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경동] 부르시는자의 뜻

2010년 7월 4일 설교자 박종화 목사

성경본문

창세기 12:1-4

주님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네가 살고 있는 땅과, 네가 난 곳과, 너의 아버지의 집을 떠나서, 내가 보여 주는 땅으로 가거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주어서, 네가 크게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너는 복의 근원이 될 것이다. 너를 축복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복을 베풀고, 너를 저주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저주를 내릴 것이다. 땅에 사는 모든 민족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받을 것이다." 아브람은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길을 떠났다. 롯도 그와 함께 길을 떠났다. 아브람이 하란을 떠날 때에, 나이는 일흔다섯이었다. 아멘

데살로니가후서 3:1-5

마지막으로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의 말씀이 여러분에게 퍼진 것과 같이, 각처에 속히 퍼져서, 영광스럽게 되도록, 우리를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또 우리가 심술궂고 악한 사람에게서 벗어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사람마다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신실하신 분이시므로, 여러분을 굳세게 하시고, 악한 자에게서 지켜 주십니다. 우리가 명령한 것을 여러분이 지금도 실행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실행하리라는 것을, 우리는 주님 안에서 확신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의 마음을 인도하셔서, 여러분이,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것과 같이 사랑하고, 그리스도께서 인내하시는 것과 같이 인내하기를 바랍니다. 아멘

마가복음서 1:16-20

예수께서 갈릴리 바닷가를 지나가시다가,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가 바다에서 그물을 던지고 있는 것을 보셨다. 그들은 어부였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18 그들은 곧 그물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갔다. 예수께서 조금 더 가시다가,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이 배에서 그물을 깁고 있는 것을 보시고, 곧바로 그들을 부르셨다. 그들은 아버지 세베대를 일꾼들과 함께 배에 남겨 두고, 곧 예수를 따라갔다. 아멘.
 
설교문  
  
<부르시는 자의 뜻>

오늘 말씀에 보면 예수께서 바닷가에 가서 고기 잡는 어부들을 제자 되라고 부르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러한 부름을 받는다고 하는 것은 참 반가운 일입니다. 그런데 부르는 이가 누구냐에 따라서 부름 받는 것이 축복일 수도 있고 저주일 수도 있습니다.

TV에서 동남아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곳 원주민들을 무르시족이라고 하는데 깜짝 놀란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아랫입술에 구멍을 뚫어서 바나나 모양의 무언가를 달고 다니는데 그것이 점토로 된 무거운 장식이라고 합니다. 여자도 달고 남자도 달고 있는데 어떻게 저런 걸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지 궁금했습니다. 보통 아름답게 보이려고 귀걸이, 목걸이를 하는데, 내용을 알고 봤더니 기가 막힌 이유가 있었습니다.

식민지 시절에 그들을 통치하던 사람들이 특히 성년이 된 여성들을 팔려고 납치해 가는데 납치를 안 당하려면 얼굴이 흉측하게 생겨야 한다고 생각해서 아랫입술에 구멍을 뚫고 점토를 15센티미터 달고 다니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점토로 만든 바나나 모양이라고 생각할 때 그 입술이 얼마나 늘어졌겠습니까? 이것을 떼고 나면 입술이 늘어져서 보기가 흉하게 됩니다. 그렇게 강제로 납치당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역사적인 현실이었고 그렇게 살다보니까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같이 동조해서 입술에 같이 달고 다닙니다. 그들에게는 이것을 정당화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랫입술이 많이 늘어진 여성이 제일 아름답고 인기 있는 여성이고, 자신들의 문화철학이자 가치관이 되었습니다.

또 하나, 종교적인 의미가 부가되었습니다. 입술이 늘어지고 구멍이 나야 악귀가 비켜가서 사람을 못살게 굴지 않는다며 악귀를 쫓는 모양으로 개념규정을 했다고 합니다. 식민지 통치자들이 성년이 된 여성들을 납치해서 팔아먹으려고 부를 때마다 얼마나 부모들의 입장은, 또 본인들의 가슴이 싸늘했을지,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습관이 되어서 아름다움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위에서 어떤 사람이 부르면 부름을 받고 기분이 좋고 가슴이 설렐 때가 있을 겁니다. 피난 시절에 경험하신 분들도 있듯이 전쟁 중에 장정들이 와서 누군가를 부르는 것은 총살시키려고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평안한 시절에는 위에서 누군가 존경하는 분이 부르면 직장을 주려고, 자리를 주려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름은 기다려집니다. 부름이 다 좋은 게 아니고 누가 부르냐에 따라서 값어치도 있고 고난도 유발합니다.

오늘 하나님은 나이가 일흔 다섯 살이 된 아브라함이라는 사람을 불렀습니다. 당시 일흔다섯이면 많은 나이는 아닐 것입니다. 지금 UN통계 보니까 2050년이면 평균연령이 150이 된다고 하는데 아브라함 시절도 최소한 이만큼은 살았고, 훨씬 더 많이 살았습니다. 그러니까 75살이면 한참 정착할 나이에 아브라함을 부르셨습니다.

“살고 있는 땅 하란(지금의 이라크)을 떠나라. 떠나서 내가 지시하는 땅으로 가라.” 알지도 못하는 땅으로 가라고 아브라함을 불렀습니다. 아브라함은 한 가정의 가장이었습니다. 거기서 부름 받지 않아도 아브라함은 가정을 잘 꾸며서 복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불러서 자기 본거지를 떠나라고 명령을 합니다. 기분 좋은 명령인지는 모르지만 아브라함은 오늘 본문에 보면 주저 없이 가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하나님이 부르실 때, 아브라함에게 한 가지 축복의 조건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한 가정의 가장이고 한 씨족의 아버지이지만 그곳을 떠나면 모든 민족의 아버지로 삼겠다. 떠나라.” 떠나면 하나님이 복도 주시고 언제나 동행하겠으니 염려 없이 떠나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목적이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부름 받은 사람이 결단을 해야 합니다. 나는 내 가정과 고향을 지켜야 합니다, 이렇게 고백하면 못 떠나는 것이고, 부르는 사람이 보다 큰 계획을 가지고 부를 때 그것이 좋으면 아멘, 하고 떠나야 하는 것입니다.

“가장은 가장이지만 한 가정의 가장이 아니고 모든 민족의 주인이 되도록 너를 뽑았다. 가자. 그의 부수되는 어려움도 있을 것이고, 외로움도 있을 것이고, 고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동행한다, 가자.” 그러면서 하나님이 주신 또 다른 약속입니다. “너는 복의 근원이 될 것이다. 떠나자.”

또 하나 조건이 있습니다. “너를 축복하는 사람은 나도 축복을 주겠고 내가 택한 너를 저주하는 사람은 나도 그 사람 저주한다.” 사람냄새가 나는 부름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이 말씀은 우리도 아브라함이 될 수 있습니다. 한분 한분이 아브라함이 될 수도 있고 한 나라도 부름 받으면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브라함과 같이 되어서 이 땅에서 다시 부름을 받고 우리끼리 반도에 모여 사는 백성이 아니고 전 세계를 끌어안고 전 세계와 동행하면서 사는 백성으로 하나님은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저는 그렇게 믿고 지난 동안 살아왔는데 그랬더니 행복합니다.

어려움이 있고 시련이 있었지만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 있으므로 저는, 우리는, 모두 기꺼이 받고 갈 수 있습니다. 간난고초는 당연히 부름 받은 사람이 치러야 할 생산적 대가입니다. 그렇게 믿고 모두 살아오신 줄 압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사실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야 우리가 이 땅에 살아가는 보람이 있지 않습니까?

아브라함을 택한 본뜻을 이 땅 어디에 살든지 여러분은 그렇게 똑같이 알고 떠납시다. “축복된 땅을 줄 테니 지금은 보지 못하나 나와 함께 가자.” 아브라함은 그래서 우리의 믿음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복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제자들을 부르십니다. 고기 잡는 제자들이었지만 하나님이 쓰임새가 있어서 예수를 통해서 예수의 제자로 부릅니다. 그래서 고기를 잡다가 고기 잡는 배를 놓고 예수를 따르는 제자가 됩니다. 어부라는 직업을 포기시키는 하나님은 아닙니다. 아브라함에게 가장을 포기하라고 하지 않은 것과 똑같습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 아니고 모든 민족의 가장이 되라고 아브라함을 불렀듯이, 예수께서는 고기 잡는 어부를 불렀을 때 어부 일을 포기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다른 종류의 어부로 부르십니다. 고기 잡는 어부에서 사람 낚는 어부로 부르셨습니다.

하나님이 부르실 때는 엉뚱한 데로 부르는 것 같지 않습니다. 역할과 의미가 다른 것으로 부릅니다. 제자들이 고기를 잡았으면 그런대로 살았을 겁니다. 그런데 사람 낚는 어부가 되다 보니 예수와 운명을 같이 해야 했습니다. 부름 받은 자는 하나님께 아멘으로 응답해서 나갑니다.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그런 사람은 하나님이 책임져 주신다. 부름 받으면 그 부름 받음에 동의하고 나가자.” 이렇게 확고부동한 신념을 가지고 자기 직장, 하는 사회 일, 어딘가에 부름을 받았다고 느끼는 사람한테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부르는 게 아니고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부름 받았을 때, 우리는 그것을 ‘소명’이라고 합니다.

그런 부름 받은 것을 영어로 ‘Calling’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전화로 불렀다든지 잠깐 만나자고 부른 게 아니라 직업, 하는 일까지 분명히 보장된 부르심(Calling)입니다. 그냥 일이 아니고 목적을 담은 윗분의 부르심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단순히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일을 맘대로 옮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특별한 목적으로 불렀고 자신이 그 부름에 응답했다고 하는 사람은 사명감과 함께 의미를 부여하고 부른 사람의 뜻에 따라서 동의하고 그 직책을 수용합니다.

루터가 종교개혁을 하면서 이런 말을 썼습니다. “하나님이 이 땅에서 하도록 허락하신 일을 여러분은 단순히 직업이라고만 하지 마십시오. 부르시는 자가 함께 하는 사명이고 소명입니다.” 그래서 영어의 ‘calling`과 똑같은 말로 독일어로는 `Beruf(직책)’, 부르신 이와 함께 하는 부름 받은 자의 직책이라는 말로 부른 자에게 감사하며 살아야 합니다.

감사하는 자는 부른 자의 뜻을 실천합니다. 부른 자의 목적은 복의 근원입니다. 복의 근원을 따라서 부름 받았다면 감사하고 결단하며 사십시오. 그런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먼저 부르신 자와 항상 대화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먹을 것을 다 줍니다. 마실 것도 다 주고 새가 날아다니듯이 들에 백합화가 피듯이 하나님은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에게 생명과 삶을 주십니다.”

그런데 특별히 하나님의 목적에 쓰고자 부른 사람은 꼭 이 한 가지는 지켜야 합니다. 일하면서 갈등이 있을 때 결단을 내려야하고, 괜히 맘이 괴로울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울고 싶을 때, 인생이 다 좋은 건 아닙니다. 그 때 여러분이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먼저 부르신 분의 나라와 부르신 그 분이 펼칠 뜻을 항상 먼저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하시는 말씀이 “먹을 것 다 드리겠습니다. 잘 것도 드리겠습니다.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십시오.” 하셨고, 제자를 택하시면서 이제 고기 잡는 어부에서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드는 특별한 어부 일을 주면서 하는 말씀이, “너희들은 먼저 사람 먼저 낚자. 고기는 남들이 잡게 하자. 먼저 하나님의 의를 이 땅에 실천하자.” 그래서 불렀고 그 뜻을 따라서 우리가 살게 되었습니다.

제자들의 이야기, 아브라함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게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하는 일이 단지 먹고 살기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오늘 본문과 상관이 없습니다. 하시는 일이, 꾸미는 가정이, 제가 살아있는 현존 자체가, 하나님으로부터 부름 받았다고 생각하시면 모든 일에 먼저 그분의 나라와 그분의 의를 구하는 하나님과의 소통을, 하나님과의 대화를, 부른 자와 항상 동행함을 우리는 실천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복이 그 과정 속에 늘 담겨 있습니다. 소통은 사람 사이에만 하는 게 아닙니다. 하나님과도 하셔야 합니다. 하나님과 소통하고 사람과도 소통하고 더 중요한 것은 나와 내 속에 있는 자기 자신과도 소통해야 합니다.

겉에 보이는 제가 있고, 보이지 않지만 저 깊은 곳에 내 자신이 있습니다. 제가 괴로운 것은 겉으로 보이는 제 자신만 살려고 하다가 속에 있는 제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저한테 난리를 칩니다. ‘네가 사람이냐, 네가 하는 일은 그냥 일일 뿐이냐, 돈 버는 기계냐, 어디선가 형식적인 자리만 차지하고 있느냐, 아니면 너 자신이 맡은 일을 하면서 진실로 부른 자의 뜻, 그 분의 나라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것이냐?’

우리는 마음으로부터의 이 엄청난 소리를 항상 듣고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오셔서 저희들한테 이렇게 부탁하십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하나님이 여러분을 불렀듯이 나도 부름 받았습니다. 여러분의 삶 속에 나도 가겠고 내 삶 속에 여러분 함께 오십시오. 그렇게 해서 함께 이 길을 가십시다.”

여러분의 하시는 일이 하나님의 부름 받았다고 생각하면 값집니다. 빛납니다. 이 나라가 생겨난 일, 하나님의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이 나라를 불렀다고 생각하시면 가식적인 애국 말고 진실로 애국할 수 있습니다. 우리 그렇게 한 번 이 땅을 살아갑시다. 그리고 하나님 말씀이 “내가 기왕에 불렀으니 나도 함께 살 공간 좀 다오. 내 나라를 이루고 내 뜻을 이룬 그대와 함께 내가 공간 차지해서 함께 살고 싶다. 나하고 소통하자.” 하십니다.

하나님과 소통하는 것이 복의 근원이 됩니다. 이 사실을 알고 오늘 이 땅에 하나님을 모시기로 합시다. 우리가 먹을 빵 속에, 마실 잔 속에 이 하나님이 계시고 복의 근원이 계십니다. 그 분의 뜻도 있습니다. 그렇게 먹고 마시면 성만찬은 아름다운 삶의 축제가 됩니다. 우리 모두 그렇게 살기로 결단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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