권 문제를 다루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총회 준비 진행을 맡고 있는 NCCK 정해선 국장의 경과 보고가 있자 기다렸다는 듯이 NCCK 양성평등위원회의 여성 위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여성 인권 문제도 총회에서 다뤄지게 해보자는 것.

한 여성위원의 이 같은 질문에 정해선 국장은 "물론 (WCC 총회에서)다룰 수 있는 문제다"라면서도 "한국 여성 문제만 가지고는 여럽기 때문에 아시아 지역 여성의 일반적인 것들을 종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지는 발제 순서에도 ‘여성의 문제’에 포커스를 맞춘 발제자 김경인 목사(세계개혁교회연맹(WARC) 동북아지역 의장)의 발표가 주목을 모았다. 김 목사는 ‘WCC 총회 속에 나타난 성차별 극복을 위한 기독여성운동’이란 주제의 발표에서 "WCC가 창립되던 그때부터 교회의 삶안에서 여성들의 참여와 역할에 대한 인식과 여성들의 헌신에 대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표현해 왔었다"면서도 "그러나 아쉽게도 20세기의 말 1988년이 될 때까지 WCC는 이렇다 할 만큼 여성의 주제를 다룬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8일 오후 2시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 관련 에큐메니컬 여성 간담회가 열렸다. ⓒ김진한 기자

하지만 WCC는 1988년부터 1998년까지 ‘에큐메니컬 10년(Decade)- 여성과 연대하는 교회들’이라는 주제를 갖고, 지속적인 여성들과의 연대를 모색했다. 이에 김 목사는 "WCC의 여성과의 연대를 위한 교회의 십년은 세계 에큐메니컬 운동의 새 장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며 "여성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교회들은 여성들로 대표되는 약자들의 음성을 더욱 잘 들을 수 있었고 현재 우리교회와 사회를 위협하는 폭력을 극복하기 위한 폭력극복 십년을 이어서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김 목사는 한국에 있는 4개의 회원 교단들을 향해선 반성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한국교회의 소위 에큐메니컬 운동가들은 다른 나라와 다른 교단의 여성의 지위와 참여는 매우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요청하면서 정작 한국교회의 여성 에큐메니컬 지도력을 사장시키려는 무언의, 혹은 무의식적인 행동과 결정을 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목사는 이에 관한 구체적 예도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헌법과 규정에 따라 여성과 청년의 참여를 권장, 격려하면서도 정작 주요한 의사결정과정에서는 은근슬쩍 여성들의 참여를 무시하거나 제한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간담회에서는 제10차 WCC 총회 주제제안문에 대한 여성 신학자들의 제언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기도 했다. 김정숙 교수(감신대 조직신학)는 제안문의 핵심적 용어인 ‘삼위일체론’에 문제 제기를 했다.

김 교수는 "삼위일체론이라고 하는 도그마로 희석화된 교리적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그 의미를 주석하는 방식의 마치 조직신학 입문서와 같은 제안서는 기독교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본래적으로 삼위일체론이 담고 있는 역동적 피조물과 관계하시는 하나님의 사건화를 막아버리게 되며 기독교인들의 관심을 하락시키며 신앙과 신학의 괴리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위일체론은 성차별의 억압적 기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의 상징과 신학적 언어는 여성 차별과 억압과 배제를 정당화하고 고정화시키는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틀로서 현재 한국교회 내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한국교회 내 삼위일체론에 있어 전환적일 수 있는 상징의 유동화와 포괄적 언어의 자유로운 사용의 선행됨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선언적인 삼위일체론적 전환으로서의 주제는 교회 내 성차별을 다시 공고히 하는 기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교리적으로 굳어진 전통을 소급해 교리 태동을 가능케 했던 사건의 언어, 즉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역동적 체험의 관계를 불러일으키는 사건화의 언어로 바꾸기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은선 교수(세종대 종교·여성·교육)도 ‘삼위일체론적 전환의 필요성’이란 이번 총회 주제 제안문에 "오히려 이러한 제안은 시대를 더 역행해 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 교수는 "삼위일체론이야말로 지금까지 역사에서 기독교를 배타적으로 특권화시키고, 성직자에 대해 평신도를 소외시켰으며 남성에 대한 여성과 인간에 대한 자연을 배제시켜온 논리로 사용되어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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