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기독교 신학이 갈라지면서 믿음과 행위 각각의 역할을 두고 깊은 분리가 생겨났다. '행위' 지지자들은 영혼 구원의 중요성을 경시하고 불의가 있는 어디든 달려가 맞서 싸우는 행위를 강조했다. '오직 믿음' 지지자들은 이런 견해가 세속적이라고 여겼다. 복음이 이렇게 분열되면서 양측 모두 반쪽짜리 복음, 구멍 난 복음만을 갖게 되었다."
리처드 스턴스 미국 월드비전 회장의 말이다. 스턴스는 미국 최고급 식기류 회사 레녹스의 최고경영자로 일하다가 1998년 뜻밖의 월드비전 회장 제의를 받고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 과부와 고아 같은 빈민을 돕는 최일선에서 사역하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나 내놓는 그의 책 제목은 「구멍 난 복음」(The Hole in Our Gospel)이다. 개신교 계통의 단체인 월드비전에서 일하면서 그는 현대 개신교인들이 얼마나 불완전한 복음에 갇혀 있는가를 깨닫게 됐다.
일례로 에이즈 문제다. 우간다에서 에이즈 창궐 현장을 돌아보고 온 스턴스는 에이즈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보려 했지만, 스탭진이 난색을 표했다. 한 스탭은 "에이즈는 성인 등급의 사안이다. 우리 사역은 어린이와 가족에게 초점을 맞춘 전체관람가 등급사역이다"고 말했다. 스턴스는 설문조사에 들어갔고 그 결과 놀랍게도 복음주의 그리스도인의 3%만이 에이즈 고아를 기꺼이 돕겠다고, 52%는 돕지 않겠다고 말했다. 불신자를 포함한 다른 어떤 집단도 기꺼이 돕겠다는 비율이 이보다는 높았다.
스턴스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에이즈 피해자들을 불쌍히 여겨야 마땅한데도, 남을 심판하는 죄에 빠져 그러지 못 한다"고 이른바 '복음주의자'들의 냉담함을 지적했다.
20세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와 영국에서 일어난 대부흥은 행위의 결실을 낳았다. 존 웨슬리의 추종자들은 노예무역 폐지와 교도소 개혁, 노동법 개선에 영향을 미쳤고 찰스 피니는 사회개혁을 열렬히 주창하여 그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노예제 폐지 등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현대 개신교인들 특히 보수적 미국교회들은 "사회적 행동이 복음전도를 선행으로 대치하는 진보주의 신학의 일부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고 스턴스는 답답함을 표했다.
아프리카 말라위의 한 목회자 그룹이 월드비전에게 보여준 활동계획은 스턴스를 난감하게 했다. 에이즈 환자를 방문한다, 성도들에게 에이즈 예방법을 가르친다, 고아를 방문한다, 노인들을 위한 화장실을 짓는다와 같은 것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스턴스는 이같은 사실이 "우리의 교회와 그들의 교회가 얼마나 다른지 보여준다"며 "말라위의 교회는 최악의 난관에 직면해 있으나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물자가 부족하고, 미국의 교회에는 그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자원과 기술이 넘쳐난다"며 구멍 나고 해진 복음을 떠나 온전한 복음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