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불가능한 말기 환자의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자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추정·대리에 의한 의사표시와 입법여부 등에 관하여는 찬반이 팽팽히 엇갈렸다. 합의된 부분 역시 논란의 여지가 많아 '미완의 생명권 보장'이라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장관 전재희)는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에 필요한 쟁점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꾸려진 사회적 협의체의 최종 합의사항을 14일 발표했다. 종교계, 의료계, 법조계, 입법부, 시민사회, 복지부 인사 18명으로 구성된 사회적 협의체는 7차례에 걸쳐 논의를 진행해왔다.
사회적 협의체는 ▲연명치료 중단 대상 환자 ▲중단 가능한 연명치료의 범위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절차 및 ▲의사결정기구 등 4개 항목에는 합의를 이뤘다.
대상 환자는 말기환자이며 지속적 식물상태 환자도 말기상태면 포함시켰다. 중단 가능한 연명치료의 범위는 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 등 특수연명치료로서, 수분·영양공급 등 일반연명치료는 중단될 수 없도록 했다.
사전의료의향서는 민법상 성인이 담당의사와 상담 후 2주 이상 숙려기간을 거쳐 작성하되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도록 했으며, 서면에 의한 작성을 원칙으로 하되 본인 의사임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에는 구두에 의한 의사표시도 인정하도록 했다.
또한 국가 차원의 정책 심의기구로 ‘국가말기의료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의료기관별로 ‘병원윤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한편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환자의 경우(의식불명 등) 추정만으로도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제시됐으나 이견이 지속 제기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미성년자와 지적장애인의 경우 대리인에 의한 의사표시를 인정토록 했으나 성인에 대한 대리인 제도는 찬반이 엇갈려 합의하지 못했다.
입법화는 현재의 합의 수준을 전제로 한 별도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6명)는 의견보다 불필요하다는 의견(9명)이 많았다. 불필요하다는 측은 기존 법률의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만 마련하자(5명)는 의견과 입법반대(4명) 의견으로 다시 갈렸다.
보건복지부는 합의 사항을 국회에 제출하여 관련 법안 심사에 참고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합의에서는 말기환자가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데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그동안 종교계는 사전의료의향서가 지나치게 환자 개인의 판단에만 의존한다는 우려를 나타내왔다. 환자가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못 이긴 선택을 할 수 있고 의사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 덜 갖춰졌다는 것이다.
지속적 식물상태 환자가 말기상태일 경우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합의했지만, 이 또한 종교계에서는 논란거리다.
합의를 이루지 못한 대리인 제도에 반대 의사를 표한 위원회 이상원 교수(총신대)는 “대리판단이나 추정판단의 경우 그 판단자는 환자 자신의 의견이라고 제시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남아있는 가족들의 입장이 더 크게 반영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