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부흥성장을 위한 체계적 시동...총회 선언서와의 관계는 미약해
WCC 총회 통해 교단 차원 도약과 지역교회 발전 도모 유기적 결합 시도
공청회 긍정적 평가 차기 공청회 기대와 보완 예고
한상렬 목사 관련 노회 간 대립 노출... 에큐메니컬 정신과 관용 또한 공존
보수 교단 강점 부흥 성장 벤치마킹하다 이단 대책위원회에도 주목?
지금이야말로 “뭘 해도 기장이 하면 다르다”는 점을 증명해 보여야 할 시점
'정신'과 '여건'의 갈등도 내포되어 있어
16일 원주 영강교회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가 3박 4일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폐회했다.
폐회예배에서 기장은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는 주제에 대한 해석적 입장을 담은 총회 선언서를 채택했다.
선언서는 △한국교회가 성육신을 회복해야 하고 △은총과 긍휼이 숨 쉬는 생명세계를 희망하며 △한국사회에 정의로운 평화가 정착되도록 힘쓸 것이고 △공의와 상생의 정신으로 소통하는 사회를 위해 일하리라는 기장의 입장을 담았다.
선언서에서 기장은 "생태계 파괴의 재난을 초래할 현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생태를 회복하는 창조질서 보전의 길로 바꾸어질 때까지 우리의 기도는 더욱 간절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선언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끝까지 관철시킬 의지를 분명히 했다.
선언서는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북에 대한 인도적 지원조차도 꺼리는 풍토를 '세속적 가치관'으로 보고 압록강과 신의주 주변의 수재민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 밝혔다.
일관되게 주장해 온 6.15와 10.4남북공동선언 이행과 평화협정 수립을 비롯하여 4자, 6자 회담을 통한 국제적 합의가 이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활성화 촉구도 포함됐다.
또 다문화 사회에서의 외국인 인권 보호와 이웃종교와의 소통, 양성평등, 비정규직 강화 반대도 언급됐다.
이와는 별도로 정치부 심의 안건으로 통과된 WCC 제10차 부산총회 준비를 위한 준비위원회 구성 헌의 건과 이와 관련된 ‘지역교회발전추진협의회’ 조직 헌의 건을 통해 WCC 총회를 통한 교단 차원의 도약과 (영남)지역교회 발전 도모를 유기적으로 결합 ‘행사’ 또는 ‘위상 제고’로 그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해 타교단과의 정책적 차별성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WCC 총회 개최를 위한 인프라에 주목하고, 중장기적으로 고찰한 면에서 에큐메니컬 교단의 혜안이 담긴 차별적 접근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다.
처음 실시한 공청회에 대해서도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치룰 수 있었다고 평가하며 차기 공청회에 대한 기대와 함께 절차를 다듬어갈 것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를 둘러싸고 신임 김종성 총회장이 총회 첫날 기자회견에서 우려를 표명한 한국교회의 '양극화' 현상이 기장 내에서도 점점 두드러지고 있다는 후문이 심상치 않다는 관측도 있다.
비전2015운동으로 대표되는 부흥 성장 정책에 대한 강조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교세 약화에 대한 우려가 그 근본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회무처리 시 한 총대회원은 "예장 통합과 갈라질 때만해도 교회 수가 비슷했으나 현재 예장 통합은 8천여 개의 교회를 거느리고 있고 기장은 1천 6백 교회 정도에 머물고 있다"며 비교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나은 여건을 갖고 있는 교단 내 소수의 대형교회와 달리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미자립 교회가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이 기장의 전통적인 예언자적 사명 감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사회 활동이나 통일운동에 주력해 온 교단의 입장에 대한 기본적 공감대는 여전하나 현실적 여건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는 한상렬 목사에 대한 교단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두고 노회 간 설전이 벌어지는 상황도 연출됐다.
한 총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총대들이 보수적인 OO일보를 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들 대형 일간지를 지방에서는 대게 무료로 구독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니 교단 내의 소식조차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양극화보다는 자립이 어려운 교회의 존립 문제 자체가 더 절실한 당면과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 같은 양극화 현상 해소 방안으로 에큐메니컬 정신을 강조해온 신임 김종성 총회장은 보다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부흥 성장을 강조 비전2015운동에 사활을 걸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는 임기 내 100개 교회 개척을 강력히 부르짖으며 행동하는 믿음을 보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할 것이라고 예고한 김 총회장의 공약을 반영한 듯 선교위원회에서 비전2015운동본부 규정 신설의 건이 제출 통과되었고, 이를 뒷받침할 '기장인 양성' 차원에서 목회학 박사원 설치 헌의건도 통과됐다. 지방신학교 신설 건도 통과됐으나 노회 차원의 승인 여부가 남아 있어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는 것이 법제부 관계자의 전망이다.
반면, 이러한 연쇄적 강조가 선언서에 나타난 기장의 예언자적 목소리와 좀 다르지 않느냐는 의견도 총회 기간 내에 공공연히 표출되었다.
향린교회 조헌정 목사는 둘째날 회무처리 시 숫자에 연연하는 현상이 우려된다며 교회 차원에서는 관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교단으로 모였을 때는 사회에 대해 어떤 입장을 표명할 것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교단 외부 뿐 아니라 내부의 '양극화'에 대한 기장의 입장은 무엇일까?
지난 8월 2일 기독교사회책임이 낸 논평에 대해 기장 총회의 한 관계자가 "기장은 신앙의 노선이 다른 보수적인 교단과 단체 등에 대해 한 번도 성명을 낸 적이 없지만 이 고언이 그들의 '신앙고백'이기에 생각이 다르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 발언이 기장의 입장을 엿볼 수 있는 단서로 추정된다.
기장은 하나의 입장만을 교리로 강요하는 경향이 있는 보수 교단과 달리 교단 내의 다양한 목소리에 대해서도 너그러운 편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포용적 방침이 기장 총회 마지막 날 드려진 폐회예배에서도 잘 드러났다는 평가다. 당초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한상렬 목사에 대해서도 "굳이 들쑤시지 않겠다"며 총회에서 이를 다루지 않겠다는 교단의 방침을 정해 공식 성명 채택도 총회 직후 교사위 성명으로 대체했으나 폐회예배 시 한상렬 목사 관련 특별기도회를 전격 개최한 것이 에큐메니컬 정신을 고수해온 기장 특유의 유연함 때문이라는 풀이다. 셋째날 수요예배 이상철 원로 목사의 설교 표현을 빌자면 "나와 마음이 다른 이들에게도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정신으로 지칭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교부가 헌의안으로 채택한 이단 사이비 대책 위원회 설립 건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다른 무엇보다도 교권을 강화하는 상징이 될 수 있고 그로 인한 상흔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는 이대위 설립안이 아무런 관련 발언조차 없이 통과되었다.
교회재판을 사회법정으로 가지고 가는 이에 대한 교회 재판국의 징계 요청 건과 같이 교회 내부 문제 대처 방안에 대해서는 역사상 존재했던 교권으로 인한 폐해를 들며 날카롭게 반발했으나 이단 사이비 대책 위원회 같은 교회 외부 문제 대처 방안에 대해서는 에큐메니컬 정신이 무색하리만큼 아예 언급조차 없었던 점이 기장을 한국교회의 '화살촉'이라고 일컫는 이들을 아연실색케 했다는 평가다.
이대위를 운영하고 있는 보수 교단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실제로도 이번 회기 총회 회의서류에 담긴 헌의안들을 살펴보면 상당수의 헌의안들이 "다른 교단도...실시하고 있습니다" "OO교단의 경우...갖추고 있습니다" "타 교단들은...하고 있습니다"와 같은 일종의 '벤치마킹'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밀한 잣대도 없이 몰지각한 일부 언론과 인맥 등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유통되는 편견과 풍문 심지어 이해관계 등을 기준으로 행해지는 중세적 종교재판과 교리 강요를 일삼고 있는 보수 교단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교회에서 이 '다른 교단'이 과연 어떤 특별한 교단을 지칭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화살촉'인 기장이 다른 교단을 따라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일부 있었다. 다른 대책은 과연 없었는지 또 기장이 이단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야 한국교회가 바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부흥성장을 강조하는 보수 교단들이 번영하는 듯 보이는 한국교회 가운데서 외롭게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오던 기장이 교단의 미래를 위해 오매불망 보수 교단들이 강조해 온 부흥성장에 새삼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가운데, 그것은 필요하나 불필요한 부분까지 배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활을 걸고 보수교단의 장점을 적극 받아들이려는 지금이야말로 “뭘 해도 기장이 하면 다르다”는 점을 증명해 보여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기장에 기대를 거는 이들의 공통된, 그러면서도 우려 섞인 희망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장)'정신'과 (현실적)'여건'의 갈등도 내포되어 있다고 통찰하는 이들도 있다. 기장이 오는 회기 동안 이 영원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갈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