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공동체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기독 인문학’은 필요하다. 한국교회가 성경읽기는 강조하면서 한국기독교 역사나 세계기독교 역사는 안 가르친다. 역사를 공부하며 자기 신앙을 비판적으로 반성해볼 수 있지 않겠나. 철학, 문학, 예술 등 인문학의 여러 분야는 개인과 교회공동체를 살리는 데 긍정적인 기능을 할 것이다.”
▲서강대 강영안 교수(철학과) ⓒ이지수 기자 |
기독인이자 인문학자로서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전파에 힘쓰고 있는 서강대 강영안 교수(철학과)가 인문학을 교회 갱신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12일 명동 청어람에서 열린 ‘지식수련회’에서 ‘기독 인문학’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하며 이같이 밝혔다.
강 교수는 기독 인문학에 대한 정의부터 시도했다. 기독 인문학이란 기독교적인 관점을 인문학의 여러 분야-문학, 철학, 역사학, 언어학, 종교학, 예술학-에 적용함으로써 인문학을 성서적으로 해석해내는 것이자, 한편으로는 인문학의 관점을 기독교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 교수는 이 중 후자의 방법론이 “한국기독교에서 가장 결여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리와 성서의 이야기에만 갇혀있을 뿐 타학문으로부터의 비판은 좀처럼 수용하지 않아 시대에 뒤처지고 부패해간다는 이야기였다.
하나의 예로 ‘성경읽기’를 들었다. 교인들에게 성경읽기는 그토록 강조하면서 왜 그것을 둘러싼 교회 분열의 역사와 기독교의 역사는 가르치지 않냐며, 그런 공부를 하는 것이 “신앙에 비판적인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신앙을 세워간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기독교가 인문학보다 ‘하급’의 것이냐,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인문학을 ‘소크라테스의 방법’에 기독교를 ‘예수님의 방법’에 대응시키고, “소크라테스처럼 무언가를 정의 내리는 방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예수님은 ‘스토리텔링’으로 설명해낸다”고 말했다.
또 일반 인문학과 달리 기독 인문학에는 ‘자비심’이라는 요소가 추가된다고 말했다. “예수의 마음은 고통 받는 사람과 함께 하는 마음인데, 소크라테스에게는 그것이 없었다. 일반 인문학이 단순히 차갑고 크리티칼한 비판이라면, 기독 인문학은 연민과 사랑, 자비의 마음이 그 특징으로서 대비된다."
강 교수는 기독인문학이 나아갈 길로 “개인의 신앙과 교회공동체를 위한 인문학”, “사람을 살리는 인문학”, “삶을 위한 인문학”을 제시하며 기독 인문학의 가능성을 긍정했다.
이번 ‘제1회 지식수련회’는 청어람아카데미, 인문학과성서를사랑하는모임 등 3개 단체가 ‘새로운 지식충전 수련회’를 표방하며 일주일 동안 여는 행사로서 기독교와 인문학의 만남을 시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