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한일강제 병합 100년을 맞이하여 민족의 자주를 생각한다

  "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건하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 " (갈 5:1)


  올해는 일본이 대한제국을 강제로 병합한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일본은 강화도 조약, 을사조약, 한국병합에 이르기까지 강압과 무력으로 우리의 국권을 강탈하였으며, 그 이후 일본이 아시아와 태평양지역을 침략하면서 자국의 국민(일본인)은 물론이요 조선인마저 침략전쟁의 총알받이로 내몰았다. 내선일체, 동조동근, 황국신민 등을 내걸고 언어와 문자의 사용금지와 동방요배, 신사참배, 창씨개명을 강요하여 민족의 정체성을 말살하고, 한반도의 자원과 물자를 약탈했다. 징병, 징용, 정신대 등의 명목으로 수백만 명의 한국인을 전쟁 도구로 강제동원 했다. 일본은 최소한 한반도 침탈에 대한 국회결의 및 정부 담화를 통해 진정어린 사과를 하고 강제징용 및 군대 “위안부” 피해자들과 아직도 역사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사건들을 밝히고 그에 대한 정당한 배상을 해야만 한다.

  이 최소한의 조치가 있을 때 비로소 과거를 청산하고 양국관계가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1945년 패망 뒤 오늘날까지도 일본은 과거 식민지배의 범죄행위를 부인하고, 침략의 역사를 옹호하며, 우익 세력을 중심으로 역사교과서를 왜곡하고, 독도영유권을 주장할 뿐 아니라, 최근에는 평화헌법9조까지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제강점으로 말미암아 우리민족이 입은 피해는 막대했으며, 지금까지도 그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한 나라가 자주권을 상실했다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은 물론 정신적인 떳떳함도 상실한 채 이민족의 노리갯감으로 전락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해방이후 우리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군정이 실시되었다.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위해 한반도에 입성한 미국은 온갖 핑계로 66년째 주둔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100년 이상 주둔할 기지를 평택 등에 건설하고 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말뿐인 ‘연합’일 따름이다. 외견상 양국 대통령의 군통수권과 군령권이 한미 연합사령관에게 동등하게 행사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적으로 한미연합 지휘체계는 한국 대통령의 군통수권, 군령권이 미치지 않고 오직 미국 대통령의 군통수권에 의해 일방적으로 운영되는 구조이다.

  국민의 혈세로 매년 수십조에 해당하는 국방예산을 퍼붓고 우리 아들, 딸들이 복무하는 국군은 사실상 작전통제권 하나 갖지 못한 채, 국민의 생명, 국가의 운명과 주권을 외국 사령관의 수하에 두어야 하는 치욕적인 국치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의 경우도, 정부는 미국에 의존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며, 그 결과는 남북관계의 파탄, 한반도 전쟁위협 가중, 대중관계의 악화, 작전통제권 환수 연기, 한미 FTA 재협상, 주한미군 이전 및 주둔비용 지원 확대, 아프간 재 파병, 이란 제제 동참 등 대미 군사적 예속과 국민의 막대한 경제적 부담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민족의 자주적 역량을 높여 우리의 안전과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주변의 열강들과의 관계를 이끌어야할 정부가 오로지 한미동맹 강화에 목매어 민족의 생명과 생존을 볼모로 잡혀야 하는 상황으로 몰고 갔고, 결국 국가 주권도 내주고 민족과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길을 우리 스스로 비용을 들여 닦아 주는 꼴이 되었다.

  또한, 미일동맹의 정치적 구심이었던 자민당이 정권을 상실하고 후텐마기지 이전 문제 등 주일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협받게 되자 미일대등동맹을 표방하며 5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하토야마 정권을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일거에 침몰시키고, 후텐마기지 문제도 미국의 입맛에 맞게 해결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8.15경축사를 통해 ‘통일세’신설을 언급하였다. 이는 대북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것이다. 또한, 미국의 이란제제에 동참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는 한미동맹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며 굴욕과 경제적 위협을 안기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행태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으며, 현 정부의 대미외교의 행태는 과거 한일강제병합 당시 국권을 송두리째 일본제국주의에 내어준 것과 다르지 않은 것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금도 동아시아는 과거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의 역사를 둘러싼 갈등을 반복하면서 극복하질 못하고 있다.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의 역사적 청산과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한 까닭이다. 죽은 과거가 살아있는 현실과 앞으로 살아야할 미래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지금이라도 이명박 정부는 국내외 정세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사대굴욕적인 외세의존정책에서 벗어나와 민족의 떳떳하고 당당한 자주의 대로를 열어 새 역사의 길을 가야할 것이다.

  1910년 일제의 강제병합으로부터 100년, 8․15 해방으로부터 65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주님께서 허락하여 주신 자유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여전히 종의 멍에를 져야 편안함을 느끼는 노예적 근성으로 살고있음을 가슴깊이 회개한다. 우리는 주님만을 의지하고, 주님의 말씀에 바로선 민족으로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이해관계를 자주적 입장에서 생각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할 때만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에 샬롬의 평화가 임할 것이다.

  100년 전 주권을 상실한 나라의 수치를 가슴에 새기며 다시는 외세에 우리의 운명을 맡기는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 신도들과 국민은 간절한 마음으로 소망한다.


2010년 8월 30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총무  배태진

교회와사회위원장  전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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