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설교]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95회 기장 총회 첫 날 김현배 총회장 개회예배 설교

올해는 국권피탈 100주년, 6.25 60주년, 4.19혁명 50주년, 5.18민주화운동 3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 민족은 혹심한 외침을 거쳤다. 외세의 수탈을 당하고 무참히 짓밟혔다. 국권을 강탈당했고 자유와 소중한 문화와 자원을 빼앗기는 고통을 겪으며 살아왔다. 불안과 시련의 세월을 보내며 눈물로 피로 역사를 썼다.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용기 있는 믿음의 용사들은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기록을 남겼다. 그들은 그 어떤 시대 앞에서도 비굴하지 않았다. 외침을 물리치기 위해 용감히 나섰고, 불의한 세력에 항거했고, 어두운 권세를 물리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 오랜 세월 고난을 몸으로 때우며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바쳤다. 단 하나 뿐인 소중한 생명을 역사가 기꺼이 이 땅 위에 심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 이 땅에 하나님의 뜻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졌고, 이루어져가고 있고, 언젠가는 완전히 이루어지리라고 믿는다.

지금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상황에 다소 변화가 생겼으며 이런 저런 진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피원조국에서 원조국이 되었고 괄목할만한 경제성장도 이룩했다. G20 회원국으로 당당히 세계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상은 어떤가?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정하고 위험하다. 남북의 긴장상황은 여전하고 주변정세가 살벌하다. 사회의 불평등 구조와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계층 간 소득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실업률이 높아지고 사회보장제도가 약화되며 정치적 권력과 생산수단이 점점 더 소수의 손아귀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권력남용과 폭력과 불안정은 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심히 어지럽고 혼란스럽기가 그지없다. 사람과 자연에 대한 착취가 여전하며 창조질서가 파괴되고 생태계는 병이 들고 신음하는 불안정한 세상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결코 안전하거나 평화로운 세계가 아닌 줄로 안다. 정의로운 세상도 공평한 세상도 아니며 뭇 생명이 자유하며 마음 놓고 편안히 살 수 있는 세상도 아니다.

우리는 불안하고 어두운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되고 억압받는 자에게서 있어서는 이 어두운 시대는 절망적이며 추잡한 세상이다. 주님은 이런 세상을 원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뜻을 이루기 위해 저와 여러분을 이 역사 가운데 세우시고 사명을 오늘 우리에게 맡기시며 이렇게 요구하셨다. 미가서 6장 8절에 주님께서 요구하시는 것은 오로지 공의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나님 나라의 핵심은 전 인류에 걸친 정의다. 하나님 나라의 목적은 모든 피조물을 정의와 사랑으로 다스리고 이 땅에 자유 평등 평화의 나라를 세우는 것이다. 하나님은 이를 위해 저와 여러분을 부르신 줄로 믿는다. 하나님이 우리를 선택하신 것은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이루기 위함이다.

우리는 먼저 뜻이 이 땅에 이뤄지기 위해 맑고 깨끗하고 정직하고 투명하고 의롭게 살아야겠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말이다. 그리고 정의를 외치고 악하고 불의한 세력을 물리치는 일에 투신하고 정의 구현에 앞장서야겠다. 그리스도인들이 정의에 침묵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 논리의 노예가 되고 당리당략에 따라 행동하는 것도 옳지 않다. 우리는 다만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이뤄지기 위해 기도하며 자유 정의 그리고 평화의 행진을 해야 한다. 나라와 민족을 위한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권력의 횡포와 억압을 물리쳐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억눌리고 소외됐던 민중들에게 자유와 평화와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 그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그 중심에 우리가 서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과 함께 행동해야 한다. 뜻이 같고 이념이 같고 사상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뛰어넘어서 우리를 정의롭게 하는 그리스도와 함께 행동해야 한다.

이 행동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또한 열심으로 기도해야 한다. 기도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하나님께서 이 나라를 통치하시고 다스리도록 기도해야 한다. 자유와 구속을 풀어주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 나의 뜻이나 목사님 뜻이나 장로님 뜻이나 총회원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 땅위에 이뤄지고 용서가 있고 사랑이 있고 사랑이 미움과 갈등을 녹여내는 세상이 되고 십자가 앞에서 모든 계층과 사상과 이념과 종교의 장벽이 넘어지고 화목하고 소통하며 또 정의로운 사회 평화의 세상이 이뤄지도록 우리는 기도해야 한다. 아버지 하나님의 뜻이 나와 교회 오늘 우리 교단에 계시되고 우리를 통해서 계속 행하시며 하나님의 소중한 도구가 되어 주님의 뜻을 이뤄갈 수 있도록 여러분 간절히 그리고 열심히 기도하시기 바란다.

그리고 이 땅 위에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나님의 식대로 살아야 한다. 저나 여러분들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이뤄지도록, 내 자신의 허물을 잊어버리고 세상의 사람들처럼 세상의 식으로 살아가려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뜻대로 이제는 살아가야 한다. 내식, 세상식, 진보주의식, 보수주의식, 사회주의식, 민주주의식, 공산주의식, 미국식이나 김정일식이나 현정부의 식으로도 하나님의 뜻이 결코 이 땅 위에 이뤄지지 않는다. 이념과 사상과 국경을 초월해서 하나님의 식대로 해야 한다. 그래야 하나님의 뜻이 이 땅 위에 분명히 이뤄지리라고 믿는다.

하나님의 식은 어떤 식인가? 자기 자신을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고 개인 욕구와 육체적인 욕망을 포기하고 예수님과 함께 행동하는 것이다. 선으로써 악을 이기는 것이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의 목숨을 살리려 하기 보다는 하나님의 뜻대로 목숨을 잃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이 하나님의 식이다. 하나님의 식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우선은 좀 힘들고 어려워도 하나님의 식과 원칙을 고집하면서 우리는 살아야 한다. 불이익을 당하고 손해를 당하고 고난을 당하고 희생을 당하는 일이 있어도 우리는 믿음으로 하나님의 식대로 해야 한다.

하나님의 식대로 하면 혹독한 대가를 치룰 수도 있다. 단 하나뿐인 소중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말라. 죽고자 하면 살게 된다. 하나님의 식대로 하면 나도 살고 교회도 살고 우리 총회도 살고 민족도 살게 될 줄로 믿는다. 내가 죽고자 하며 한 알의 밀알로 썩어질 때 많은 영혼이 소생하고 죽어가는 생명이 살아나며 잃었던 소중한 가치와 인생의 자원을 되찾게 될 줄로 믿는다. 여러분, 희생 없이 이 땅의 온 생명을 살릴 수 없다. 어떠한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새 역사 창조도 기대할 수 없다. 인간의 진정한 승리와 평화와 행복도 없는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자기를 희생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고 했다. 참으로 차원 높은 말이라고 저는 본다. 나의 아픔과 고통과 희생이 누군가의 위안이 되고 사랑이 되고 존재의미가 되고 살리는 것이 될 때 그것은 오히려 감사이자 행복이다. 여러분 이 사실을 믿으시기 바란다. 그리스도인의 진정한 행복은 소유하고 누리고 욕구가 충족되는 가운데 사랑을 나누는 이러한 차원을 넘어서는 것임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비우고 내어주고 잃어버리고 희생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행복이고 뜻이 이 땅 위에 이뤄지게 하는 힘이다. 하나님의 기쁨이요 행복이다.

저는 소원하기를 오늘 우리들의 행복과 하나님의 행복이 하늘과 이 땅 위에 가득하기를 원한다. 바라기는 그것이 이 땅 위에 이뤄지고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이 마음 놓고 편히 사는 세상, 누구나 주어진 권리를 누리고 당당하고 자유롭게 사는 세상, 자유와 지위와 명예와 돈 때문에 싸우지 않는 평화로운 세상, 성차별이 없고 계급의식이 없는 세상, 투기꾼이 없는 세상, 하나님의 뜻대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 사는 세상,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이 잘 가꿔지고 보존되는 세상, 산천초목이 덩실덩실 춤을 추는 세상, 모든 백성이 거룩하게 되고 성화의 길을 걷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한다. 저와 여러분 그리고 교회와 우리 교단을 통해 그런 세상이 오기를 꿈꾸며 아버지 하나님의 뜻이 이 땅 위에 이뤄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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