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후학들이 기억해야 할 장공의 가르침은…'케노시스'"

기장회보서 한완상 박사·김경재 교수 특별 대담

"장공, 교단을 이끌면서도 교단을 넘어선 분"
후학들이 기억해야 할 장공(長空)의 가르침은 ‘자기 비움’
"장공은 신학을 몸으로 실천한 유일한 기독교인"
오늘날 한국교회에 주는 장공의 메시지는…

▲교단을 대표해서 한국기독교장로회 배태진 총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태진 총무, 한완상 박사(전 대한적십자 총재), 김주한 교수(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한신대)  ⓒ기장회보 

교회 안팎에서 활동하는 장공의 제자들이 만나 대담을 나눴다. 『예수 없는 한국교회』의 저자로 ‘사회’ 속에서 참된 신앙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 한완상 박사와 ‘교회’ 안에서 교회를 깨쳐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각케 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가 자리를 함께한 것.

이들은 기장회보가 마련한 제516호 특집대담에서 ‘장공, 영원한 선생님!’이란 주제 아래 교회 그리고 사회 속에 여전히 의미를 갖는 장공을 조명했다.
  
한신대 김주한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 대담에서 한완상 박사는 먼저 "장공만큼 기장성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이 없지만, 그분은 기장을 넘어서는 분이셨다"며 "제가 그 분의 깊은 신학과 삶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장공은 한국 교회와 사회에 큰 영향을 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김경재 교수도 장공이 교회를 넘어섰다는 한 박사와 의견을 같이했다. 김 교수는 "장공은 우리 교단을 이끄신 분이지만, 교권이나 교단에 얽매이는 것을 항상 경계했던 분이었다"고 말했다.

장공을 추억한 이들은 후학들이 기억해야 할 장공의 가르침에 관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들은 무엇보다 장공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자기 비움’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그분의(장공의) 내면에는 성령 안에서 거듭나지 않으면 가망이 없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저에게 남아 있는 장공의 모습은 꼬장꼬장한 조선 선비의 모습과 노장적인 탈속한 야인의 면모 그리고 기독교적인 프란시스의 청빈의 신앙을 담은 신학자의 모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공이 캐나다 유학 시절 자신에게 보낸 편지 얘기를 잠시 나눴다. 김 교수는 "편지의 말미에는 항상 ‘마음을 비워라’라는 말씀을 볼 수가 있었다"며 "하나님의 이름으로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려는 여러 모습을 보고 경계하셨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박사 역시 장공의 ‘자기 비움’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장공에게는 자기 비움의 케노시스가 있었다. ‘장공’에 담긴 의미도 영원히 비우자는 뜻으로 여겨진다"며 "빌립보서의 ‘자기를 비워 종의 모습을 취하셨다’라는 말씀처럼 실제 그렇게 사신 분이 바로 장공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신학자로서의 장공을 평가했다. 한 박사는 "(장공이)해방 후에 교권주의와 근본주의로부터 참 예수의 정신을 지키려고 하시다가 많은 핍박을 받았다"며 "장공이 자유주의 신학이라고 비판받았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장공은 역사적 예수인, 곧 자연인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 그리스도로 존경의 대상이 되었고, 바로 그 그리스도 신앙에서 기독교 교회가 탄생했다고 보았다"고 말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 할 만한 ‘역사적 예수’와 ‘그리스도’를 구분한 것이었다.

김 교수는 『제3일』의 성서 해석을 하는 ‘말씀을 새긴다’를 시작으로 장공의 신학이 가감없이 표출됐음을 알렸다. 그는 "그때 이미 역사적 예수, 갈릴리 복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던 훌륭한 개혁자였고, 칼뱅의 개혁전통을 몸으로 살아낸 분이었다"며 "장공 전집을 편집하면서 새삼 깨달은 것이지만 장공은 신학을 몸으로 실천한 유일한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장공의 생애를 집약할 수 있는 화두로 한 박사는 장공이 말년에 기독교의 핵심으로 남긴 ‘생명, 평화, 정의’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사랑’을 찾았고, 김 교수는 장공이 캐나다에 있을 때 남긴 ‘범 우주적 사랑의 공동체’를 꼽았다.

끝으로 자본주의, 제국주의, 승리주의 등으로 비판 받는 한국 기독교의 오늘날 현실에 장공이 주는 메시지도 곱씹었다. 한 박사는 "사랑이라는 비움으로 원수를 포함한 모든 상대방과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며 "‘장공’의 의미처럼 영원히 비우고 오래 비우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19세기 사회적 다원주의에서는 동물 세계의 적자생존을 그대로 도입하려고 했다"면서 "예수님은 99마리의 양을 두고 한 마리의 잃어버린 양을 찾아 떠나셨는데 지금의 기독교는 4,50마리 양이라도 버리고 이기는 양만 데리고 살고 있다"며 성장주의, 승리주의에 빠진 그리스도교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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