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하고 있는 김용복 박사ⓒ광주 YMCA 제공 |
김 박사는 서남동 추모식 기념 강연에서 서남동이 한국신학계와 교계 그리고 한국사회에 ‘생태신학’을 선진적으로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 서남동은 교육논집 『생태학적 윤리를 지향하며』에서 그의 생태학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를 보여줬다. 김 박사는 "이것은 그의 신학적 혜안이 미래지향적이었음을 말한다"며 "그에게 있어서 생태문제는 단순이 생태계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고 생명체전체를 포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남동은 생태계를 자연계로 국한하지 않았다. 김 박사는 서남동이 (생태계를)인간적 차원 즉 개인적, 사회적 차원과 문화적 종교적 차원을 포함한 정신계를 포함하는 통전적 생명권의 차원에서 이해하고 있음을 주목했다.
김 박사는 "(서남동은)생태계를 자연과학적 차원에 다루게 되면 <윤리적 담론>이 어려워질 것을 예견했을 뿐 아니라 서양의 생태관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을 것을 여러모로 간파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서남동이 서구 자연과학의 한계를 일찍부터 제기했던 것이다. 이에 김 박사는 "(서남동이)서구과학은 철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인간을 자연에 대한 정복자로 설정하고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통제하는 정비공으로 군림해 서구 현대화 산업화과정에서 야기된 문제를 극복하기가 어려우리라는 관측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과학자가 아니였지만 서남동은 자연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생태계를 규명하려고 했다. 그는 이것을 ‘삶의 망’이라고 표현했다. 김 박사는 "서남동은 생물권을 확고히 서양과학적 토대에 두고 있는 것이 뚜렷하다"면서도 "‘삶의 망’이 균형이 깨져서 모든 생명체가 멸절될 위기에 처한 상황을 개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박사는 서남동이 생전에 집착한 ‘우주비전’(Cosmovision)을 설명하며 이것이 생태학 그리고 생태신학의 서남동식 대안이었음을 강조했다.
김 박사는 "서남동의 파격적이고 개방적인 신학적 태도는 기독교의 내면적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종교적, 영적인 지평을 과감히 열고 동양의 우주적 영성과 비전을 수렴할 것을 암시한다"며 "(서남동이)우지비전을 형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동시에 근대사의 과정에 결부된 기독교의 신학, 인간과 자연을 대립시키는 창조신학, 자연의 영성을 부정하는 배타적인 종교신학, 적자생존적 사회철학을 두둔한 기독교신학의 반성을 촉구하는 일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서남동은 기독교인으로서 기독교신학의 자세를 철저히 개조할 것을 당부했다고 김 박사는 밝혔다. 김 박사는 "(서남동은)기독교가 그 인간과 자연을 대립시킨 창조론을 전환하고 동양적 그리고 자연적 종교·정신·영성 전통을 수용하며 정교회의 신학에서 배우며 성경을 다시 읽어 신학을 재정립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남동은 △서양문명에 대한 비판적 안목 △기독교신학의 자기 반성 △동양종교를 수렴·통합 하려는 혜안 △정교회에서 배우려는 자세 등을 토대로 생태학적 성서 읽기를 시도했다.
김 박사가 제시한 서남동 교육논집의 마지막 단락을 인용해 본다. "성서가 기다리는 신은 '만유에 내재하는 유신'(고전 15:28)이다. 만일 신과 세계의 관계가 '마음과 몸' 혹은 '사람과 그 신체'라고 하는 논리로 보다 잘 이해될 수 있는 것이라면, 생태학적 논리는 결국 지구생리학(地球生理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그 '신체'인 동시에 그 신체를 초월하고 주관한다."
강연을 마치며 김용복 박사는 서남동을 추모하고자 모인 참석자들에게 ‘한국생명신학대회’를 제안하는 깜짝 발표를 했다. 그는 ▲일찍이 서남동과 같은 신학자가 생명·생태신학을 제안했다는 점 ▲한국에는 일찍이 생명학담론이 인문계에서 널리 확산되었고 생명문화운동이 활발하고 생태·환경운동이 활발하다는 점 ▲한국은 종교문화적으로 특출한 위치에 처해 있어 유·불·선·무·기 등 생태·생명적 우주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점 ▲2010신앙선언이 표방하듯이 생명신학은 시대적 요구를 받고 있는 점 등을 그 배경으로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