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설교] 평화를 위하여 부름 받은 교회

기장 총회 셋째날 강원노회 희년기념예배 이상철 원로 목사 설교

평화를 이룩하는 이는 영웅들이 아니다. 흔히 이 점에서 많은 오해들을 하는데, 평화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충성스런 종들임을 우리가 늘 마음속에 기억해야 한다. 내가 평화를 이룩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의 주님을 모시고 그 분이 이 땅 위에 평화를 이룩하도록 우리의 모든 것을 바쳐서 충성하는 것이 피스메이커의 일이다.

평화운동이라는 말은 다른 말로 하면 만남의 운동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 만남의 운동의 과정에서는 마음이 꼭 같은 사람들만 만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다르고 또 때로는 정반대의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까지도 만나야 하는 과제가 평화운동가들이 직면하는 과제다.

그래서 피스메이커들은 마음의 문을 열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 그들이 말하고 주장하는 생각을 경청하는 겸허한 태도와 또 자기의견에 맞지 않더라도 인내를 가지고 더 깊은 대화를 해나가는 마음의 자세가 있어야 한다.

피스메이커들은 자기 자신의 독선을 버리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또 그들의 의견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제가 캐나다에 있는 동안 교회를 섬기며 경험했던 사사로운 경험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드리는 것을 용납해주시기 바란다.

캐나다에 유학 가 있을 때 그 곳 원주민들의 학교를 방문했다. 캐나다인들이 기숙사를 만들고 학교를 만들고 원주민들의 언어를 잊게 하고 영어를 가르쳤다. 제가 그 학교에 가서 금방 느껴졌던 것은, 이것은 일본 침략자들이 우리 백성에게 했던 정책과 같은 것이구나 하는 점이었고 몹시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그 젊은 학생들을 놓고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 민족도 당신들과 같이 이런 압박을 받은 역사가 있다. 그런데 그런 침략적인 역사는 오래가지 않는다. 당신들도 이런 억압해서 해방될 것이다. “참고 견뎌라”라고 말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제가 캐나다 연합교회 총회장이 되었을 때 그 총회 총대 중 예전 방문했던 그 학교를 졸업한 여자 분이 있었는데 이 분이 총대가 되어서 제게 오더니 제가 총회장이 된 것이 기뻐서 눈물을 흘렸다. 그 분이 당신 같은 사람이 총회장이 되어 주어서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하는 연극 같은 사건이 있었다.

제가 총회장 시절 증경총회장들과 의논하고 캐나다 연합교회가 백인이 짓밟은 아픔을 씻어주고 사과를 하는 그런 운동을 해보자고 했더니 많은 증경총회장들이 동의를 해서 원주민들의 어른들, 추장들, 그 분들을 모시고 그 총회장소 옆에 천막을 치고 그 안에서 한 10명 쯤 되는 이들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백인 교회 지도자들이 참으로 잘못했다고 용서하고 사과를 하는 일이 생겼다. 그리고 서로 붙잡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같이 울어 본 경험이 있다. 그 이후 2년이 지나 총회가 총회장 선거를 하게 되었는데 원주민 목사님 가운데 저하고 오래 개인적으로 사귀던 분이 총회장 후보가 되었다. 그 분이 등록하니까 아무도 총회장 후보에 나오지 않았다. 무투표 당선되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총회 모이는 그 때까지 이 분이 단독 후보자였다. 그런데 일부 목사님들 가운데 그렇게 하는 것이 과연 그 분을 존경하는 길이겠냐며 경선을 하는 편이 더 훌륭하지 않겠냐고 해서 젊은 목사님 한 분이 자기 이름을 냈고, 그 원주민 목사님이 당선되었다. 그 분이 2년 동안 훌륭하게 총회장의 역할을 했다. 그래서 거기서 설교를 한 일이 있었다.

이런 것은 하나의 평화운동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 캐나다 연합교회는 그 원주민 사회를 향해 전체 백인을 대표해 사과를 했다. 저는 총회장이라 여러 원주민 커뮤니티를 다니며 사과한 일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원주민 어른들이 찾아와서 목사님과 사모님을 한번 모시고 싶은데 알버트라는 서부 주에서 모시겠다고 해서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갔다.

갔더니 수백 명 원주민 지도자들이 모여 있었고 그들이 즐기는 특유한 음악도 즐기고 찬양도 부르고 춤도 추며 감격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저와 아내를 불러내서 오늘 명예 추장으로 추대한다고 하더라. 새털로 만든 모자도 씌워주고 가죽 옷도 씌워주더라. 레인보우 치프, 무지개 추장이라는 이름도 주더라.

왜 무지개냐고 하니, 무지개는 모든 색깔을 다 끌어안아서 아름답게 만드는 상징이고 또 하늘의 무지개가 뜨면 구름은 사라지고 햇빛이 오고 새 하늘이 열리는 희망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이 희망을 가져다주어서 무지개 추장이라고 명명했다고 했다.

저는 교단의 총회장도 하고 대학의 총장도 했지만 제 개인으로 가장 감사하고 영광이 된 것은 이 추장이 되었던 것이다. 다음에 소개할 때는 캐나다 원주민 추장이 왔다고 해주기 바란다.

이런 평화의 운동이 북미대륙에는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원주민들이 활기를 띠어 가며 북미 대륙 건설에 힘차게 참여하고 있다. 그들의 예배가 더 은혜스럽고 감격스럽고 활기차다.

평화운동은 강대국 사람들이 많이 부르짖은 운동이다. 저는 어렸을 때 시베리아에서 태어나서 7살 때 중국에 왔는데 10대 때 일본 군벌이 중국 땅을 점령했다. 근데 이들이 계속 말하는 것이, 우리가 당신들에게 평화를 주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총을 들고 와서. 이것이 계속된 강대국들의 역사다. 총을 들고 와서 평화를 말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6.25전쟁이 끝나고 1945년 해방되었을 때 국제연합이 우리나라를 다시 찾게 도와주었다. 고마운 일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국제연합이 미처 심각히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38선을 긋고 남북을 갈라놓은 것이다. 엄밀히 말해 그들에게 그런 권한이 없었다. 제제를 하는 강대국의 심리가 우리와는 거리가 먼 사고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까지 우리는 민족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서로 총을 겨누는 불행한 처지에 있게 되었다.

이런 역사를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강대국이 쪼개놓은 그런 역사를 우리가 계승해가면서 동족인 우리가 언제까지 원수처럼 살아야겠는가? 이것은 전연 앞뒤가 맞지 않는 우리의 현실이다. 북쪽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어 가는데 남쪽 사람들은 곡식이 남고. 나눔도 없어졌다.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우리 민족이야말로 분단이 얼마나 슬픈 것이고 서로 싸우는 것이 얼마나 아픈 것인지 어느 민족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이런 민족이 평화운동을 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민족만이 아니라 온 세계를 위해 평화운동을 해야 하는 일로 부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 슬픔과 아픔을 갖고 모든 민족에게 증언하면 세계평화가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한국교회는 우리 민족의 평화를 위해 부름 받았을 뿐더러 온 인류의 평화를 위해 부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자부심을 갖기 바란다.

평화의 왕인 그리스도께서 여러분과 함께 해서 남과 북과 온 세계를 끌어안는 창조적 소수가 되어 온 세계가 깜짝 놀라는 평화운동을 벌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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