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 제95회 총회 선언서(안)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호2:14-23, 마6:10, 롬11:36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따라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해왔습니다. 이제 제95회 총회를 맞아 교회와 사회가 나아갈 길을 새롭게 밝히고자 합니다. 우리는 은총의 하나님께서 당신의 "뜻이 땅에서도"(마6:10) 이루어지도록 지금도 일하고 계심을 믿습니다. 이는 독생자를 통해 세상 속으로 성육하신 하나님의 뜻이요, 피조물의 "아골 골짜기를 소망의 문"으로(호2:15) 삼기 위해 대신 간구하는 성령의 활동이라는 것을 고백합니다. 생명과 평화의 길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초대에 응답하고자 다음과 같이 우리 삶의 신앙을 선언합니다.
1. 한국교회는 성육신 신앙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이 교회를 향하여 촉구하는 것은 하나님의 생명현실을 이 땅에서 이루는 것입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아 하나님의 말씀을 생명의 모든 지평에서 육화시키는 사명을 감당하는 거룩한 공동체입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땅을 저버린 비역사적 신앙을 숭상하며 경직된 교리와 물상화 된 제도의 포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땅을 저주하고 하늘에 집중하는 믿음은 매혹적이지만, 신앙의 실상에서는 하나님을 “내 바알”이라(호2:16) 일컫는 잘못을 저지를 만큼 어리석다고 예언자는 가르칩니다.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구원사역의 출발점은 하늘이지만, 그 종착점은 땅이요, 그 목표는 평화의 실현이라는 점을 분별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한국교회가 종교개혁의 정신을 되살려, 우리 시대의 믿음으로 생명과 평화를 향한 성육신의 신앙을 회복할 것을 촉구합니다.
2. 우리는 은총과 긍휼이 숨 쉬는 생명세계를 희망합니다.
은총의 하나님께서는 이 땅의 모든 생명을 향한 당신의 긍휼히 얼마나 친밀하신지 보여주셨습니다. 하나님은 “들짐승과 공중의 새와 땅의 곤충과 더불어 언약을 맺는”(호2:!8) 은총을 베푸시고, 온 우주 만물을 긍휼로 길러내는 분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생명세계가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총체적으로 파괴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교회는 경제적 효율만을 앞세우는 개발주의에 맞서, 생명의 가치를 드높이는 생태영성을 확립해야 할 부름을 안고 있습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 과제를 위해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는 힘있게 행동할 것입니다.
우리는 소유와 소비라는 세상 가치를 나눔과 절제라는 주님의 가치로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다음 세대에 온전히 물려줄 수 있도록, 단순하고 소박한 생활신앙을 살아가는 청지기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는 생태계 파괴의 재난을 초래할 현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생태를 회복하는 창조질서 보전의 길로 바꾸어질 때까지 우리의 기도는 더욱 간절하게 이어질 것입니다. 특히, 지난 사순절 이후 팔당 유기농 단지에서 200일 넘게 이어온 기장생태운동본부의 금식기도를 행동의 출발로 삼아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더욱 아름답게 보전해 나갈 것입니다.
3. 우리는 한국사회에 정의로운 평화가 정착되도록 힘쓸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총을 따라 가장 분명하게 맺히는 열매는 평화(shalom)입니다. 하나님의 평화는 갈등을 억누르는 권력의 어두운 미봉책이 아니라, “활과 칼을 꺾어 전쟁을 없애”는(호2:18) 생명의 활력을 가진 정의로운 평화입니다. 우리는 그 동안 민족분단으로 인한 무수한 고통을 경험해 왔으며, 이 아픈 경험을 통해 통일만이 평화를 이루는 길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제 다시 우리는 이 땅에 정의로운 샬롬의 평화가 임하기를 기도하며 다음과 같이 힘쓸 것입니다.
우리는 현 정부 들어 지난 시기에 어렵게 쌓아온 남북 간의 신뢰관계가 허물어지고, 정치적 군사적 긴장이 일상화되는 등 통일의 기운이 끝없이 퇴락하고 있음에 깊은 우려를 갖습니다. 이에 우리는 그리스도인들의 믿음과 신앙고백이 ‘천안함’과 같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북에 대한 인도적 지원조차도 꺼려하는 ‘세속적’ 가치관에 휘둘리고 있음을 회개하며, 현재 압록강과 신의주 주변의 수해 피해로 말미암아 고통당하는 수재민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현 정부가 지난 정부 때부터 이어 내려온 통일에 대한 정책과 합의들 7.4남북공동성명을 비롯하여, 6.15와 10.4 남북공동선언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항구적으로 정착시킬 평화협정 수립을 위해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이를 위해 대외적으로는 4자, 6자 회담을 통해 국제적 협의를 이끌어냄으로써 한반도의 평화가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로고 하며, 대내적으로는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개성공단을 활성화함으로써 민족공동운명체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바랍니다.
4. 우리는 공의와 상생의 정신으로 소통하는 사회를 위해 일할 것입니다.
우리의 성육신 신앙은 하늘과 땅이 소통하는 “범우주적 생명공동체”라는 푯대를 향해 있습니다. 이 생명공동체는 하나님께서 “하늘에 응답하고 하늘은 땅에 응답하고 땅은 곡식과 포도주와 기름에 응답하고 또 이것들은 이스르엘에 응답하리라”(호2:21-22)는 약속에 기초합니다. 따라서 하늘과 땅이 서로 응답하는 상생의 공동체를 이루려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요, 주님의 뜻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외국인 형제자매의 인권을 ‘주님 안의 한 가족’이라는 믿음으로 보호하고 돌보는 일에 앞장서고 이웃종교와 소통하며, 양성이 평등한 사회, 인간과 인간이 평등한 사회, 자연과 인간이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는, 상생의 신앙으로 다문화 사회에서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살아갈 것입니다.
우리의 희망은 이 사회에 요동치는 약육강식의 잔인한 법칙에 맞서고자 하는 다짐을 동반합니다. 사회적 고통을 약자에게 전가시키며 비정규직을 강화하는 노동정책에 반대하며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모든 세력에 대항해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는 땅이 폐기되어 멸망하기보다는 갱신하여 새롭게 될 것이라는 그리스도의 약속을 굳게 믿습니다. 이 믿음은 오직 “공의와 정의와 은총과 긍휼”로(호2:19) 우리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자 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응답입니다.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생명과 평화를 향한 헌신 속에서 교단의 정체성을 지켜온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 긍지를 느낍니다. 제95회 총회에 참석한 우리는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부르시는 하나님의 은총을 따라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엄숙히 선언합니다.
2010년 9월 16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제95회 총회 총대회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