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박종화·이영훈·손인웅이 제시하는 '새로운 통일운동'

한국교회 8.15 대성회 통일분과 포럼서 대담

“통일에 대해 말은 많았지만 실천은 부족했다. 말한 만큼 책임지는 통일준비로 가야 한다.”(박종화) “2013년 WCC 총회 참석차 한국에 오는 분들을 모두 판문점과 개성, 평양까지 데리고 가서 분단국가의 아픔을 느끼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전세계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압력을 넣게 하는 것은 어떨까?”(이영훈) “아이티 대지진 구호를 하면서 한국교회가 연합했다. 마찬가지로 북한을 돕는 일도 협의체를 구성해서 한다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손인웅)

▲한기총·NCCK가 공동주최한 '한국교회 8.15 대성회'의 통일 분과 모임이 16일 연세대에서 평화와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 주관으로 열렸다. 이영훈 목사, 손인웅 목사, 박종화 목사가 황선엽 구세군사관학교 총장의 사회로 통일과 남북교류에 관하여 대담 나누고 있다. ⓒ이지수 기자

서로 다른 분야에서 통일운동과 남북교류에 몸담아온 세 목사가 만났다. 대북접촉에 힘써 온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평양에 심장전문병원을 건립하고 있는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옥수수 지원 운동 등 복지에 힘써 온 손인웅 목사(덕수교회)가 16일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교회 8.15 대성회’ 통일분과 포럼에서 대담을 나눴다. 구세군사관학교 황선엽 총장의 사회로 80분간 진행된 이날 대담에서는 현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에 대한 문제 지적과 함께, ‘새로운 통일운동’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들의 대담을 정리해본다.

사회자-각자 어떠한 분야에서 남북교류 해오셨나.

손-옥수수지원운동과 결핵제로운동을 했다.

이-저희 교회 NGO에서 오래 전부터 대북사업 했다. 국수공장 만들고 슈퍼옥수수 개발에 참여하고 최근엔 심장전문병원을 7층 건물에 260 베드로 짓고 있다. 머지 않아 완공되면 남한의 교회가 북한을 위해 사랑의 선물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리는 귀한 기회가 될 것이다.

박-저는 대북사업보다 대북접촉과 교류에 관심 갖고 일해왔다. 한국교회가 처음 대북접촉하기 시작한 것이 1984년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못하기에 해외에서 했는데 WCC(세계교회협의회) 국제위원회 주선으로 일본 도잔소라는 곳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회의가 열렸다. 당시엔 ‘통일’이라는 말을 정부에서만 쓸 수 있었고 민간에서는 쓸 수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간 얼음을 깨자고 하여 회의를 열었다. 그것을 시초로 해외 여러 교회가 북을 방문했고 남북간 만남이 수십 번 열렸다. 그렇게 교회는 막힌 담에 작은 구멍을 내어서라도 통로 역할을 하라는 부름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사회자-박 목사님은 독일의 통일 과정을 직접 목격하시기도 했는데, 보시면서 무엇을 느끼셨는지.

박-(통일 전) 독일은 ‘통일’이라는 말이 사전에 있지도 않았고 쓰지도 않았다. 통일은 불가능하며 현 상태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거기서 우리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통일을 해야 평화라고 생각하니까. 독일은 동서간 교류와 동독 지원도 많이 했는데 통일 안하고 서로 평화만 유지하는 것으로 하쟀더니 동독이 안심하고 접촉을 많이 받았다.

그것에 비춰볼 때 우리는 (독일과 반대로) 통일에 대해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실제로 협력과 지원하는 ‘실천’은 부족한 것 같다. 북한을 많이 도와주었다고 이야기하지만 독일에 비교하면 그 범위나 액수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이제는 말한 만큼 책임지는 통일 준비를 해야 한다.

사회자-국제관계를 이용하여 통일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감사하게도 2013년 WCC 세계총회가 한국에 유치됐다. 총회에 참석하는 분들을 모두 판문점까지 개성까지 평양까지 데리고 올라가서 분단국가의 아픔을 느끼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 전세계적으로 압력을 넣게 하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2014년에는 전세계 4억 5천만 명이 가입된 세계복음연맹(WEA) 총회가 서울서 열린다.

이 두 단체의 총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한국의 통일 문제를 전세계적인 이슈로 알려서 통일로 이끌어질 수 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지금 우리 앞에 일어나고 있다고 본다.

박-남한이 북한을 꼭 직접 도울 것이 아니라 러시아나 중국 미국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이 그랬다. 동독에 물자 지원할 때 정부차원에서 하면 동독이 자존심 상하니까 소련을 통해서 줬다. 그 대신 소련이 필요로 하는 경제적 도움도 주고 하니, 나중에 소련과의 외교도 쉬웠다는 것이다. 동독도 속으로 고맙고. 북한 돕기를 큰 틀의 외교 정책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사회자-막상 통일이 되면 혼란이 심각할 것이다. 통일에 대비하여 한국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나.

이-체제가 너무 다른 상태에서 65년 이상 있었으니 통일이 되어도 큰 혼란이 올 것것이다. 기독교가 어떻게 통일을 준비해야 할까 생각하며 ‘복음통일’이라는 말을 만들어보았다. 북한은 복음이 들어가기 효과적인 체제가 정립돼 있다. 그들은 김일성을 신처럼 섬기고 있는데 김일성을 ‘하나님’으로 바꾸면 되는 것이다. 북한을 변화시키는 일은 그리스도의 복음 밖에 없다.

박-우리가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못 견디는 것처럼, 짜여진 체제 속에서 지시와 명령과 배급에 익숙해진 북한 사람들에게 자유는 부담스러운 것일 수 있다. 통일된 후에도 북한 사람들의 사고방시과 사회체제를 상당 기간 수용하면서 발전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남쪽 방식만으로는 북한을 재건할 수 없다.

우리가 결단해으면 좋겠다. 통일이 와서 사회를 재구성할 때 북한 사람들이 평소 가졌던 마인드를 존중해주자는 결단이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한민족의 얼을 나누고 경제발전 시켜주고 민생도 돌봐주는 방식이어야 한다.

사회자-남북교류에 있어서 앞으로 한국교회가 어떤 프로그램을 출범했으면 하나.

손-독일이 준비 없이 갑자기 통일이 되어 상당히 힘들었다는 대통령의 조언이 어제 있었는데, (동의한다). 한국교회가 급한대로 북한을 구호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좀더 장기적으로 통일 이후를 위한 기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통일 후 북에 교회를 짓고 교육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의 일을 위한 기금을 지금부터 마련한다면 우리에게도 마음의 준비가 되고 북한 사람들도 고마워할 것이다.

이-한국교회가 통일을 위해 강력히 기도함으로써 영적 분위기를 바꾸어나가야 한다.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지도자들의 모임을 정기적으로 열고 모든 교회가 같은 날에 통일을 위해 기도하며, 그렇게 기도하는 모습이 전세계에 알려질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실천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적어도 북한의 기아문제만큼은 한국교회가 해결하자. 어떠한 루트를 통해서든지 북한의 아이들에게 식량을 보급하며 사랑 실천하는 일에 한국교회가 아주 올인해야 하는 때가 온 것 같다.

박-북한에 교회를 세우긴 세우되, 교회 따로 복지 따로가 아니라 복지지향형 교회선교가 되었으면 한다. 북한이 이미 가지고 있는 복지체제가 있다. 그런데 내실이 없다. 동네의원, 탁아소, 고아원 등의 센터를 한국교회가 내실화시켜주고 그 센터 중의 하나로 교회를 지어준다는 복합적 구조 속의 교회선교가 되었으면 한다. 그럴 때 북한선교도 비로소 탄력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세우는 교회는 제발 남한처럼 교파주의가 아니라 연합교회가 되었으면 한다.

사회자-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손-이번에 한국교회가 아이티 대지진 구호를 하면서 아이티연합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북한을 돕는 일도 협의체를 구성해서 한다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이-가장 중요한 것이 네트웤이다. 교단간 네트워킹, 한기총과 NCCK간 네트워킹, 그리고 NGO들. 그들이 모두 하나 되어서 간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대북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박-한국교회가 대외봉사하며 헌금과 기도의 능력을 합했더니 엄청난 공헌을 할 수 있었다. 이같은 패턴을 북한(지원)에도 적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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