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가톨릭ㆍ개신교 성직자 부산 성 분도 명상의 집서 첫 공동 피정"

"교회일치는 열린 마음에서 시작"

▲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공동피정에 참가한 가톨릭과 개신교 성직자들이 함께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고 있다 ⓒ평화신문 제공

가톨릭과 개신교 성직자들이 처음으로 공동 피정을 가졌다.

성공회 사제와 개신교 목사들이 교회일치 차원에서 가톨릭의 고유한 영성수련법인 피정(避靜)을 체험하고자 가톨릭 피정시설인 부산 성 분도 명상의 집에 찾아온 것.

이들은 김광준 신부(대한성공회)와 심광섭(감리회신학대 교수)ㆍ전철(한신대 교수)ㆍ김태현(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간사)ㆍ남재영(대전빈들감리교회) 목사, 안상준 사관(구세군사관학교 교수) 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회 소속 각 교단 대표들이다. 여성 목회자인 정금교(대구누가교회 담임) 목사와 김기리(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사제도 보였다.

가톨릭에서는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위원회 위원들과 각 교구 일치운동 담당 사제들이 참여했다.

16일부터 2박3일 동안 열린 이번 피정은 교회일치운동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참가자들은 첫날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의 어제와 오늘'에 대한 토론을 시작으로 성 분도 명상의 집 원장 정학근 신부 강의와 조별 묵상 나누기, 십자가의 길 등에 참여하며 개신교에서는 생소한 피정과 수도생활을 체험했다. 또 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운영하는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과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를 방문했다.

개신교 성직자들은 한결같이 "새롭고 참 좋았다"며 "가톨릭 영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가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남재영 목사는 "수도 전통에 담겨있는 겸손과 순명의 가르침은 내 자신이 좀 더 작아져야 함을 다시금 느끼게 해줬다"고 밝혔다. 정금교 목사는 "큰 소리로 통성기도를 하는 개신교와 달리 침묵 가운데 말씀을 듣고자 하는 가톨릭 피정이 새롭게 느껴진다"며 "운율에 맞춰 낭송하는 성무일도 기도가 참으로 맛깔나다"고 말했다. 특히 일반 교회에서 현장 목회를 하는 목사들은 "우리 교인들에게도 가톨릭 피정을 체험하게 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참가자들은 "가톨릭과 개신교가 아직도 오해하는 부분이 많은데 앞으로 더 많이 교류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교회일치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예술신학을 전공한 심광섭 목사는 "개신교 신자인 렘브란트의 성화가 가톨릭 성당에 걸려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교회일치는 이런 열린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위원회 위원장 김희중 주교는 "신학생 때부터 교회일치를 위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씨뿌리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 큰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평화신문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작성자-서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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