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와 일본교회의 도시농어촌선교 지도자들이 만나 양국 간 평화를 다짐하고, 나아가 동아시아의 평화를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제9차 韓‧日 도시농어촌선교(URM)협의회가 지난 4일 제주 퍼시픽 호텔에서 열린 것.
‘모든 사람과 더불어 평화하라’는 제목으로 개회 예배 설교를 예장통합 김정서 총회장(제주영락교회)은 "기독교에는 원수가 없다"며 "기독교의 대 헌장이라고 할 수 있는 로마서 12장에서 사도 바울은 모든 사람으로 더불어 평화하라고 명령했다. 한국 사람만이 아니다. 일본 사람만이 아니다. 서양 사람만도 아니고 동양 사람만도 아니다. 선진국 사람만도 후진국 사람만도 아니다. 도시 사람만도 농촌 사람만도 아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다"라고 했다. 국적의 차이, 피부색의 차이, 문화의 차이가 평화를 만드는 일에 전혀 장애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아울러 신체적 조건 그리고 돈의 많고 적음과 종교적 차이 마저도 평화를 방해하지 못한다고 역설했다. 김 총회장은 평화의 사도 성 프랜시스를 소개하며 "성 프랜시스는 나병 환자들을 찾아갔다. 약한 사람들을 찾아갔다. 모슬렘을 찾아갔다. 이단들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한일강제병합과 관련해 김 총회장은 이어 "우리는 역사적으로 일본 사람과 한국 사람이 서로를 싫어하고 미워했다"라며 "한국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을 싫어하고 일본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을 미워하던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또 "(때문에)어느 순간에 화를 내며 서로 다투게 될지 모른다"라고 했다.
김 총회장은 그러나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들과 평화하라고 분부했다"라며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으로 더불어 평화하라’는 우리들에게 주신 고귀한 사명과 직책을 수행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동서(東西)와 평화하고 남북(南北)과 평화하고, 한일(韓日)과 평화하고, 외국인들과 평화하고, 선진국과 후진국이 평화하고, 남자와 여자가 평화하고, 사용자와 노동자가 평화하고, 지역과 지역, 계층과 계층, 세대와 세대간에 평화하고, 나아가서는 모슬렘을 비롯한 타 종교인들과도 평화하기를 바란다"며 "이것이 하나님의 명령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7일까지 제주 퍼시픽 호텔에서 계속되는 이 협의회에서는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 한일교회 공동성명서’가 발표됐으며 이밖에 △한일 양국의 공동 선교 과제인 노숙인과 비정규직 문제 △다민족 다문화 속에서 공동체 문제 △‧이주노동자 현황과 법개정 문제 △제국주의와 군사화 문제 등도 다뤄진다.
또 한일강제 병합 100년과 관련해 제주대학교 조성윤 교수(사회학)의 특강이 진행됐으며, 이어 양국의 대표해 이해학 목사(강제병합 100년 공동행동 한일 실행위원회 대표)와 히다 유이치(神戶 청년학생센터 관장) 대표의 발제도 있을 예정이다.