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선교훈련원이 해방신학의 본산지 남미로부터 학자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었다.
▲쿠바장로교 레이네리오 아르세 총회장이 NCCK 선교훈련원 주최 강연회에서 쿠바 기독교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이지수 기자 |
쿠바장로교 총회장 및 쿠바복음신학교 총장으로 있는 레이네리오 아르세(Arce) 박사는 13일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쿠바 에큐메니컬 기독교계가 “신자유주의로 인하여 위기에 처했다”고 말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신자유주의의 악마적인 모습을 고발하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20명 안팎의 청중들이 자리한 가운데, 아르세 박사는 “쿠바에서도 해방신학 계열은 소수”라고 말했다. “가톨릭 학자들은 해방신학과 동떨어져 있었고 지금도 매우 보수적이다. 여러 종파가 있는 개신교는 쿠바교회협의회와 협력하고 있는 ‘소수의’ 에큐메니컬 진영을 해방신학 계열이라 이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야말로 쿠바에서 가장 뛰어난 그룹”이라고 아르세 박사는 평했다. ‘복음화의 주체는 성령이지 사람이 아니다’는 이들의 선교신학은 이들로 하여금 해방과 정의를 위한 사역에 참여하게 만들었으며, 부정의 시정에 나서게 했다.
동시에 이들은 “예수의 행위와 활동이 어디에 있는지를 선포함으로써 쿠바 국민들이 예수의 해방적인 메시지를 접하고, 좀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갖도록 했다”고 평했다. 해방신학 계열이 지금까지는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잘 감당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근래 들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이들에게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다시피 자본주의의 가장 타락한 모습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다. 이에 우리는 그 체제의 사탄적이고 악마적인 모습을 고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그는 시장경제에 개방돼가는 쿠바의 현실을 “약속의 땅에 도달할거란 희망을 버린 이스라엘”에 비유하고, “쿠바의 교회들조차도 새 땅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르세 박사는 “그러므로 우리는 그 약속의 땅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굳게 지켜가야 한다”고 처방하고,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는 희망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하나님 나라와 사회적 정치적 시스템을 동일시할 수 없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에 가까운 모습으로 다가갈 수는 있을 것이다. 바로 그런 일을 위해서 쿠바 교회가 일해야 한다”며 강연을 마쳤다.
한편 이날 강연 후에는 김항섭 한신대 교수가 ‘신자유주의와 라틴아메리카 교회’, 조영현 박사(서울대 라틴아메리카 연구소)가 ‘세계화 시대와 라틴아메리카 해방신학의 분화’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