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선씨 ⓒ문학동네 |
2003년 출간된 <지선아 사랑해>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꽃다운 20대 여대생이 7중 추돌사고로 전신 55퍼센트에 중화상을 입고도 하나님 한 분에만 의지하여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은 비기독교인들에까지 큰 울림을 주었다.
사고 후 10년, 그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2010년 UCLA 사회복지 박사과정에 합격해 사회복지 전문가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그 전에 2004년에는 미국 어학연수를 떠났고 보스턴 대학에서 재활상담 석사학위를, 컬럼비아 대학에서 사회복지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유쾌한 행보다.
사고 후 피부도 없는 몸으로 병상에 누워 그녀는 꿈꿨다. '여기서 살아서 나간다면 나 같은 사람들을 도울 공부를 하겠다'고. 미국 대학원 랭킹을 따지며 미국에서 공부하는 자신을 그렸고, 입이 안 움직여 우리말 발음도 못하는데 영어공부에 몰두했다. "제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헛된 꿈을 꾸는 저를 가엽다고 한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그런데 그 헛된 꿈을 못 본 척하지 않으시고 그 꿈이 이루어지도록 만들어주신 분이 있었습니다. 저는 꿈꾸고 '주님'이 일하셨습니다."
'저 짧은 손가락으로 밥이나 해먹을 수 있을까?'라는 주위의 염려가 무색하게도, 그녀는 홀로 미국으로 떠났다. 불편한 생활의 연속이었지만 거기서도 그녀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이겨냈다.
학문적으로도 단단해졌다. "착실하지도 않은 내가 과연 대학원에 가서 어떻게 공부할까. 10개월도 아닌 10년 동안 공부를 하겠다고 태평양까지 건너와 있는 저 자신이 제겐 가장 큰 걱정거리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저 자신을 한두 번 이기고 나니, 그 다음에는 그 승리감을 다시 맛보고 싶어서 더 노력하고 참게 되었습니다…이제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쉽게 식지 않을 열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저의 이런 변화가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알기 때문입니다. 기도로 얻어진 새 습관이고, 이제 이 꾸준함이 제 모습으로 자리잡을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저를 착실한 사람으로, 다시 빚어 가시는 분이 계십니다. 토기장이이신 그분…"
극도의 절망을 신앙을 통해 희망으로 빚어간 그녀는 오늘도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갑작스런 사고와 병으로 마음의 병까지 얻어버린 이들을 치유하는 꿈,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상실감으로 괴로워하는 이들의 친구가 되는 꿈.
「지선아 사랑해」(2003)와 「오늘도 행복합니다」(2005)의 개정합본판으로 출간된 이번 책에서는 한층 여물어진 그녀의 꿈이 보는 이로 하여금 도전을 갖게 한다. 더 큰 감사와 열정 그리고 꿈을 향한 도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