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성명] 한일 강제합병 100년 한국·일본교회 공동성명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NCCJ)는 일제의 대한제국 강제합병 100년을 맞이하여 지난 100년 동안 양국의 역사 속에서 지켜주시고, 인도하여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양국 교회는 지난 100년의 역사 동안 온전히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지 못하고,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지 못한 죄를 참회하며 주님께 용서를 구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총의 역사를 믿는 우리는 불행했던 과거사를 되돌아 보며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오늘 우리가 감당해야 할 과제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자 한다.
 
1910년 일제는 무력으로 대한제국을 강제합병하여 식민지배 동안 한반도에서 여러 형태의 억압과 수탈을 일삼았고, 심지어 전쟁을 일으켜 한반도의 주민들을 깊은 고통 속으로 몰고 갔다. 이러한 일제의 식민 지배로 말미암아 한반도는1945년 해방과 동시에 분단되었고, 급기야 1950년에는 한국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 우리는 일본이 한국전쟁으로 인해 경제적인 특수를 누리며, 전후 복구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음을 주목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일본은 한반도 분단의 원인 제공국인 동시에 분단 상황의 수혜국임이 명백하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아직까지 식민지 시대 과거사의 진실을 밝히고, 그 고통을 치유하는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한반도 분단 상황을 자국의 재무장과 군국주의화를 위한 명분으로 삼는 작금의 현실에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양국 교회는 그 동안 한일간의 불행한 과거사를 청산하고, 바람직한 관계로 나아가기를 촉구하며 공동으로 노력해왔다. 특히 한국교회는 일본교회가 식민지배와 전쟁책임에 대하여 진심 어린 사죄와 고백을 이어온 역사에 대하여 높이 평가한다.
 
1967년 일본기독교단은 “지난 100년 간 국가가 죄를 범하였을 때 교회가 그 죄에 함께 빠져 하나님의 파수꾼으로서 사명을 소홀히 했음을 참회”하는 “제2차대전하의 일본기독교단의 책임에 대한 고백”을 발표했다. 또한1995년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NCCJ)는 의장 성명 “‘전후50년’를 맞이하며” 및 “일본  전쟁 책임과 전쟁 책임에 관한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 성명”을 발표하고, 이를 “일본 기독교계의 국회에 대한 요망서”로 제출하였다. 또 대부분의 일본교회가 과거 식민지 지배와 전쟁에 대해 죄와 책임이 있음을 고백하였다. 일본교회는 이 고백을 통해 “새로운 천황제국가로 옷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주 예수 그리스도만이 교회와 세계의 주라고 하는 교회의 본래의 고백에 서서 다시는 그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결단하고, “한국/조선의 주 안에 있는 형제, 자매와의 화해와 새로운 교제가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며 간구”하였다.
 
일본의 그리스도인들은 식민 치하에서 일제의 통치에 항거하여 박해를 받으면서도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고, 민족적인 책임을 감당하고자 노력했던 당시 ‘조선’교회 그리스도인들의 용기와 고난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 그러나 양국교회가 식민지 말기 신사참배를 공식 결의하고, 그 결과로서 침략전쟁에 동조하게 된 죄와 과거 식민지의 아픔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일에 양국 교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음을 고백하며 하나님께서 용서하여 주시기를 간구한다.
 
우리 한국교회와 일본교회는 과거 식민지 시대에 대한 이러한 죄책고백을 바탕으로 과거의 역사적 진실을 부단히 밝히고, 확인된 죄를 고백하며, 화해와 평화의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것을 다짐한다.
 
이에 우리는 강제합병 100년을 맞이하여 과거의 비극적 역사를 청산하고 새로운 역사를 이루기 위하여 아래의 사항을 양국 정부에 요구하며, 앞으로 이 모든 일이 실현되도록 함께 기도하고 노력해 나갈 것이다.
 
첫째, 일본에 의한 100년 전의 강제합병은 위협과 무력에 의한 불법적인 행위이므로, 한국과 일본의 국회는 ‘1910년 한일합병조약’이 원천 무효이고, 35년간의 식민지 지배가 불법이었으며, 그 기간 중에 한반도에서 벌어진 독립운동에 대한 식민지 치하 법에 의한 처벌이 전적으로 ‘인도주의에 반하는 식민지 범죄’였음을 확인하고 결의할 것.
 
둘째, 일본정부는 식민지 35년 통치 동안 한반도에서 경제적 수탈을 자행하고 삶의 궁핍화를 가져 왔으며,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간도, 러시아, 일본 등지에서 살게 하는 고통을 끼쳤음을 인정할 것. 또한 이 때문에 지금까지 일본에 살고 있는 이들과 그 후손들에게 영주권을 보장하고, 민족적인 소수자로서의 법적 지위와 권리를 보장할 것.
 
셋째, 식민지 시대 과거사 가운데 아직 해결되지 못한 ‘구체적인 피해자 개인에 대한 보상 문제’와 관련하여 한일양국이 개인의 손해보상청구권을 명확히 인정하고 1965년의 ‘한일기본조약’을 개정할 것. 일본정부는 피해자 개인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국내법을 제정할 것. 구체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여자근로정신대, 원폭, 강제 징용, 강제 징병 등과 관련된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를 할 것. 이 권리 구제를 위하여 양국 정부가 합의하여 ‘한반도식민지범죄에 관한 진실과화해위원회’(가칭)를 설치하여 이 일을 추진할 것.
 
넷째,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에 일본의 역사적인 책임이 있는 점을 감안하여 일본정부는 한반도에서 화해와 평화, 통일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고, 협력할 것. 특히 북일간 직접 대화를 진행하여 북일간 기본조약의 체결,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 그리고 외교 관계 수립을 위해 노력할 것.
 
다섯째, 한국정부는 과거 식민지 시대의 궁극적인 결과가 분단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분단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 이를 위해 한국정부는 냉전적 정책을 버리고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를 증진하여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을 지향할 것.
 
여섯째, 우리는 이 모든 일이 과거에 대한 분명한 역사적 인식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왜곡하는 모든 공적·사적 행위를 규탄하며, 양국 정부가 식민지 시대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공유할 것을 요구한다. 과거의 고통을 기억하는 우리는 일본이 과거의 군국주의 노선으로 회귀할 것인지 걱정스럽게 주시하고 있다. 일본이 평화 지향의 국체를 확립하여 한국과 함께 동북아시아에 평화를 정착, 증진시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감당하기를 기대한다.
 
 
강제합병 100년을 맞은 지금,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를 청산하고, 협력, 상생의  미래를 열어가게 되기를 한일 양국 교회는 하나님께 간구 드린다. 우리는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을 따르는 신앙의 길임을 확인하고, 우리가 이 사명을 잘 감당하도록 하나님께서 인도하시고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2010년 8월 15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NC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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