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9주년이었던 11일, 미국은 평화를 바라면서도 분열을 피해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테러 후 급증한 이슬람혐오증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한편, 많은 뉴요커들이 이슬람을 포용하자는 집회를 열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국방부에서 열린 추념식 및 정기 인터넷·라디오 연설을 통해 미국 내 심화되고 있는 종교 갈등을 겨냥, “우리는 하나의 국가이자 하나의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9.11테러가 일부 테러 집단의 소행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9월의 그 날 우리를 공격한 것은 종교가 아니라 알 카에다”라고 말했다.
또 “우리의 공통점을 보지 못하게 하고 차이점에 기반해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유혹에 굴복하지 않겠다”, “우리는 이슬람과 결코 전쟁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테러 당시 184명의 목숨을 앗아간 국방부 펜타곤 건물 앞에서 열린 이날 추념식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 등 군 지도부와 희생자 유가족이 대거 참석했으며 별다른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오후가 되자 시내 곳곳에서 항의성 집회가 시작됐다. “희생자들의 이름이 무겁게 낭독된 공식행사가 끝나자 거리는 그라운드 제로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이슬람 센터를 세우려는 계획에 반발하는 또는 찬성하는 집회가 일어났다”고 타임지 인터넷판은 보도했다.
유명 보수논객 파멜라 겔러(Geller)가 이끈 이슬람센터 반대집회는 파크 플레이스 일대 거리를 가득 메웠다. 테러 때 아들을 잃었다는 넬리 브래진스키는 이슬람센터가 “공동묘지 꼭대기의 모스크”라고 비난했다.
센터가 백악관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바마의 모스크는 안 된다’는 사인을 흔들었다. ‘샤리아(이슬람 법)는 안 된다’며 이슬람에 대한 공공연한 적대감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퀸즈 토박이 짐 디마리아는 “이번 모스크는 미국을 삼키기 위한 사우디 와하비스트들의 첫 번째 단계”라며 이슬람혐오증을 드러냈다.
이 집회 인근 처치 스트릿에서는 기독교인들의 집회가 열렸다. 연설을 맡은 목사는 “하나님은 무슬림을 우리의 사악함을 벌할 도구로 사용하고 계시다”고 말했다.
한편 바로 전 날 뉴욕 시내에서는 수천 명의 뉴요커들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밝히며 이슬람 사회에 대한 관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테러 때 조카를 잃었다고 밝힌 한 여성은 “세계무역센터를 공격한 극단주의자들에 대하여 나는 크나큰 분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센터 관계자들과) 그들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 집회 참석자의 일부는 다음 날까지도 남아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등의 사인을 들고 시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