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이화여자대학교 대학교회 소예배실에서 ‘이화여자대학교 신학대학원 공개강좌’가 열렸다. 강연하고 있는 박경미 교수. ⓒ김진한 기자 |
강연자는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를 쓴 더글러스 러미스의 ’타이타닉 현실주의’를 인용해 사람들의 눈을 가려 죄적 현실에 안주하도록 하는 사회 구조적인 부조리를 고발했으며 기독 여성들이 그런 현실의 법이 가짜라는 것을 깨닫고, 하나님의 법과 생명의 법을 따르는 진리의 길로 나아갈 것을 당부했다.
4일 오후 2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교회 소예배실에서 열린 ‘이화여자대학교 신학대학원 공개강좌’에서 ‘생명을 살리는 여성들’을 주제로 첫 테이프를 끊은 박경미 교수(이화여대 신학대학원장)는 ‘타이타닉 현실주의’를 화두로 삼아 오늘날 현실에서 생명을 지키고, 나아가 생명을 풍요롭게 하는데 있어 기독 여성들이 자각해야 할 점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타이타닉 현실주의’를 이해하려면 먼저 ‘현실주의’를 이해해야 했다. "배 안에 빙산에 부딪힐 것이라는 경고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오히려 거기에 너무 익숙해져서 사람들은 실감을 못한다. 대신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은 배 안의 현실 뿐이다. 결국은 침몰할 배 안에서 사람들은 분주하게 일하고 열심히 먹고 마시고 즐긴다. 배 안의 모든 사람들은 각자 일상사를 가지고 있고, 그 일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해나가는 것을 현실주의라고 한다." 이어 러미스의 ‘타이타닉 현실주의’를 소개했다.
"반면 누군가 ‘엔진을 멈추어야 한다’고 말하면 그것은 비상식, 비현실주의적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타이타닉호라는 배는 전진하도록 되어 있는 것으로, 전진하지 않으면 저마다의 일거리가 없어져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전진하는 것이 타이타닉 호의 본질이다. 전진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박 교수는 이것이 러미스가 말하는 타이타닉호의 논리, 즉 ‘타이타닉 현실주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타이타닉 현실주의’를 작동케 하는 거대 금융자본주의 횡포를 매섭게 비판했다. 박 교수는 "거대 금융자본주의의 광적인 횡포로 인해 전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질적으로 자본의 노예상태에 빠지고 있으며 전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삶의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 결과 오늘날에는 평등이 아니라 오히려 가혹학 불평등이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의 전제조건이자 삶의 작동원리가 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치 러미스가 말하는 타이타닉호의 선원들 처럼 부조리하며 부도덕한 현실에 좀 처럼 눈을 뜨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 교수는 "(문제는)우리가 타고 있는 배는 눈앞의 빙산을 향해 시시각각 다가가고 있는데 배 안에서 각자의 일에 몰두해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 명백한 사실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 오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도덕적 해이와 윤리부재의 실질적 원인은 아마도 우리의 물질적 삶의 토대 자체가 근본적으로, 총체적으로 부도덕하다는 데 기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여성해방론이 ‘타이타닉 현실주의’가 초래하는 부도덕함과 관련해 도덕적, 문명사적 정당성의 문제에 깊이 관심을 갖고, 근대의 파국적 위기상황에 직면해 근대 극복을 위한 도덕적 활력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아울러 여성신학 역시 난파 직전에 있는 근대의 위기를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근대의 문제, 즉 경제성장제일주의와 국가가 개인을 말살함으로 인해 어디서나 공동체와 자율적인 삶이 파괴되고, 개인의 고유한 주체성이 부정되며 이와 함께 근원적인 생명 그 자체가 파괴되는 현상과 관련해 생명을 살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박 교수는 모세의 탄생과 오버랩 되고 있는 마태복음 3장의 예수 탄생 배경을 설명하며 당시 로마의 시대상(팍스 로마나)을 ‘타이타닉 현실주의’란 코드를 통해 설명하며 참석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타이타닉 현실주의는 우리를 맹목적으로 만든다. 황제의 깃발이 나부끼는 제국의 경계 안에서 국가들과 왕들의 이야기, 제국의 팽창과 발전에 관한 이야기가 요란하게 울려퍼지고 있지만, 그것은 실은 쇳소리 나는 전쟁과 파괴의 이야기이며 밀어붙이는 기계의 이야기다."
끝으로 박 교수는 "마태의 이야기는 타이타닉 현실주의에 빠져 있는 우리에게 그 연약한 숨소리(쇳소리에 희생당하는 연한 생명들의 꺼져가는 숨소리)와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요청한다"며 "결국 생명을 살리는 여성의 행동이란 그 연약한 생명의 숨소리를 듣고, 파괴되는 것들의 편에 서는 것이다. 그것이 곧 진리의 편에 서는 것"이라고 전하며 강의를 마쳤다.
남은 강좌는 ‘생명이 숨쉬는 가정?: Cultural Conspiracy를 넘어’ ‘밥에 대한 성서적·신학적 이해’ 등이며 각각 함인희 교수(이화여대 사회학, 이화리더십개발원장), 장윤재 교수(이화여대 기독교학부, 한국교회환경연구소장) 등이 강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