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서거 1주년, 기독교인이 바라본 故 김대중 대통령

9일 기독교회관 2층에서 1주기 추모위원회 주관 추모예배 열려

▲ 권오성 NCCK 총무는 故 김대중 대통령이 그 어려웠던 이전 시절에 민주화를, 분단 시대로부터 6.15로 이어지는 통일의 희망을, 우리가 인간답게 살지 못할 때 인권을 주장했었다며 서거 1주년을 맞아 1주기 추모예배 준비위원회를 꾸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태양 기자

"인내 가운데 사랑과 용서 실천, 민족의 앞날을 예언하며 앞서나간 선구자"

2009년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후 1주년을 열흘 앞둔 시점이 되었다. 기독교인이 바라본 故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은 어떠한 것이었을까? 아니, 어떠한 것일까?

9일 오후 7시 기독교회관 2층에서 열린 故 김대중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예배에 참석한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고인이 죽음이라는 고난의 문턱에서 예수를 만났었다고 말하며 그 이후 고인의 삶을 조명했다. 그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故 김대중 대통령은 고난과 환란 가운데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사랑과 용서를 실천하며 살았고, 민족의 앞날을 기도하며 예언하는 가운데 한 걸음 앞서나갔던 선구자였다.

말씀을 전한 신경하 기감 전 감독은 일본 납치 당시 고인이 수장될 뻔한 위기 가운데 예수를 만났다며, 그가 숱한 고난과 실패, 환란과 역경을 참고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러한 하나님의 때와 징조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던 예언자적 능력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하나님의 계획은 사람의 생각과 다를 수 있기에 겸허하게 그분께서 정하신 때를 기다리는 가운데 고난의 삶을 감내해야 한다는 요지다. 신 전 감독은 고인이 세상의 빛이 되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스스로 몸을 살라 민족의 어둠을 밝혔다고 말했다.

추모사를 전한 한신대 채수일 총장이 본 고인의 모습은 민족의 역사에 대한 낙관이 담긴 행동주의자의 일면이었다. 채 총장은 이런 고인이 우리 곁을 비록 떠났지만 하늘나라에서 여전히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장 김성재 석좌교수는 인사말을 통해 고인이 쓴 옥중서신을 보면 성경에 대한 깨달음과 예수에 대한 깊은 사랑, 그리고 하나님과의 기도를 통한 깊은 교감이 담겨 있다며 그가 수장될 위기에서 자신을 살려준 예수의 사랑에 대해 빚진 자의 마음을 갖고 살았고 용서할 수 없는 이들을 용서하는 진짜 용서를 실천하며 살았다고 회고했다. 또 민족의 앞날을 내다보며 죽기 직전까지 평생의 동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침상에서 민족을 위해 눈물로 기도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고인을 추억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그의 발자취로 미루어 한국 현대사와 남북관계, 정부와 정책 등에 대한 견해도 드러냈다.

신 전 감독은 본문으로 인용한 전도서의 구절을 들며 때를 분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민주주의는 완성되지 않았고 숱한 개혁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가난한 이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 있으며 그들은 나날이 경제적 궁핍과 실업, 사회적 소외에 시달리고 있어 복지의 신장이 시급히 요청된다. 정의와 평화를 위한 수고, 그리고 남북관계의 파탄은 여전히 우리가 붙들고 씨름해야 할 숙제라며 아직 고인에게서 배울 것이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각별히 단절할 것과 계승할 것을 바로 구별하지 못하면 세상이 우리를 비웃을 것이라며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거스를 때 역사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채 총장은 역사가 거꾸로 가고 있다며 민족의 민주화 저력에 대해 낙관하고 있지만 오만한 권력에 의해 이 기대가 어이없이 무너져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되찾아야 할 10년'임을 분명히 하며 다시 일어나 행동하는 양심이 될 것을 촉구했다.

김 관장은 고인의 말을 인용해 우리 국민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또한 정치적으로 안정되어야만 한다고 지적하며 그것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조건으로 '용서'를 제시했다. 그는 이 용서야말로 '햇볕정책'의 근간이었다며 그것이 고인의 신앙에서 우러나온 것이었음을 역설했다.

김 관장에 이어 인사말을 전한 권오성 NCCK 총무는 故 김대중 대통령이 그 어려웠던 이전 시절에 민주화를, 분단 시대로부터 6.15로 이어지는 통일의 희망을, 우리가 인간답게 살지 못할 때 인권을 주장했었다며 반면 늘 희망과 더불어 고인에 대해 죄송함을 갖고 있던 중 서거 1주년을 맞아 누구랄 것도 없이 1주기 추모예배 준비위원회를 꾸리게 되었다는 사정을 전했다.

1주기 추모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정진우 목사(목정평 전 상임의장)는 추모위원회가 한국교회 에큐메니컬 원로들과 NCCK 산하 교단의 전 대표 및 목회자 등이 참여하고 있음을 알리며 10일부터 18일까지 9일간 추모기간을 갖고 김대중 도서관 로비에 분향소를 운영, 고인의 생전 집무실을 개방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또 김대중 자서전 출판기념회를 갖고 추모문화제와 추도식을 열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한기총 등 보수 교단 관계자들이 전혀 참석하지 않아 故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기독교 내에서도 여전히 뚜렷이 갈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임 시 추진했던 햇볕정책 등 대북 및 통일 정책노선에 대한 뿌리 깊은 이견이 그 요인으로 분석되며, 민간 차원의 인도적 대북 지원 등에 대한 입장에서도 현재진행형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8.15대성회와 같은 화려한 대협집회 때만 양측이 손을 맞잡는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무조건 배척하거나 경원시할 문제가 아니며 이같은 추모식이야말로 양측이 서로의 견해를 나누며 차이를 좁혀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니겠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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