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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식 칼럼]광복 65주년의 기원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 ⓒ베리타스 DB
우리 민족의 광복 65주년을 맞이하여 서울시청 광장에서 한국교회의 많은 교단과 단체들이 축하 대성회를 열었다. 실로 성대하였고 뜻있는 집회였다. 전국적으로 약 50만 그리스도인이 한 믿음 한 뜻으로 하나님께 감사하고 민족국가의 장래를 위하여 뜨거운 기도와 결심의 선언들을 천명하였다.

이 성회의 목적은 첫째 민족의 해방과 국권의 회복을 주신 데 대한 감사와 한국의 오늘날 번영에 대한 감사, 그리고 민족의 통일과 한국교회의 일치를 소원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적과 감사와 소원은 전에도 있었던 것으로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었으나 광복 65주년을 맞이해서 전례 없는 성황을 이룬 집회로서 치하할 만한 집회였다.

그런데 전례가 없는 한 이례(異例)적인 순서는 ‘자원봉사단의 선언’이었다. 필자는 이것을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금후 한국교회의 새로운 과제와 진로를 시사하여준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이것은 한국교회가 교회 안팎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대상을 찾아서 도와온 사랑의 실천을 상기시켜주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집회는 민족의 주권의 회복을 감사하는 집회인데 동시에 일제치하의 우리 민족의 사랑을 회복하는 계기를 만든 집회였다. 이렇게 많은 교파와 교인들이 함께 모여서 같이 감사하고 기도하고 찬송을 부르고 함께 같은 설교를 듣고 아멘도 하고 할렐루야도 외치면서 신도의 사랑을 서로 느끼지 않았을까? 만일 여기에 모였던 그리스도인들이 서로 사랑하는 마음 없이 모였다가 헤어졌다면 이 집회는 하나의 시위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국권 회복을 주신 하나님에 대한 감사도 그의 사랑에 대한 감사가 돼야 하고, 경제 부흥에 대한 것도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감사가 되어야 한다. 특히 민족 통일을 소원할 때 민족의 사랑의 회복을 위한 기도라야 하고 한국교회의 회개를 부르짖었는데 그것도 한국교회의 사랑의 회복을 위한 회개여야만 한다.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자기 사랑의 훈련을 잘 받아왔다. 나의 믿음과 나의 구원을 위하여 온갖 노력을 했고 나의 교파, 나의 교회를 위하여 많은 것을 바쳐 왔다.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나와 내 것을 사랑하는 일이 먼저라야 할 것이지만 거기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여 이웃 사람, 이웃 교회, 이웃 지방을 사랑하지 못하고 내 것의 사랑 때문에 이웃 교회와 이웃 지방과 이웃 사람을 오히려 미워하고 분쟁을 일삼아온 것이 해방 후 65년의 세월이었다. 사랑 없이는 교회 일치를 기대할 수 없다. 같은 사랑 안에 있을 때 하나가 된다.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을 섬기고 교회를 섬기는 훈련은 잘 되어있다. 그러나 신도들이 서로 서로 잘 섬기는 것이 곧 하나님과 교회를 잘 섬기는 것임은 잘 몰라왔다. 좋은 믿음에 대해서는 많이 배웠으나 사랑으로 역사하는 믿음은 잘 몰랐다. 그래서 교만한 믿음이 되었다. 하나님과 교회를 잘 섬긴다면서 하나님을 욕되게 하고 교회를 분란하게 만들고 사회에서 교회를 욕되게 하였다. 마틴 루터가 말하기를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에 오신 이후로 하늘의 하나님의 제단이 땅 위의 우리 이웃에게 안치되었다고 했다. 곧 이웃을 잘 섬기는 것이 하나님을 바로 섬기는 산 제사라는 뜻이다. 섬기는 일은 사랑 없이는 되지 않는다. 사랑 없이 섬기는 것은 한갖 동정 행위일 뿐이며 의무 수행일 뿐이다.

어거스틴은 믿기 전에는 하늘의 하나님을 찾아 올라가며 하늘의 복을 명상하고 사랑하려는 상향적인 사랑을 추구했으나, 그 수고는 헛수구이고 이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구에만 타면 그가 그가 하늘로 우리를 인도하시는 것을 알았는데 그것은 그가 낮은 데로 찾아오신 하나님의 인간애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서로 남을 섬기는 종의 도를 가르치셨으니 존경과 권위와 위신과 자기 자랑을 내세운 한국교회의 대성회가 아니고 자원봉사단의 선언대로 낮은 자세로서 한국국가와 민족과 이웃 나라까지 사랑해서 섬기기를 선언한 대성회로 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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