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도에 그려진 한국과 일본땅 사이에 평화의 상징인 종이접기 학 등을 놓아 잇고 있는 한일 양국 청년들 ⓒ김태양 기자 |
일본은 사실관계 확인부터 뒤틀려 있어... 기독교 등이 관여해야
NCCK, "한일 교회가 동북아 평화를 위한 에큐메니컬 연대 보다 공고히 할 필요"
예수께서 하늘에 오르실 날이 가까워지자 예루살렘에 가시기로 마음을 정하시고 심부름꾼들을 앞서 보내셨다. 그들은 길을 떠나 사마리아 사람들의 마을로 들어가 예수를 맞이할 준비를 하려고 하였으나 그 마을 사람들은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가신다는 말을 듣고는 예수를 맞아들이지 않았다. 이것을 본 제자 야고보와 요한이 "주님,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내리게 하여 그들을 불살라 버릴까요?" 하고 물었으나 예수께서는 돌아서서 그들을 꾸짖고 나서 일행과 함께 다른 마을로 가셨다.[누가복음 9장 51~56절, 공동번역]
▲ 대한성공회 유시경 보좌사제 ⓒ김태양 기자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지하성당에서 3일 열린 '한일병합 100년 재일·한·일 기독청년 기도회' 증언자로 나선 유시경 사제(성공회대성당 보좌사제)는 누가복음 9장에 나오는 야고보와 요한의 발상을 예수가 꾸짖었다고 강조했다.
"야고보와 요한의 이 발상을 보면 우리를 지켜봐 주시는 하느님의 축복과 권능을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무언가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려고 하는 유혹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그들을 꾸짖으시며 분명히 안 된다고 하셨고, 다른 마을로 평화의 복음을 전하러 가셨다. 우리는 이 예수의 말씀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유 사제는 최근 들어 화해와 평화의 사명을 지닌 한국 사회의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 야고보와 요한과 같이 기도하고 있지 않냐며 6~70년 전 일본이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커다란 정치적 꿈을 이루기 위해 아시아의 민중을 희생시킨 역사를 상기시켰다. 그는 야고보와 요한과 같은 발상이 개인이 아니라 한 국가의 정치원리로 작동하게 되면 얼마나 큰 비극을 낳게 되는지 이미 보았다며 그와 같은 발상을 경계했다.
일본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쏟아냈다. 유 사제는 광주 민중 항쟁을 거치며 한국사회가 역사 문제 해결과 관련된 5가지 원칙을 확인했노라며 사실관계 확인과 가해자 및 피해자 확인, 법적 처벌, 명예 회복, 그리고 국가적 배상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이 한일병합과 관련해 첫 단계인 사실관계 확인부터 뒤틀려 있음을 지적하며 기독교와 역사에 종사하는 이들이 이 문제에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0년 일본 릿쿄대학 교목으로 섬기다 올해 귀국한 유 사제는 윤동주 관련 모임을 현지에서 만들었다며 윤동주처럼 한중일 세 나라를 방황하다 죽음으로 마쳤던 국제화가 아니라 공동의 꿈을 이뤄나가기 위해 서로를 살리는 공생의 국제화가 실현되는 시대가 되기 바란다는 뜻을 참석한 한일 기독청년들에게 전했다.
앞서 진행된 재일·한·일 기독청년 공동기도는 각기 다른 삶의 자리가 그대로 드러나는 동시에 그것을 공유하는 순서로 마련되었다.
재일 기독청년(김경호, 대한재일기독교회)은 빈곤과 차별, 정체성의 갈등에 노출된 디아스포라의 자손이라는 실존에 감사하며 작은 자의 편에서 공생을 향하는 일에 쓰임 받기를 간구했고, 일본 기독청년(아사미 유리에, 일본기독교협의회청년협의회)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천황제에 근거하는 군국주의에 의해 초래된 것이었다며 이 같은 과거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다가올 희망의 미래를 만들어내는 지혜와 용기를 구하는 기도를 올렸다. 한국 기독청년(길서영, 기독청년아카데미)은 서로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평화가 넘치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꿈을 꾸며 역사를 아는 자의 책임으로 연대할 것을 기원했다.
2부 교류회에서는 NCCK 정의평화위원회 정상복 위원장이 참석해 과거사를 청산하는 일에 한일 양국 청년들이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정 위원장은 동북아시아의 평화라는 공동의 과제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각국 교회에서 보수와 에큐메니컬 진영의 갈등이 심해지는 이 때 한일 교회가 에큐메니컬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을 제안했다.
7월 30일부터 7박 8일간의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재일·한·일 기독청년의 교류 모임 '다민족·다문화공생기독청년현장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인 이번 기도회는 일본외등법문제대책전국기독교연락협의회와 기독청년아카데미, 한국기독청년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NCCK 정의평화위원회가 후원했다.
한국·일본 기독청년의 교류와 협력은 1978년 정기적인 협의회를 만들면서 본격화되어 2001년부터 매해 실시되고 있고 다민족·다문화공생기독청년현장연수' 프로그램은 올해로 세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