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여성 연맹인 한국교회여성연합회(회장 이정희)가 여성의 ‘모성’에 의문을 던졌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헌신을 “더 이상 강요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0일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여성의 몸과 모성에 대한 교회의 대응과 성찰’이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였다.
백소영(이화인문과학원 HK 연구교수)은 일반 여성보다 교회 여성이 모성 압박을 크게 느낀다고 전했다. “한국교회에서 여성들은 신앙의 어머니가 되라는 가르침을 듣고 자란다. 남편의 보조자요 아이들의 양육자로 존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배운다”며 그러나 “가족의 보조자로만 머무는 여성은 진정한 자기 성취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모성을 고찰한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토론회를 경청하고 있는 참석자들. ⓒ이지수 기자 |
책 <엄마 되기, 아프거나 미치거나>를 저술하며 많은 교회 여성을 인터뷰 한 그는, “그들 모두가 모성을 당연한 덕목으로 여기고 있었다”며 놀라워했다. “모성은 신적 질서이기에 어머니가 된 이상 모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믿고들 있었는데, 이것이 그들에게 주어진 돌덩이였다”고 밝혔다. 여성들이 자유롭고 행복하기보다 가족에 얽매여 짓눌려 있었기 때문.
그는 “모성은 성인 모두가 가져야 하는 덕목으로서, 여성에게만 강요하지 말라”고 주문하고, 시스템적으로도 교회가 공동육아 시스템을 갖춰 여성들이 갖는 부담을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제한 임옥희(여성문화이론연구소 이사장)는 모성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여성학자인 그는 “모성이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라면, 우리가 오늘 뭣 하러 모성을 가지고 얘기 하겠나. 모성이 하나님이 주신 것인지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인지 질문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 번성하는 대리모 사업, 예전부터 있어온 (어머니에 의한) 영아 살해와 학대를 언급했다. 또 자식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과 동일시하고, 투자할 자녀와 그렇지 않은 자녀를 구분하는 행위도 모성의 존재를 의심케 한다고 전했다.
그는 “시대마다 모성의 기준은 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뜻은 있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며 교회 여성들을 자극했다.
연합회 이현숙 부회장은 “신앙의 어머니라 불리는 교회 여성들이 한국교회를 살리고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요즘 사회에서 모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활발해지면서, 교회도 새로운 응답을 준비할 때가 왔다”며 여성 역할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 필요함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