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 |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Hawking·68)이 세계적인 종교 논쟁을 점화했다.
호킹은 9일 출간된 새 책 ‘위대한 설계’(Grand Design)에서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은 신이 아니라 중력에 의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의 ‘신 존재 부정’ 발언은 영국 현지는 물론 전 세계적인 논쟁을 낳고 있다.
영국 성공회 수장 로완 윌리엄스(Williams) 캔터베리 대주교는 “왜 아무것도 없기보다 무언가가 있는지에 관해 물리학은 스스로 대답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영국 유대교 수석랍비 조나단 삭스(Sacks)는 “과학은 설명에 대한 것이고, 종교는 해석에 대한 것”이라며 “성경은 단순히 우주가 어떻게 설명하는 데에 관심 없다”고 반박했다. 영국 가톨릭 수장 빈센트 니콜스(Nichols) 대주교 역시 삭스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조한다”고 밝혔다.
반면, 저서 ‘만들어진 신’으로 명성을 얻은 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Dawkins)는 “생물학계가 다윈의 진화론 이후 신을 생물학의 영역에서 몰아낸 반면, 물리학계는 모호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호킹이 물리학계의 신의 존재 논란을 마감할 결정적 한 방을 시도하고 나섰다”며 호킹을 지지했다.
토론으로 유명한 미 언론 허핑턴포스트에서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필립 클레이튼(Clayton) 클레어몬트신학교 교수는 “도킨스는 호킹의 발언을 종교의 최대 라이벌로 과학을 규정하는 데 이용할 것이고, 그에 대한 답례로 종교인들은 종교의 이름으로 과학의 죽음을 선언할 것이다”며 성급한 판단을 자제하면서도 “이 위대한 물리학자는 너무 도가 지나쳤다”고 비판했다. 클레이튼의 글에는 300여개의 댓글과 역시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린 전문가 비평이 링크돼 있다.
호킹의 책은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됐으며, 세계 각국에서 번역 출간을 앞두고 있다.
*책 <위대한 설계>는
스티븐 호킹과 미 물리학자 리어나드 믈로디노프가 공저했다. 저자는 우주가 중력의 법칙과 양자이론을 따라 무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단언한다. 이 자연 발생이 인간과 우주가 존재하게 된 이치라며 우주가 창조되고 작동되는 데 신을 개입시킬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박자들을 겨냥, “이탈리아의 한 마을은 몇 년 전 금붕어를 둥근 어항에 넣어 기르는 것을 금지한 적이 있다. 어항으로 왜곡된 현실의 모습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는 이유였다. 우리는 금붕어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