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北에 다녀온 박종화 목사 밀가루 지원 첫 심경은…

29일 경동교회 주일예배 설교서 전해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 ⓒ베리타스 DB
개신교·불교·원불교·천도교·천주교 등 5대 종단이 참여하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모임'의 개신교 공동대표 자격으로 지난 27일 북한을 방문했던 박종화 목사가 북에 밀가루 300톤을 지원한 것과 관련해 첫 심경을 밝혔다.

29일 경동교회 주일예배 설교에서 박종화 목사는 개신교가 타 종단에 비해 대북 지원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모습을 아쉬워했다. 그에 따르면, 이번 대북 지원 계획은 불교 정토회의 주도적인 참여로 진행됐다. 정토회가 모은 밀가루 200톤에 나머지 100톤을 천주교, 천도교, 원불교, 개신교측에서 나눠서 모은 것.

밀가루 지원에 대해선 "밀가루는 개성에 있는 어린이 집, 황해남도·황해북도 취약계층 어린이 집, 요양원에 주기로 약속을 하고 내려왔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이어 "저희가 공식적으로 (북측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이번엔 못들었다"며 "생각컨데 일할 만큼 배급받고 인센티브도 없다 보니 도와주는 것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을 하는게 아닌가 한다"며 "체통을 중요시 해서 그런지 아무리 도와줘도 고맙다는 말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개성에서)나오다 보니까 밑에 일하는 세관 관리들이 찾아와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며 "바닥은 고맙다 하고, 상층부(당원, 간부들을 지칭)는 안 고맙다고 하고 그래도 마음은 고맙지 않았나 생각하고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개성·황해남도·황해북도 어린이 집 및 취약계층 요양원 중 한 곳이라도 직접 볼 수 있는지를 북측에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사연도 전했다. 박 목사는 "말 싸움을 했을 정도로 감정도 발생했다"며 "그러나 결국 실패했다. 북한을 방문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북측이)자기들이 정해 놓은 방문지는 잘 개방하지만 취약계층이 사는 곳, 어려운 곳, 지저분한 곳을 보여줄 만한 자신감은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이날 ‘선한 사마리아 사람이 되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한 박 목사는 분단에서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강도를 만난 북한의 굶주린 동포들을 위해 개신교인들이 선한 사마리아인의 정신을 발휘해 도와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 목사는 "예루살렘에서 여리고성으로 가던 길에, 분단에서 통일고 가는 길에 강도 만난 사람들(북한 굶주린 동포들)을 누가 먹여야 되겠느냐"며 "북은 안 먹여줄 것 같다. 우리들이라도 먹여주어야 하는데 이 다음에 마태복음 20장에 나온대로 하나님이 옛날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남쪽에 있는 백성들아 너희는 쌀도 남고 찌그레기도 남는다고 하고 그렇게 남아서 버릴 때 이유야 어떻든 북쪽에 있는 동포들, 희생물이 된 그들을 위해 뭘했냐 물을 때 (현재로서)우리는 너무 궁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끝으로 박 목사는 "우리가 그래도 사람을 살려야하지 않습니까? 체제는 미워도 굶는 백성들은 살려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 답변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순박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방북길에 올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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