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밀가루는 되고 쌀은 안 돼? 정부와 교계의 '쌀' 시각 차

'쌀'로 풀어낸 기독교계의 농민·북한주민 사랑과 나눔

'질 좋은' 강화쌀... 감리교, 5천 톤 재고 처분에 교회가 나서야
기장, 통일부 쌀 반출 불가로 밀가루 지원, NCCK도 대북 밀가루 지원
'식량'안보가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해 식량'안보'로...
대북 쌀 지원 통해 재고 소진과 쌀값 안정, 인도적 지원 동시 획득해야

농민의 생존과 도시민의 상대적인 무관심 가운데 놓여 있는 '쌀'에 기독교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쌀 값 하락과 정부의 점진적인 비축용 쌀 구매 축소로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교계가 쌀 판매운동에 나섰다.

강화지역 감리교회는 '강화 쌀 판매운동 강화감리교 본부'를 조직해 5000톤의 재고 물량을 강화감리교 4개 지방 120여 교회가 일인당 1포(10kg)씩 팔아 주기로 결의했다.

본부는 최근 식생활 패턴 변화 등으로 쌀 소비가 둔화되고 있고 재고량 증가와 가격하락으로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들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지역의 어려움을 나누는 차원에서 강화군청과의 협력 하에 강화 쌀 판매에 앞장설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강화도는 성공회와 함께 감리교가 한국에 처음으로 전파된 곳으로 개신교의 비율이 높고 감리교회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높은 지역이다.

최근 감리교 서부연회는 남북나눔운동을 통한 NCCK의 지원분량 76톤과 달리 연회의 대북 지원 식량물품인 밀가루 900포대가 통일부의 승인을 얻지 못한데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낸 바 있다.

이외에도 최근 NCCK 등을 중심으로 조금씩 재개되고 있는 민간 차원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밀가루)과 관련해 '쌀'은 현재 교계 최고의 이슈가 되고 있다. 쌀은 대표적 재고 소진 창구였던 대북 지원의 주요 물품이다.

쌀값은 2008년 가을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오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쌀 71만 톤을 격리하며 가격 상승을 뒷받침했으나 적자 규모가 커진 농협 미곡종합처리장이 재고량을 한꺼번에 풀어놓고 있어 값이 다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미곡시장에는 1분기부터 2009년산 쌀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풀리고 있다.

여기에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 미곡종합처리장에 헐값 판매를 강요하는 대형 유통업체의 쌀 할인판매 경쟁이 끼어들어 있다고 농림수산식품부는 분석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온 조폭 사채업자 관련 사실은 확인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쌀 값 하락의 근본 요인으로는 연이은 풍작과 쌀 소비량 감소, 의무수입물량 증가가 지적되고 있으나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요청되고 있다.

해마다 줄어드는 정부 비축용 쌀 구매 축소도 심각한 현실적 요인으로 주목되고 있다. 올 4월 이후 쌀값 하락과 수급 불안 대책으로 시중 유통물량 중 20만 톤을 사들였으나 6월 기준 0.5% 가격 상승에 그치고 있다. 매입량을 해마다 줄여오고 있는 정부는 2008년 '2008년산 공공비축제 시행방안'을 발표해 당해 40만 톤 매입 방침을 내놓았고 2010년에는 이보다 3만 톤 줄어든 37만 톤을 매입한다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도 일부 여야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 의해 정부가 쌀 추가 매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올해 정부 쌀 재고량이 140만 톤을 넘어서며 한계에 이르게 되자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2005년산 쌀 사료용 처분" 발언은 정부의 고심을 반영한 처사임을 감안하더라도 국민의 쌀 정서를 감안할 때 적절치 못했다는 평가다.

이미 쌀값이 떨어질 때마다 선심 쓰듯 쌀을 사들이는 정부의 시도로는 안정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오는 가운데 전국 각 지방 단체를 중심으로 쌀 판매운동과 소비촉진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경상북도는 농협경북본부와 함께 지난해 '쌀! 팔구제로(8·9·0)운동'과 '아침밥 먹고 출근하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우수 브랜드쌀 홍보도 병행된다.

그러나 질 좋기로 유명한 '강화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라는 것이 감리교의 이번 '강화 쌀 판매운동'에서 드러난 현실이라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에 일부 농민단체 및 시민단체들과 교계를 중심으로 대북 쌀 지원을 통해 재고 소진과 쌀값 안정, 인도적 지원이라는 명분을 함께 획득하는 것이 '풍족함'에서 오는 만성적 공급 과잉을 타개하는 좋은 해결책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농식품부 등 정부 당국도 가격 통제나 주요작물 매입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차별화된 쌀 소비 촉진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여기에도 역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것 아니냐는 반박이 나오는 가운데, 왜 단기 해결책으로 대북 쌀 지원을 채택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커져 가고 있다.

현재 정부 당국은 대북 지원에 대한 원칙적인 불허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일부는 교계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민간 차원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기존의 지원은 허가하되 새로운 요청은 불허한다는 방침이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남북관계 개선 전 대북 쌀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NCCK와 산하 교단 기장, 감리교 등의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해 '좌편향 된 움직임"이라는 평가에 대해 한 관련 교단 관계자는 "그렇다면 쌀 판매운동을 통한 농민 지원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런 논리대로라면 이것도 좌편향 된 움직임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이는 대화나 경청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아예 따져보지도 않고 어떤 선입견에 사로잡혀 내리는 판단일 뿐이다"고 꼬집었다.

기장 총회의 관계자는 이번 대북 밀가루 지원과 관련해 "쌀 지원은 통일부에서 허가를 해주지 않고 있다. 그런 이유도 있고, 이는 '국수 한 그릇 나누기'라는 교단 차원의 대북 나눔 운동으로 인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북한에는 국수 공장이 있어 그것을 염두에 둔 지원이라는 것이다.

쌀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식량'안보가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해 식량'안보'가 되어버린 게 아니냐는 교계의 우려에 기타 종교계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공감을 나타내고 있는 시점에 전 경남도지사 시절 통일딸기 파종과 벼농사, 농기계 지원 등 남북 교류사업을 추진해 온 김태호 신임 국무총리의 지난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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